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유치원·초등·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다음 달 22일부터 전면 등교한다. 10월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유치원·초등·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다음 달 22일부터 전면 등교한다. 10월 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장면1

지난 월요일(11월 1일), 3주 전 예고한 수행평가를 금요일에 한다고 했더니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투덜거렸다. 아이들은 시험을 싫어하니 그러려니 하고 수업 진도를 나가려고 하는데 한 아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그러면 저희 금요일엔 1교시부터 6교시까지 계속 수행 평가해요. 연기해 주세요."

3주 전부터 예고한 것을 저렇게 버릇없이 항의하다니... 아이의 당돌한, 아니 예의 없는 표정과 목소리에 기분이 많이 상했다. 그래도 감정을 애써 누르고 물었다.

"그래, 뭐뭐 보는데?"
"4교시에 든 영어 빼고 전부 봐요. 너무 힘들어요."


감정이 상한 것과 상관없이 아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아니다 싶었다. 사실 선생님들 대부분이 지필 1회 평가(중간고사)와 지필 2회 평가(기말고사) 사이인 10월 말, 11월 초에 수행평가를 해왔다. 그래서 매년 아이들은 힘들다고 난리였다. 물론 아이들 부담을 생각해 수행평가를 분산해서 실시하자는 이야기가 매년 나왔지만 모든 교과가 수업 진도상 어쩔 수 없다고 하고 그러다 수행평가 기간이 끝나면 그런 논의는 흐지부지 되곤 했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전원 등교를 못 하고 2/3 등교를 하다 보니 이번주와 다음주에 수행평가를 하지 못하면 2학년은 등교 일정 때문에 3주 후에나 실시할 수 있는데 그때는 너무 늦어지고 말아 수행평가가 다음주로 더 몰린 것 같았다. 나라도 가능한 최대한 늦춰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애들아, 선생님이 최대 늦춰줄 수 있는 시간이 1주뿐이야. 그럼 1주 후에 볼 테니 더 열심히 준비해 와야 한다."
"네~"


언제 불만이 있었냐는 듯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선생님 최고라고 한다. 나 역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이후 수업 들어가는 반마다 1주일 늦춰준다고 했고 역시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마지막 반에 들어가서 1주 늦춘다고 했더니 한 아이가 우물쭈물했다. 혹시 예고한 것에 맞춰 철저히 준비한 아이인가 싶어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레 물었다.

"왜? 준비를 잔뜩 했는데 좀 허탈해서 그래?"
"아뇨, 선생님 저 다음주에 백신 맞아요. 그럼 이틀 학교 못 나오고... 그럼 전 언제 수행 평가해요?"


'아뿔싸... 백신 접종이 있었구나.' 미처 생각 못하고 연기한다고 했구나. 아차 싶었다. 부랴부랴 다음 주 예방 백신 접종하는 아이들을 파악해 보니 10여 명이 넘었다. 다다음주는 원격이라 수행평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33명 중 10명 이상이라면 연기할 수 없었다. 하루 다섯 과목이나 봐야 하는 아이들이 안 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등교 일정과 수업 진도 등을 설명하고 부득이 원래대로 금요일에 본다고 했다.

