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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만난 아기를 하필 코로나 시대에 낳아서 기르고 있습니다. 아기를 정성으로 키우며 느끼는 부분들을 누군가는 기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모든 부모님과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기자말]
<오마이뉴스>에 육아 일지 연재를 하게 된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아기가 탄생해서 아기가 돌을 넘게 건강하기까지는 독자님들과 에디터님들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감사함을 항상 가슴에 품고 글을 쓴다.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글로 전하는 바다.

연재가 50화를 맞았다. 가끔 달리는 악플에 마음이 상할 때도 있었고 나를 무기력하게 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꾸준히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 일련의 과정에서 잃은 것이 하나 있다. 지금 나의 머리를 제일 아프게 하는 큰 고민이다. 바로 시력에 관한 문제다.

앞으로 안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전에 타 매체에 기사를 쓸 때까지만 해도 모니터에 적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백지장에 글을 썼다. 아내가 많이 도와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부끄럽지만 타자도 느려서 아내가 기고 과정에서 컴퓨터 작업을 해 주고는 했다.

하지만 육아 글을 연재하게 되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아내의 도움을 바랄 수 없었다. 아내는 하루 종일 아기를 육아하는 것만으로도 벅차했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기사 주제를 함께 정하는 것 외에, 더 도움을 바랄 환경이 아니었다.

혼자 글을 작성하고 집 안에 있는 제일 무서운 에디터인 아내의 검사(?)를 먼저 거쳐야 했다. 그 지난하고 험난한 과정을 지나 수정된 글도 다시 내게 돌아와 송고 직전까지 수정과 보완을 거쳤다. 당연히 모니터를 보는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진짜 기사 한건당 수백 번은 넘게 보았음을 고백한다. 그만큼 진심으로 열심히 썼다.

"이렇게까지 떨어진 경우는 없어요"

"코로나 시대에 수업도 모니터 화면을 보고 하잖아요. 어린아이들부터 성인까지 시력이 나빠진 경우는 다양하게 많아요. 근데 선생님은 너무 심한 케이스예요. 이렇게까지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는 많이 없는데요. 혹시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시는 직업이나 일이 있으시다면 몰라도요. 운전하시나요? 운전도 이제는 교정시력으로 하셔야 할 거예요. 당장 안경을 맞추시기를 권합니다. 시력이 한꺼번에 떨어지셔서 적응이 힘드시면 라섹 같은 교정 시술도 생각해 보셔야 해요." 

얼마 전, 2년 단위로 받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검진을 항상 하던 병원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사 분의 말씀처럼 실제로 그랬다. 코로나 이후에 학위를 포함한 10여 개가 넘는 과정의 프로그램들과 포럼 등을 수료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오프라인에서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모니터 앞에서 비대면으로 치러야 하는 날이 너무 많았다. 돌아오는 주말만 봐도 그렇다. 9시부터 6시까지 토론과 강의가 진행되는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 이렇게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 버렸다.

모니터를 많이 보아서 그랬다고 쳐도 시력이 너무 떨어졌다. '1.2', '1.5'의 시력에서 채 2년 만에 '0.3', '0.5'인 저조한 시력이 나왔으니 의사분께서도 의심을 하시고 놀라실 정도였다. 믿기지 않으셨는지 시력검사를 여러 번을 하자고 하셨다.

그럴만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믿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덤덤한 척 병원을 나섰지만 솔직히 내게도 큰 충격이었음을 고백한다. 안경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안경을 꼭 쓰라는 진단과 저조한 시력은 나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책과 새로 맞춘 안경
▲ 새로 맞춘 안경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책과 새로 맞춘 안경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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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맞추며 수만 가지의 생각이 났다. 마흔여 평생에 첫 안경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7년 만에 어렵게 가진 아기는 이제 불과 13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안경을 써야 하고 몸이 상하기 시작하는구나, 생각하니 울컥했다.

눈앞이 잘 안 보이다 못해 컴컴해졌다. 내가 안경과 이제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안경을 쓰시는 분들이 처음 안경을 썼을 때의 기분을 겪어보고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진짜 안경과 공존해야 하는 날을 맞았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만약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면 어떨까? 근 이 년간의 코로나의 세월, 모니터를 덜 보게 되지 않았을까?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오프라인에서 공부를 하고 대화를 했다면 시력이 이렇게나 떨어졌을까? 공허한 의문들만 메아리쳤다.  

집에서 문서를 봐야 할 때는 안경이 필수였고 외출 시에는 더더욱 안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변수가 있었다. 바로 집안의 거대한 권력(?)을 가진 또 다른 편집장님(?)인 아기였다. 아기는 집에서는 물론이고 외출할 때마다 아빠의 모습이 낯선지 힐끔 들여다보고 안경부터 벗기려 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때마다 이를 저지하는 것은 익숙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었다.

아빠의 마음을 아는 나이의 아기가 아니니 당연한 상황,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었다. 아기에게는 아빠가 안경을 쓴 모습이 낯설어서 싫었나 보다. 아기가 자꾸 안경을 뺏고 떨어뜨리려는 것을 말리다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라는 생각에 미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려 했다.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시대에 아기와 집안에서 안경을 쓰는 것에 대해 실랑이를 하는 지금의 모습이 너무 슬프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코로나가 바꾼 한 가정의 일상의 단면을 전한다. 눈이 나빠진 아빠와 낯섦에 그 안경을 벗기려는 아기를 보며 고민하는 아빠의 마음을 전한다. 여러분들은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잃어보니 많이 불편하더라. 불편해지니 잃어버린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겠더라. 겪어보기 전에는 죽어도 몰랐던 것들이다.   

안경을 쓰게 되었지만 다르지 않은 건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 마음으로 아기를 사랑하며 육아하고, 세상에 꺼내 놓을 이야기가 있다면 정성껏 써 내려갈 것이다. 아기의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 주시는 건 다른 아기들의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이실 테다.

육아 글들을 연재하며 항상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아기를 사랑해 주시는 이 시대의 부모님들을 만났다. 그분들께 아기의 겨울 장갑을 닮은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드린다. 새로 맞춘 안경을 썼을 때, 또렷하게 보이던 선명함을 담은 감사와 존경도 함께 드리는 바다.

그 인사들과 더불어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해 본다. 특별히 50회 연재를 맞아 진심으로 여러분과 여러분의 아기들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이 글을 담아 빌어 본다. 안경에 관한 좋은 글을 독자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아마도 나는 너무나도 멀리서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나 봅니다.
행복은 마치 안경과 같습니다. 나는 안경을 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안경은 나의 코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게도 가까이에 행복은 있었습니다."

- 나이 들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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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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