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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하이스쿨 아이들의 신체 변화가 사춘기를 겪어서 폭풍성장하면서 문제가 심화되기도 한참 전인 열 살, 열 한 살의 아이도 이미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끼기 시작하며 실제로 부모의 권위가 약해지고 힘도 점점 줄어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한국말도 곧잘하며 고분고분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영어만 쓰며 부모를 답답해 한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스크롤하며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이를 위해 자신이 이민을 온 1세대도, 이민 온 부모밑에서 자라서 어느덧 부모가 된 2세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이 키우는 것에 자신이 없다. 우리는 참으로 힘든 때에 힘든 장소에서 부모가 되었다. 아이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 익숙치 않고 내가 다니던 학교와 다른 곳에서 다른 교육과정으로 낯선 교육을 받는다. 스마트폰과 전자 기기로 중무장한 우리의 10대 아이들은 모든 정보가 스크린을 통해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듯하고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은 실제로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 어마어마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내가 가진 언어와 내가 가진 지식은 아이들 앞에서 무력하다. 

아이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은 점점 더 귀찮아하고 지루해하며 툭하면 싫다고 안간다고 하면서 친구라면 죽고 못 산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점점 인스타그램, 틱톡, 디스코드 등 소셜미디어에서 죽치고 살며 실제 사람들도 아닌 캐릭터에게서 온갖 좋지 않은 영향을 다 받고 있는 것 같다. 아이가 가끔 내비치는 걱정거리나 불안은 공감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가끔 화를 내거나 폭발할 때는 쟤 어디서 저런 면이 나오나 무서울 지경이다.

한국의 또래들에 비하면 학교도 일찍 끝나고 방학도 길고 공부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도 공부하기 싫다고 난리다. "나 때는 말야, 학교에서 죽치고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나중에 학원 뺑뺑이 돌고 각종 참고서를 독파하고" 말하려고 하면 불만스럽게 쳐다보는 시선을 바로 느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고분고분하지 않다. 좀 가르치려 말을 꺼내면 바로 "I got it, I got it!"하고 부모의 말을 막으며 자리를 피한다. 약간의 잔소리만 하려고 해도 됐다구요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문을 꽝 소리 내며 닫는 것은 보너스다. 폭력의 의도는 전혀 없이 손만 약간 올려 기강만 잡으려고 한 것 뿐인데 아이는 기겁을 한다. 집을 나간다. 때로는 경찰에 신고도 한다. 정말 억울하다. 예의범절이 이렇게 없는 아이를 키우려고 내가 호주에 이민을 왔나 싶다. 건너 건너 집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스쿨캡틴이라던데 우리 아이는 왜 이러는 걸까. 누가 뛰어나라고 했나. 그냥 평범하게 자기 할 일 좀 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아이들은? 그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소셜 미디어에는 부모와 대화가 안된다는 10대 아이들의 비명이 넘쳐난다. 나 좀 가만히 놔두라고. Toxic Asian Parents(유해한 아시아 부모들)라는 키워드로 Reddit(레딧)이라는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에 들어가서 검색을 한번 해보시라. (bad) Asian Parents Stories((나쁜) 아시아 부모들 이야기)라는 방이 따로 개설되어 수만명의 회원이 있다. 모친에게 드디어 "You are an evil a## hole!"라고 마침내 진심을 말했다는 포스팅처럼 극을 달리는 반항의 글을 포함해 여기 저기 불만이 넘쳐난다. 이 아이들은 누구의 아이들인가? 낳아주고 키워주는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불손한, 그냥 되바라진 아이들인가?

바뀌어야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들일까? 10대는 아직 어린 것들이니 지금이라도 개과천선하여 부모 말 잘 듣고 나라에 충성하고 권위에 순종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둘 중 누가 바뀌어야 한다면 그것은 부모들이다. 부모가 어른이기 때문이다. 가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헷갈려 한다. 아이들만 고치려 한다, 실패하면서도. 아이들은 당신이 바뀌면 따라서 바뀔 것이다. 순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부모다.

10대가 되면 부모는 매니저가 아니다. 컨설턴트이다. 매니저는 아이의 스케줄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결정권도 가질 수 있지만 컨설턴트는 아니다. 결정은 아이가 내린다. 그것을 위해 최대한의 도움을 주더라도 결정은 아이가 한다.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아직 우리 아이는 내가 매니저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시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가야할 길은 컨설턴트의 길이다. 왜냐하면 육아의 최종 목표는 '독립'이기 때문이다.

우리 한인 가정의 어떤 아이들은 오늘도 외치고 싶어한다. "ShXX, Go and get some parenting education yourself!(젠장, 가서 부모 교육 좀 받으세요!)"라고. 이 말은 10대 자녀 양육세미나에 오신 한 부모님이 자녀에게 실제로 들은 말이다. 이 말을 흘려 들으면 안된다. 우리는 배워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호일보 hanhodaily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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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24년째 거주중인 한인동포입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여러 호주의 커뮤니티 서비스 기관에서 일해왔고 있고 현재는 한인 부모를 상대로 육아 세미나를 진행 중입니다.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를 주로 기사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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