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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왼쪽부터), 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10월 28일 서울 채널A 상암 DDMC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제9차 토론회-‘일대일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왼쪽부터), 원희룡, 홍준표,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10월 28일 서울 채널A 상암 DDMC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제9차 토론회-‘일대일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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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5일)이면 국민의힘의 대선후보가 결정된다. 보통 '이번처럼 정책과 비전이 제시돼지 않는 대선은 없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은, 살펴보지도 않고 관성적 문구를 반복하는 것이다. 특히 주류 족벌언론들이 그러는 것은 곱게 들리지 않는다. 그들이이야말로 알맹이없고 쓴웃음만 나오는 '로봇 학대' '조폭 돈다발' 등으로 끝없이 정책과 비전에 대한 논의나 비판을 뒷전으로 밀어낸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개월간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TV토론과 후보들의 주장과 정책들을 (상당한 인내심으로) 꼼꼼히 챙겨온 사람들은 이 당의 성격과 기반, 정책과 비전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경제적으로는 규제를 완화하고 보편적 복지는 중단하고 기업에 해고의 자유를 주겠다는 친기업적 시장만능주의다.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과 '강성노조'를 억누르겠다는 반민주적 권위주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맞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대북강경책으로 돌아가겠다는 냉전보수주의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중단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여가부를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을 막아내고, 사형집행을 부활하고, 탄소중립을 폐기하며 핵발전으로 돌아가고, 핵무장을 하겠다는 방향 등이 결합돼 있다.

TV토론에서 기억에 남는 발언들이 많았다. "민노총은 서민의 피를 빨아먹는 우리나라의 '암'이다" "긴급명령권으로 강성노조의 패악을 뿌리 뽑겠다" "내가 통진당 해산에 앞장선 사람이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잘라내겠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참수작전이 필요하다" "주사파들과 싸워야 한다" "문재인에 대해 '여적죄'를 검토해야 한다" "나는 중국 언론도 인정하는 반중국 정치인" "4050의 민주당 지지는 전교조 교육 때문" 등등.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비전과 정책은 없는 게 아니라 분명히 있었다. 둘째, 다만 그 방향은 명백히 보수반동적이다. 셋째, '이명박근혜' 시대와 비교해 큰 변화는 없고 다시 돌아가자는 내용이 주된 것이다. 물론 '태극기집회'에서 곧장 온 것 같던 황교안, 안상수, 최재형 등이 4강에 못끼기는 했다(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던 황교안은 지금, 국민의힘 내부경선도 부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 모두를 능가할 것 같은 홍준표가 빅2 중에 하나로 남았고, 윤석열은 소위 '1일 1망언'을 하며 부지런히 그들을 따라잡아 왔다. 사실 그동안 윤석열의 망언들을 돌아보면, 국민의힘의 정치적 기조와 어긋나지 않고, 그 당의 정치인들이 해 온 발언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실제 윤석열은 TV토론 자리에서 거듭해서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치에 입문하고 국민의힘에 들어온지 몇 달 밖에 안 된 사람이 그런 발언들을 해서 더 주목받게 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윤석열은 갑자기 등장한 비주류가 아니다. 윤석열은 오래전부터 기득권 카르텔의 주류였다. 이것은 그가 꾸린 캠프가 순식간에 어떤 경쟁 후보보다 더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직자들을 흡수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선후보 4강 중에 3명이 검사 출신인 이 당에서 윤석열은 가장 최근에 검찰 최고수장 자리에서 옮겨온 인물이라는 차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검언정 카르텔' 구조에서는 더 큰 힘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판사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의 힘은 국민의힘의 다른 후보들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가 검찰 캐비넷의 깊은 곳에서 어떤 정보와 자료들을 보고 나왔을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TV토론에서도 초반에 자신의 가족 비리들을 공격하던 다른 후보들에게 윤석열은 '유승민의 아버지와 형' '홍준표의 처남'을 슬쩍 언급했고, 우연의 일치인지 그후부터 다른 후보들이 윤석열 가족 문제를 언급하는 장면은 부쩍 사라져갔다.

