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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 주석(가운데)이 중국군의 사열을 받고 있는 모습(1952. 10. 1.).
 모택동 주석(가운데)이 중국군의 사열을 받고 있는 모습(1952. 10. 1.).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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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 미국 국방부는 의회에 제출할 보고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중화인민공화국과 관련된 군사 및 안보 발전(Military and Security Developments Involving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1>이라는 제목의 책자다.

중화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China, PRC)과 인민해방군(People's Liberty Army, PLA)의 목표 및 역량과 세계 전략을 다룬 이 보고서는 인민해방군이 미국에 맞서 싸우고 승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한다.
 
본문에 인용된 미국 국방부 보고서.
 본문에 인용된 미국 국방부 보고서.
ⓒ 미국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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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개요(Executive summary)' 편에서 "PLA의 진화되는 능력과 관념은 강적(합중국을 가리키는 완곡한 표현)에 맞서 싸우고 승전하는 PRC의 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으며, 영토분쟁과 관련해 타이완과 경쟁자들을 압박하고, 중국 주변 지역의 갈등과 관련해 제3자의 개입에 맞서며 전 지구적으로 힘을 투사한다"고 말한다.

"강적(strong enemy)"과 "합중국을 가리키는 완곡한 표현(a likely euphemism for the United States)" 사이에 단어 하나가 끼어 있다. 영어가 아닌 중국어 '强敌(강적)'이다. 미국을 지칭하는 'strong enemy' 옆에 중국어 번역문을 병기한 것이다.

위 보고서는 인민해방군은 북·중 국경을 사이에 두고 그 '강적'을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국 국경 근처에서 '미군의 부재'가 유지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4장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한반도에 대한 PRC의 목표는 안정, 비핵화 및 중국 국경 근처에서의 미군의 부재를 포함한다(The PRC's objectives for the Korean Peninsula include stability, denuclearization, and the absence of U.S. forces near China's border)." 
 
중국군은 국경 근처에서의 미군의 부재를 희망한다는 보고서 내용.
 중국군은 국경 근처에서의 미군의 부재를 희망한다는 보고서 내용.
ⓒ 미국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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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여타 국경 지대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미군이 북·중 국경 인근에 주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인민해방군의 목표라는 위 문장은 상당한 역사성을 갖고 있다. 베이징 같은 황허(황하) 이북 지역에 수도를 둔 역대 중국 국가들의 대체적인 안보관(觀)을 반영하는 문장이다.

미국과 중국이 친밀해지기 시작한 1969년부터 대(對)중국 외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중국인들의 그 같은 안보관을 잘 알고 있었다. 91세 때인 2014년 9월에 펴낸 <세계질서(World Order)>에서 그는 마오쩌둥(모택동)이 한국전쟁에 개입한 것도 그런 안보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어로 번역된 <키신저의 세계질서>에 따르면, 키신저는 한국전쟁 초기에 마오쩌둥 주석과 저우언라이(주은래) 총리 사이에 그 문제에 관한 대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마오)는 저우언라이에게는 만약 미국이 평양에서 원산을 잇는 선을 따라 남아 있다면 중국군은 곧바로 공격할 필요가 없으며 강화 훈련을 위해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위협할 수 있으니... 조선 도와야 한다'던 마오쩌둥 

이 대화가 있기 전에 마오쩌둥은 중국공산당 정치국을 상대로 '미국이 승리하면 우리 중국을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우리는 조선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인민해방군 파견에 관한 입장을 그렇게 정리한 뒤에 별도로 저우언라이에게 '미군이 평양-원산 라인을 넘으면 그때 개입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던 것이다.

