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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단풍 선운사 단풍은 물 속에 비치는 반영과 더불어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 문운주
     
6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전북 고창 선운사 단풍구경을 하기 위해서다.

호기롭게 출발했다가 차가 막혀 몇 번 되돌아온 뒤로는 백양사·내장사는 아예 엄두도 못 낸다. 이번엔 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는 친구 3명과 함께다. 어디론가 떠나자고 하면 선뜻 나서 주는 이들이 있어 가을이 쓸쓸하지 않다.

입구에 인공바위들을 세워놓아 선운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몇 걸음을 옮기니 '송악'이라는 표지가 보인다. 생소한 이름이어서 안내판을 들여다봤다. 송악은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물체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식물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매표소에 신분증을 보여주니 그냥 통과다.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목욕탕에서 경로 할인해 준다고 화를 냈다는 친구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서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라고 애써 위로해본다.
   
선운사 단풍 반영 ⓒ 문운주
   
선운사 단풍 반영 ⓒ 문운주

늙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전국 곳곳에 단풍 명소가 있지만, 선운사 단풍은 더 선명하고 깊이가 있다. 단풍이 깊은 물속에 들어 색깔 또한 더욱 붉다. 탐방길이 선운천을 따라 길게 이어져 걷기가 편하다. 느낌이 다르다.
 
선운사단풍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 단풍 명소다. ⓒ 문운주
 
사진가들도 촬영을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6일에도 마주친 사진가들이 수십 명은 되는 듯하다. 바닥에 배를 깔고 좋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여기저기 장소를 옮기며 셔터를 누른다. 부러운 생각에 나도 휴대폰 카메라로 이것저것 정신없이 담아봤다.

아치형 다리는 박물관 연못이나 절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선운사 다리 이름이 극락교라 시선이 끌린다. 다리 기둥을 가운데 세우고 두 개의 아치로 만들었다. 아치를 프레임 삼아 뒷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가을 단풍 촬영지의 명소다.

마을 주민들 행사인 선운문화제 관람
 
선운문화제 스님의 장삼과 붉은 단풍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 문운주
     
선운문화제 이동하는 스님과 마을주민들 ⓒ 문운주
   
붉게 물든 단풍에 넋이 나간 사이, 어디선가 들리는 태평소 소리에 맞춰 들어오는 스님들의 행렬이 눈에 띈다. 스님들을 뒤따라 가보기로 했다. 가장 핵심은 검단선사 보은 염선제다. 선운사에서 절 창건자인 검단선사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보은 염선제는 검단선사가 인근에 사는 가난한 마을 사람들에게 소금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 그 후 생활터전을 마련한 주민들은 마을 이름을 검단리라 정하고 1년 동안 만든 소금을 검단선사에 올리는 의식인 행사를 한다고 한다.

선운문화제는 보은제가 핵심이지만 법회, 음악회 등의 다양하다. 보은과 나눔의 행사다. 따듯한 차 한잔을 얻어마시니 추위가 가신다. 스님들의 염불소리, 법고무(북치는 무용), 바라무 등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산속 깊이 자리 잡은 절은 사시사철 휴식처를 주고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계곡의 물소리, 울창한 숲... 절은 종교를 떠나 산속에 숨겨놓은 우리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서해 일몰의 명소 낙조대 산행

도솔제 쉼터를 지나니 오른쪽으로 진흥굴과 장수송이 나타난다. 진흥굴은 신라 제24대 진흥왕이 수도 정진하였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장사송은 수령 600여 년, 높이 23m로 이 지역 옛 이름이 장사현이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되고 있다.   
 
검단 선사에 의거 쫒겨난 용이 부딪혀 만든 동굴이라는 용문굴이다. ⓒ 문운주
 
여기부터는 완만한 경사길이다. 30여분가 지났을까. 용문굴에 도착했다. 577년(백제 위덕왕 24) 검단선사가 절을 세울 목적으로 선운산을 찾았다고 한다. 선운사 자리의 연못에 용이 한 마리 살았다. 그 용은 검단선사에 의해 쫓겨났고, 급히 도망치다가 바위에 부딪히며 굴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용문굴이다. 설화와 전설은 여행에 양념 같은 것이다.

낙조대에 오르니 기암괴석이 봉우리를 이루고 있어 경관이 빼어난다. 멀리 저수지와 능선이 어우러져 장관이다. 서해에 떨어지는 일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북쪽으로는 소리재, 절벽 바위 등이 있다. 
 
선운사 단풍 가을이 돼 마주한 선운사의 노란 단풍 ⓒ 문운주
 
선운문화제 특설무대로 이동하는 스님과 마을 주민 ⓒ 문운주
   
선운문화제 특설무대로 이동하고 있다. ⓒ 문운주
 
태그:#선운사, #선운산, #선운사단풍, #선운문화제, #도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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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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