이처럼 기득권 카르텔의 일부였던 윤석열이 2016년 촛불 속에 '적폐청산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새정부에서 승승장구하다가, 이제 국민의힘의 유력 후보가 된 과정은 설명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은 연인원 1700만 명이 참가했다는 2016년 촛불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치적 경향이 섞여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박근혜 정권의 반민중적, 반민주적, 반역사적인 줄푸세, 종북몰이,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위안부 합의, 백남기 죽음 등에 반대해 분노를 폭발시킨 진보개혁 성향의 시민들만 있었던 게 아니다. 그와 무관하게 '측근을 방치해 국정을 농단하고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에 더 주목한 중도·우파 성향의 시민들도 있었다. 나아가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기반해 저급한 음모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섞여있었다.

촛불의 열기가 가라앉는 과정에서 검찰과 주류언론, 우파는 정치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최서원의 개인비리와 도덕성의 문제로 물꼬를 잡아갔고 촛불시민들의 갈라서기는 본격화됐다. 한편, 촛불의 바다에 고립됐던 태극기 우파는 그후 5년 동안 끈질기게 매주 거리시위와 행진을 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려 왔다.

검언정 카르텔은 2019년 검찰대란(소위 '조국대전')을 분수령으로 '개인비리와 도덕성'의 칼날을 반대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내로남불', '부패와 위선'은 집권세력을 공격하는 우파의 가장 효과적 무기가 됐다. 윤석열은 '적폐청산의 영웅'에서 '반영웅'으로 변신해 갔다. 즉, 윤석열은 처음부터 촛불에 담긴 모순과 어두운 욕망의 반영이었다.

그 후 검언정 카르텔의 행보를 보면 2016년 촛불에 대한 '미러링과 패러디'의 연속이었다. 문화부 블랙리스트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로, 정유라 입시비리는 조국가족 입시비리로, 국정원 선거개입은 청와대 울산선거개입으로... 최근에는 '다스는 누구겁니까'를 '회천대유는 누구겁니까'로 뒤집으려 했다. 프레임 조작과 마녀사냥이 이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면서 검언정 카르텔과 기득권 우파는 우파 재결집을 성공시켜 왔다. 태극기 부대까지도 상당부분 흡수했다. 중도층 흡수를 통한 기반 확대도 일부 성공했다. 여기에는 우파 포퓰리즘의 효과와 중도층의 보수화가 모순적으로 결합돼 있다. 새로운 보수처럼 보이는 이준석의 당선과 함께 국민의힘으로 들어간 26만명에 달하는 주로 2030이라는 신입당원들의 존재, 국민의힘과 윤석열의 지지자로 변신한 서민 교수와 김경율 회계사의 극적인 우경화 등이 이것을 보여 준다.

이런 우파 재결집과 기반 확대에는 여전히 틈과 불안정이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국민의힘과 손잡았던 안철수와 금태섭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안철수는 다시 독자 출마한 상황이고 금태섭은 진중권, 권경애 등과 함께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사실상 국민의힘과 윤석열을 간접적으로 돕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합류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홍준표가 후보가 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우파 포퓰리스트들과 그 주변부 세력들은 아직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며 충분히 힘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그 위험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철학자이면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인 낸시 프레이져(Nancy Fraser)는 최근에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좌파 포퓰리즘은 사회를 99%와 1%라는 두 그룹으로 나누는 이분법이다. 반면 우파 포퓰리즘은 사회를 피에 굶주린 엘리트들과 무임승차 집단과 양쪽에 의해 먹잇감이 되는 순결한 국민이라는 세 그룹으로 나눈다. 좌파 포퓰리즘은 적을 월 스트리트나 억만장자 계급으로 규정하지만, 우파 포퓰리즘은 "멕시코인 강간범"과 "게으른 흑인"들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러한 차이는 정치적 도덕적으로 중요하다. 좌파 포퓰리즘의 세계관이 진실에 더 가깝고 계급투쟁으로 가는 과도기적 진입점이다.'
 
'부패하고 위선적인 주사파 출신의 586엘리트들이 광기어린 대깨문, 깡패같은 강성노조, 한국을 집어삼키려는 중국인들의 눈치를 보면서 억강부약이라고 편가르기를 하며 국민들을 갈취하면서 나라를 베네수엘라처럼 만들고 있다'는 국민의힘 진영과 족벌언론들의 선동을 보면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이들의 성장을 막아내고 계급투쟁의 새로운 진입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이제 국민의힘의 후보가 정해지면 그런 고민은 더 구체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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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며 <다른세상을향한연대>의 실행위원입니다. 더 많은 글들은 여기서 봐 주세요. http://anotherworld.kr/ 페이스북 계정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746737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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