평양은 대동강 쪽에 있다. 그 북쪽에는 청천강이 있고 좀더 북쪽에는 압록강이 있다. 미군이 38도선을 넘더라도 대동강 라인만 넘지 않으면 중국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마오쩌둥은 판단했던 것이다. 평양 이남에 주둔한 미군이 중국을 침범하려면 대동강·청천강·압록강이라는 세 개의 강을 다 넘어야 하므로 그 사이에 중국군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부산에서 압록강까지 가는 길에는 산악들이 많지만, 압록강 위쪽에는 기본적으로 평야가 펼쳐져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행군하는 군대의 입장에서는, 압록강을 건너기 전까지는 힘들지만 압록강을 넘은 뒤에는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양쯔강(양자강) 인근의 난징이나 상하이 쪽에 수도를 둔 국가와 달리, 베이징에 거점을 둔 국가의 입장에서는 '강적'의 압록강 접근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압록강을 넘은 적군이 만주평야를 거쳐 베이징까지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국가들은 적대세력이 압록강 건너보다는 대동강 건너나 그 남쪽에 있기를 자연스럽게 희망했다.

임진왜란 때도 명나라군이 참전한 것은 일본군이 평양성을 점거한 뒤였다. 참전 직후부터 명나라가 일본에 요구한 것도 평양 이북으로는 올라오지 말라는 것이었다. 조·명 연합군이 평양성을 탈환한 뒤에도 명나라는 '일본이 훨씬 남쪽으로 철군하면 조선의 일부를 떼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강화협상에 임했다. '강적'이 대동강을 넘는 것에 대한 베이징 정권 혹은 왕조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사례다.

강적을 대동강 이남에 묶어둘 필요성은 공군력이 발달한 현대에는 다소 의의가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국방 및 외교 담당자들은 예로부터 그런 관념에 매여 있었다. 또 아무리 공군이 발달한다 해도 적대세력이 압록강 남쪽에 있는 것과 대동강 남쪽에 있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클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적성국가를 대동강 이남에 묶어두는 전략은 오늘날의 중국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키신저는 한국전쟁 당시의 미국이 그 같은 중국의 의중을 잘 알았다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미군이 평양-원산 라인을 넘지 않았다면 전황이 크게 바뀌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했다면) 중국 국경선에는 가까이 가지 않으면서 북한의 전쟁수행능력을 대부분 파괴하고 북한 인구의 90%를 통일된 한국에 흡수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단언이다.   평양-원산 라인의 이남만 점령해도 북한군의 화력이 거의 파괴되고 북한 인구의 대부분도 포섭되므로, 미군이 이 라인에서 멈췄다면 중국군의 참전을 초래하지 않고 한반도를 통일했을 수 있다는 게 키신저의 생각이다. 대동강 이북만 차지한 북한 정권은 힘을 쓸 수 없으므로 사실상 통일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봤던 것이다.

위 보고서는 키신저와 유사한 판단에 입각해 있다. 중국이 자국 국경 근처에서 미군의 부재가 유지되기를 희망한다는 위 보고서 표현은 적대세력이 압록강 부근에 주둔하지 않기를 바라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미 국방부가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인식 하에 위 보고서는 중국의 입장을 설명한다. '강적'이 대동강보다 훨씬 이남인 임진강 밑에 주둔해 있는 지금의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와 한반도 군사충돌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서술한다. 보고서는 현상유지를 저해하는 그런 상황을 방지하고자 중국 지도부가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만약 북한서 돌발사태 발생하면...' 보고서의 전망 

하지만 북한에서 돌발 사태가 발생하면 그 확산을 막을 목적으로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불사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한다. 이럴 경우에 인민해방군이 착수하게 될 조치와 관련하여 "난민의 흐름을 통제하고자 중국·북한 국경을 확보하는 일이나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거나 완충국 북한을 유지하기 위한 대북 군사 개입"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한다.

북한을 어떻게든 완충 국가(buffer state)로 남겨두기 위해, 중국군이 군사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창건 76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통해 주민생활 안정을 강조했다. (2021.10.12)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창건 76주년을 기념하는 연설을 통해 주민생활 안정을 강조했다. (2021.10.12)
ⓒ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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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적'을 대동강 이남에 묶어두는 전략은, 이처럼 중국이 현상유지를 목적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하게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북한 비상시에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게 되는 동기가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이것은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국이 친중국가가 되지 않는다면 중국이 한국 주도의 남북통일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통일 한국에 주한미군이 남게 되면 압록강 남쪽에 강적이 주둔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으므로, 미군 철수가 전제되지 않는 한국 주도의 통일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우리에게 그 같은 생각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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