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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에게 부모는 슈퍼맨이다. 전능한 존재이고 그 품에 있을 때 무한한 안정감을 가진다. 그런데 아이는 어느 순간, 부모의 눈물을 마주하기도 한다. 눈물이 계속되기도 하고, 분노가 되기도 하고, 체념이 되기도 하는 순간들도.  

내 어렸을 때의 엄마를 떠올리면, 이제야 이해되는 것들이 있다. '아, 그때 엄마는 무기력했던 거구나. 우울했던 거구나.' 나는 어쩔 줄 몰랐고, 모른 척했고, 당신 자신이 스스로에게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엄마도 나도 버티는 것 외에 다른 방도를 알지 못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건, 그런 순간들로 삶이 비틀릴 지경까진 가지 않았다. 우리가 현명했기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 도와줘서도 아니다. 요행히 그러했을 뿐이다. 

<엄마의 슬픈 날>의 주인공 모나는 여느 아이와 같다. 인형인 친구, 막스와 둘도 없는 단짝이다. 산책하고, 책을 읽고, 학교에서 돌아온 모나를 맞아 주는 엄마를 더없이 사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엄마는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초인종을 누르고 엄마를 소리쳐 불러도 대답이 없다. 모나는 하는 수 없이 문 앞에 앉아 오래도록 기다린다. 

뒤늦게 나온 엄마의 모습을 보며 모나는 오늘이 '슬픈 날'임을 직감한다. 집안은 엉망이고, 먹을 것이 없고, 엄마는 소파에 널브러져 있다. 모나는 슬픈 날이면 겁이 난다. '엄마 생각을 하다 보니 모나까지 슬퍼지는 것' 같다.

그러다 혼자 스르르 잠이 들고, 다음날 아무도 깨우지 않아 모나는 늦잠을 잔다. 여전히 자고 있는 엄마를 남겨 놓고 학교로 가기 전, 모나는 인형, 막스를 현관 앞에 둔다. '잘 부탁해, 막스.' 엄마를 지켜달라는 당부와 함께.

친구는 묻는다. "엄마가 안 깨웠어?" 모나는 말한다. "깨워줬는데 다시 잠들었어." 모나는 친구가 집에 놀러 올까봐 걱정되고, 반 친구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마음이 예민해진다. 학교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가는 길, 상황이 나아져 있길 바라지만, 달라진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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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있을 '모나'들을 생각하며

소중한 걸 땅에 묻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나는 밤에 혼자 나와 구덩이를 판다. 가장 좋아하는 걸 잃을 수밖에 없지만 어쩔 수 없다. 구덩이에 막스를 넣고 흙을 덮는다. 먹먹한 대목이다. 그날 밤 모나는 잠을 이룰 수 없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만큼이나 자식이 부모에게 쏟는 마음도 이토록 무조건적이다.  

현실은 전래 동화가 아니다. 효성에 하늘이 감복하여 엄마가 병이 낫는 결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모나가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지점을 짚는다. 야속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아이 마음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바람직한 진단이다. 

"모나 네가 막스를 땅에 묻지 않아도 된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너는 너무 마음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고. 그리고 모나와 엄마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선생님과 의사, 전문가 그리고 모나를 이해하는 친구들이 모나의 '주변'이 되면서 슬픈 날은 비로소 '햇볕이 쨍쨍한 날'이 된다. 

정신질환 및 정신과적 문제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 수는 2019년 기준 311만6천여 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이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걸 감안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케어와 관리를 강구하기 위해 국가도 지자체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정신질환자의 자녀들에게도 시급히 관심이 가길 바란다. 전능한 존재인 부모가 불안정한 것은 아이들에게 세상이 흔들리는 것과 같다. 모나처럼 묵묵하게 생활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견디기 수월하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어쩔 줄 모르는 아이,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 분노하는 아이. 주눅 드는 아이... 이 아이들이 각자 알아서들 그 순간을 돌파하는 요행을 바랄 수는 없다. '주변'이, 온 주변이 함께 도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위해 따뜻한 주변이 되어야 한다.  

통계를 찾아본 적도, 이런 통계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률만큼이나 관련 분야의 도서 출간률이 낮아 보인다. 전문서나 에세이 등 성인 대상의 책은 몇 년 전부터 꽤 쏟아지고 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차근차근 일러주는 책을 찾기는 수월하지 않다. 귀한 책이다. 

동네책방 '최선책' 책방지기 안지은 
(*경기 평택시 고덕면 고덕여염로 20 1706동 1층 / 0507-1365-4544)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엄마의 슬픈 날 - 마음의 병을 가진 부모와 사는 아이들을 위해

시린 호마이어 (지은이), 이유림 (옮긴이), 문학동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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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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