프로축구 K리그 대구 FC는 최근 잇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할로윈데이에 대구 시내에서 몇몇 대구 선수들이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추태를 부렸다는 폭로가 등장했다. 해당 선수들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누비는가하면 만취해서 이성에게 말을 걸고 큰 소리로 비속어를 썼다는 내용들이었다.
 
대구 구단은 진상 조사 결과 폭로가 사실임을 확인하고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논란을 일으킨 선수 3명(박한빈, 황순민, 정승원)에게 올 시즌 잔여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박한빈과 황순민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들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올렸다. 그러나 정승원만은 사과 없이 오히려 SNS에 대구 관련 이미지를 모두 삭제하고 침묵하며 팬들의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다. 이들은 대구 전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던 선수들이라 구단으로서도 타격이 컸다.
 
하지만 성적보다 더 뼈아픈 것은 팬들이 느낀 실망감이었다. 당시 대구는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에 시달리며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홈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0대 5로 무기력하게 참패하기도 했다. 다음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이 걸린 3위 자리도 위태로워진 상황에, 일부 선수들이 경기장밖에 보여준 책임감없는 모습은 팬들을 화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최근 스포츠계는 방역수칙 위반에 민감한 분위기다. 최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긴 했지만, 아직도 전문가들이 마스크를 꼭 쓰라고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야구 KBO리그는 올여름 일부 선수들이 사석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여 술판을 벌인 것이 적발되었고, 심지어 역학조사에서 거짓말까지 한 것이 드러나 결국 리그 중단까지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후 국가대표팀의 도쿄올림픽 노메달 부진도 겹치며 '프로야구 위기론'까지 나올 정도로 파장이 컸던 사건이다.
 
지난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 대구의 K리그 35라운드 경기에서는 일부 대구 팬들이 원정까지 찾아와서 비판 걸개를 내걸며 분노를 표출했다. 대구 팬들이 만든 걸개에는 "너희들의 연봉, 대구시민의 피와 땀", "팬들은 엉엉 선수는 낄낄", "사회면 전문 축구단"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대구 선수들은 킥오프 전 원정 팬들 앞에 일렬로 서서 고개를 숙였다.
 
팬들의 쓴소리에 자극을 받은 탓인지 대구는 수원 FC를 상대로 2-1로 승리하며 5경기만에 값진 승리를 맛봤다. 대구는 전반 6분만에 라스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했으며, 19분과 31분 공격수 에드가가 멀티골을 넣으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대구는 이후 수원FC의 파상공세에 고전을 면치못했고, 후반 19분에는 미드필더 이진용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까지 놓이는 악재까지 겹쳤지만 끝내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리드를 지켜냈다. 몸을 사리지않은 선수들의 투혼으로 대구는 3위 자리로 다시 올라서며 ACL 진출 티켓 불씨를 되살렸다.
 
대구 선수들을 둘러싼 논란은 물론 방역수칙 위반도 큰 잘못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프로선수들의 사회적 의무와 도덕성'에 대한 우려라고 할수 있다. 선수들도 사람인만큼 경기장 밖에서는 친구들을 만날수도 있고 유흥을 즐길 수도 있다. 다 큰 성인 선수들을 리그나 구단에서 일일이 규정으로 강제 관리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팬들의 성원으로 존재하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이라면, 스스로 자신의 언행이 매순간 소속팀과 해당 종목의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줄수있다는 자각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꼽히던 프로야구의 위상이 흔들린 것은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방역수칙 위반을 비롯하여 음주운전, 금지약물, 승부조작 논란 등이 계속해서 터지며 프로야구의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다. 오랜 세월 힘겹게 쌓아 올린 국민 스포츠'의 명성도 사라졌고, 자칫하면 암흑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프로야구의 화제성에 가려졌지만 축구계 역시 최근 좋지 않은 일로 이슈가 된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열린 대구와 강원 FC의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전에서는 경기 후 대구 에드가와 강원 신세계가 '인종차별적 발언' 유무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양팀이 거세게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사자들의 증언외에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서 흐지부지되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강원FC 소속 선수 2명은 최근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하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FC서울의 기성용은 올시즌 학교폭력 의혹에 이어 토지매입 논란까지 겹치며 곤욕을 치러야했다. K리그2의 충남아산FC는 데이트 폭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본 선수 료헤이 미치부치를 영입했다가 팬들과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고 공식사과하며 료헤이와의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축구 자체보다는 구성원들의 사생활이나 인성,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운동만 잘하면 인성은 상관없다는 이야기는 현대의 대중들에게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때마침 최근 우리 사회가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경기장에서도 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팬들은 스포츠를 사랑하는만큼 누구보다 열렬하게 응원도 해주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엄중하게 쓴소리를 해줄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지켜보고 평가해줄 팬들이 있다는 것은 축구인들에게도 경각심을 느끼게 할만한 좋은 자극이 된다. 대구FC팬들의 비판 걸개 사건은, 특정팀과 선수들이 아닌 모든 K리그 구성원 전체에 보내는 팬들의 경고로 받아들여야할 필요가 있다.
 
K리그는 현재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K리그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수-감독-프런트까지 구성원들 각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다. '이 정도는 괜찮아. 나 하나 쯤이야'라는 인식이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올수도 있다. 최근 야구와 축구계에서 벌어진 유명선수들의 사회적 일탈이 어떤 파장을 남겼는지 지켜봤을 모든 스포츠인들에게 반면교사가 되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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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K리그 위드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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