연기해 준다고 했던 다른 반들도 수업을 들어가서 백신 접종하는 아이들이 많아 미안하지만 이번 주에 본다고 했다. 그랬더니 서로들 백신을 맞는지 물어보고 난리다. 그래서 몇 명이나 맞나 파악해 보니 한 명뿐이었다. 다른 반들도 1~2명뿐이었다. 1~2명뿐이라면 그 아이들만 따로 날짜를 잡아 실시하면 되는 문제였다. 어느 반은 10명이 넘고 어느 반은 1~2명뿐이고... 그렇다고 접종자가 많은 반만 먼저 보는 건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어떻게 하지? 결정을 못하고 교무실로 돌아와 선생님들에게 말했더니 10명이 넘게 맞는 반은 담임선생님이 수시로 맞으라고 해서 그렇고 나머지 반들은 담임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왜 권장을 안 했냐고 물으니 백신 접종에 대한 교육부의 방침도 없고, 백신 접종에 대한 부정적 뉴스와 그에 영향을 받은 듯한 학생이나 학부모의 반발을 무릅쓰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10월 18일부터 시작된 중학생 백신 접종 예약신청 기간도 다음 주 금요일인 11월 12일이면 끝난다. 그리고 이번 주 월요일인 11월 1일부터 시작된 접종도 11월 27일 1차 접종이 종료된다. 11월 1일부터 시행된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대유행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절박한(?) 조치다. 11월 22일부터 전면 등교를 하는 것 역시 학생들의 백신 접종을 기대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장면2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월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0월 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학생 확진자 수가 11월 들어서 연일 300명이 넘고 있다. 지난 11월 2일(화요일)에는 무려 500명이 넘기도 했었다. 일상 회복을 위해 백신 접종을 권장 지도해야 하나 아니면 확률상으로 낮더라도 부작용이 무서우니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하나? 그래서 요즘 선생님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백신 접종에 대한 고민은 우리 학교만의 문제일까? 백신 접종 예약 마감일이 1주 밖에 안 남았는데도 30% 대인 걸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백신의 부작용이 무섭지만, 일상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이 백신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알아서들 하겠지', '부모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라고만 생각하기엔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 이것이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에서는 청소년 감염률, 치명률, 부작용 사례 등 백신 접종에 대한 자료를 선생님들에게 제공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선택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여러 가지로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11월 22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면 등교는 정해진 것이니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 해 몇 가지를 점검해 봤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점심시간이다. 지금도 아이들은 밥을 먹으며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감염 위험성 때문에 그걸 못하게 막느라 선생님들도 고생하고 있다.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런데 전면 등교가 되면 급식 인원이 늘어 급식 시간이 30~40분이면 됐던 것이 최소 40분~50분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먼저 먹는 학년, 반과 늦게 먹는 학년, 반의 차이가 너무 벌어진다. 그렇다고 무작정 점심시간을 늘리거나 1, 2학년은 3교시 후 점심을 먹고, 3학년은 4교시 후 점심을 먹는 것은 학교 여건과 교육과정 운영 그리고 조리실무사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을 고려했을 때 어렵다. 현실적 대책이 없다.

#장면3 

심란한 마음에 운동장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3학년 학생들이 찢긴 학생회장 선거 벽보를 들고 흥분해서 나를 찾아왔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선거 벽보가 훼손되는 일은 매년 있었지만 올해처럼 반복적으로 훼손된 적은 없었다. 이번 주에만 벌써 세 번째다. 이건 아니다 싶다. 다른 건물을 쓰는 2학년이 와서 벽보를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서 3학년 담임선생님들께 지도를 부탁드렸다.

3학년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착하다고 했던 아이들인데 요즘은 역대급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며칠 전엔 수업 시간 휴대폰을 쓴다고 나무라는 선생님에게 쌍욕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에게 쌍욕을 들은 선생님은 물론이고 그 이야기를 들은 선생님들 모두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몇몇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반응이 무서워 못 본 척할 때도 있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난 이번 3학년들은 1학년 때 담임을 했었고 작년에는 수업을 해서 어떤 아이들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혼란스럽다. 코로나19로 선생님들과 라포(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작년과 올해 2년 동안의 교육의 부재가 그 착하던 아이들을 역대급 악동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아이들을 탓했던 마음이 미안해진다.

개인적으로 볼 때 지금 학교는 위기다. 지난 2년 교육의 부재로 인한 교사와 학생의 관계 형성 부족, 교사에 대한 사회의 신뢰 부족, 교사들의 자긍심 부족, 관계 당국과 관리자들의 지원 부족. 이에 비해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 침해, 교육 당국의 무수히 쏟아지는 요청, 당장 불필요한 연수의 강요, 관리자들의 책임 회피성 행동 등은 넘쳐나고 있다. 정말 위기다. 그 피해를 순박한 아이들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학교가 아직 학교인 것은 교실 현장에서 아이들과 온몸으로 부딪히는 선생님 몇몇 덕분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분들을 볼 때마다 여건이 나쁘다고 투덜대기만 하는 내가 부끄러워 머리가 절로 숙여지지만, 또 한편으론 저 선생님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러한 선생님들이 사라지기 전에, 그래서 학교가 아예 붕괴하기 전에 어떤 대책이든 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전면 등교를 앞둔 요즘 이래저래 참 심란하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