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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일이다. 평소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나는 집에 오던 중 꽃집에서 카랑코에라는 작은 화분을 하나 구입했다. 꽃집 주인은 크게 관리를 하지 않아도 물만 제때 주면 잘 자랄거라고 했다.

햇빛을 쬐게 하려고 집 앞 골목 한편에 작은 화분을 놓아두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누군가 그 작은 화분을 가져가 버렸다. 애지중지 키우던 화분이라 화분이 있던 자리를 볼 때마다 화도 나고 속상했다. 같은 건물에 사시던 할머니가 오시더니 화분이 사라진 자리를 보며 말하셨다.

"그저껜가 어떤 여자가 화분 버린 거 같다며 가지고 가려고 하길래, 옆집 사는 총각이 키우는 거라고 내가 가져가지 말라고 했어. 그런데 가져갔나 보네."

그러면서 할머니는 조심스레 골목 건너 주택 하나를 가리키며 필시 그 여자가 가져갔을 거라고 하셨다. 목격자도 없고 화분을 밖에 둔 내 잘못도 있기에 속상하지만 넘어갔다. 그런데 며칠 전에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한 달 전 어머니가 키워서 먹으라고 네모난 스티로품 박스에 상추 모종을 심어서 주셨다. 그 상추를 누군가 박스채 들고 가 버렸다. 게다가 철문 안쪽 계단에 두었던 작은 화분도 함께 없어졌다. 전 직장에서 일하던 선생님에게 선물 받은 화분이었다. 
   
집 앞에 두었던 화분과 상추를 두 번이나 누군가 말없이 가져가 버렸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주인의 허락 없이 가져가 버리면 절도 행위다.
▲ .담벼락에 뭍인 벽보 집 앞에 두었던 화분과 상추를 두 번이나 누군가 말없이 가져가 버렸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주인의 허락 없이 가져가 버리면 절도 행위다.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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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두었던 상추와 화분을 가져간 사람이 누군지 얼추 짐작은 간다. 하지만 이번에도 증거가 없으니 찾아가서 확인 하기도 애매하고 마음만 속상하다. 경고문에 썼던 영상을 확보했다는 말도 가져간 사람 양심에 가책을 느끼라고 썼다. 경찰에게 석 달 간격으로 두 번이나 키우던 화분과 상추를 도둑맞았다고 했더니 비슷한 신고가 많이 들어온단다.

"상추 키우시던 자리에 경고문 하나 써서 붙여놓으세요."

이미 경고문을 써서 붙여 놓았다고 하니 잘했단다. 도난 신고하려면 파출소에 가서 정식으로 접수하란다. 신고를 할까 했지만 증거나 영상이 없으니 망설여진다. 어머니에게 전화가 와서 상추를 누가 말도 없이 가져가 버렸다고 하니 어이 없어 하시면서 다시 하나 갖다 줄 테니 잊어버리라고 하신다.  

당근 마켓에 달린 위로와 공감 댓글들

당근 마켓에 화분과 상추를 잃어버렸다는 사정을 올렸더니 하루가 지나지 않아 자신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경찰에 신고하라는 댓글도 많았다. 이런 일로 신고까지 하는 게 맞나 싶어서 신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추와 화분이 빈자리를 볼 때마다 속상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저희는 밭에서 고추를 훔쳐가서 잡아서 경찰서에 데려갔는데도 굳이 별것도 아닌 일에 왜 호들갑이냐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진짜 농작물은 과자 한 봉지 절도당한 것만도 못하게 생각합니다. 남의 물건을 왜 훔쳐가는지 이해 안 됩니다." - cl

"화분들 은근 많이 훔쳐 가요. 돈 되는 식물들은 되팔려고, 먹을 수 있는 것들도 주인처럼 수확해가고 자전거 같은 금품으로 취급도 안 해서 찾기 더 어렵고 보통 가져다 놓지도 않아요. 좋은 후기 올라오길 바라요." - 우피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 담벼락에 붙은 벽보다. 종종 비슷한 문구를 써붙인 벽보를 볼 수 있다.
▲ 어린이집 벽보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 담벼락에 붙은 벽보다. 종종 비슷한 문구를 써붙인 벽보를 볼 수 있다.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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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지나다 보면 화분을 잃어버린 주인의 절절한 심정이 담긴 벽보를 종종 본다. 얼마나 속상하면 벽보까지 붙일까 싶었는데 막상 내가 그 상황이 되니 그 속상한 심정이 이해가 간다.

사람들은 그깟 작은 화분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당사자에게는 소중한 것들이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잃어 버리니 화도나고 속상했다. 

카페 '노트북'도 안 가져가는 나라인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오면 가장 크게 놀라는 점이 카페나 도서관에서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그대로 두고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것이다. 집 앞에 놓인 택배 상자도 마찬가지다. 외국에 비하면 도난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편이다.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 있다. 그런데 유독 자전거와 화분은 많이 사라지는 것일까? 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상추 다시 가져다 놓았다."
"괜찮아요. 또 가져가 버리면 소용없어요."


해걸음 무렵 퇴근하고 철문을 여는데 계단에 하얀 도자기 그릇이 놓여 있다. 그 속에 상추 새싹이 가득 피어나 있다. 이십년 넘게 살고 있는 정겨운 골목이지만 화분 하나 마음 놓고 키울 수 없는 주변 환경이 못내 씁쓸하다. 요즘 따라 강아지도 키우고 식물도 키울 수 있는 좁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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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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