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풍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펴냈던 동화책.
 풍산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펴냈던 동화책.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전북 순창군 풍산초등학교 전교생은 '동화작가'다. 지난해 자신의 이름으로 된 동화책을 한 권씩 펴낸 학생들은 올해 또다시 동화책 한 권씩을 더 만들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오전 8시 30분 풍산초등학교를 찾았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실 6곳에서는 오전 9시 수업 시작 종소리와 동시에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풍산초 학부모들로 구성된 독서 지도 모임 회원 6명이 한 학년씩 맡아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줬다. 학부모들은 지난 2011년부터 꼬박 11년째 매주 목요일이면 학생들에게 15분가량 책을 읽어주고 있다.

"교직 26년째 학부모 독서 모임 처음"

2학년 교실에는 다섯 학생이 학부모가 읽어주는 동화책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눈망울을 반짝거렸다. 학부모는 구성진 말투와 억양으로 학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6학년 교실에서는 학부모의 손짓과 말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2학년 다섯 학생이 박재란 학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 있다.
 2학년 다섯 학생이 박재란 학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독서 시간에 앞서 만난 한정란 교감은 "교직 생활 26년째인데 올해 풍산초등학교에 와서 학부모님들이 자발적으로 꾸려 가시는 독서 모임을 처음 봤다"면서 "(학생이) 졸업한 학부모님께서도 계속 참여하시고, 바쁘신데도 매주 여섯 분씩 조를 구성해서 오시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풍산초에서) 근무한 지 4년 반 됐다"는 이예인 3학년 담임교사는 "학교에서 학부모님들께 별로 해 드리는 것도 없는데 한 주도 빠짐없이 여섯 분씩 꼬박꼬박 참여하고 계신다"면서 "아이들이 항상 독서읽기를 듣는 게 습관이 돼 있다 보니까, 아이들에게 15분은 정말 긴 시간임에도 저학년 학생들조차 집중해서 잘 듣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이어 "훈련이 잘 돼 있어 어디 행사 같은 데를 가서 '애들아 이제 앉아. 얘기해 줄게' 하면 딱 집중하는 게 다른 학교 학생들과 다르다"면서 "그럴 때면 꾸준히 독서 지도한 효과가 참 좋구나, 실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저는 풍산초 어린이 작가입니다"

학교 도서관에는 작년에 학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펴낸 동화책이 진열돼 있었다. <가림이의 이야기>, <저 행성으로>, <나쁜 벌> 등의 동화작품에는 '글ㆍ그림 강동우' 등 학생 이름이 쓰여 있다. <나쁜 벌>을 쓰고 그린 심동민 학생의 '소개의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저는 풍산초 3학년 어린이 작가 심동민입니다. 사람들이 착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 이 그림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나쁜 벌'이 착해지는 내용입니다. 엄마와 착한 벌은 나쁜 벌이 착해지기를 바랐습니다. 뭐라고 말했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이제부터 엄마 말씀 잘 듣고, 형, 누나 말도 잘 들으세요. 그리고 착하게 지내세요."

책 표지 안쪽에는 저작권 표시가 돼 있다.

"이 책의 저작권은 지은이 심동민과 풍산초등학교에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

이 교사는 학생들 책을 한 권 한 권 보여주며 내용을 설명했다.

"학원에 가야 되고 집에 가면 맨날 엄마가 잔소리하시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거예요. 하하하. 이 책은 더 행복한 곳으로 떠나고 싶다, 그런 내용이거든요. 또 이 책을 쓴 학생은 수줍음이 굉장히 많은 아이인데, 자기 이야기를 쓴 거예요. 여기 3학년 학생 책은 판타지, 책들에 특성들이 다 나타나더라고요. '작가'라는 의미를 부여하니까 아이들이 더 흥미를 가지더라고요."

이 교사는 학생 작가를 바라보는 뿌듯함을 계속해서 표현했다.

"교내 전시에 그치는 게 아니고, 지역의 미술관을 활용해서 동화책 전시를 한다는 게 아이들도 그렇고 학교도 그렇고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책 읽어라', 습관적으로 되게 많이 듣는 말이잖아요. 그런데 학생들이 동화책을 만드는 걸 계기로 직접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어요. 학부모님들이 책 읽어주시면서 커다란 발판을 깔아주셨어요."

학교 곳곳에 독서 친화 환경 조성

도서관뿐만 아니라 학교 곳곳은 독서 친화적이었다. 계단 부근 빈 공간에는 '짬짬이 도서관'을 둬서 학생들이 오가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복도 끝 공간은 친환경 나무 소재로 작업대를 만들어 그림 작업실로 꾸며 쾌적한 환경에서 학생들이 동화책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때마침 학생들이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었다.

이 교사가 "누가 자기 동화책 이야기 해 볼래요?"라고 묻자, 주하정(4학년) 학생이 직접 그린 그림을 넘기며 설명했다.

"주인공 '발랄이'는 별명입니다. 발랄이가 임무를 받고 죽전마을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임무는 당산에 있는 느티나무를 찾는 것이고, 두 번째 임무는 마을 경로당을 찾는 것이고, 세 번째 임무는 마을 회관을 찾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저수지에서 낚시하시는 아저씨를 찾는 거예요. 죽전마을은 대나무가 많이 나오는 곳입니다."

강윤성(4학년) 학생은 동화책을 만드는 데에 당찬 의미를 부여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데 시간이 많이 소비되었지만, 그때 기쁨과 자신감을 얻고 책을 두 번이나 만들었어요.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를 소중히 다루고 국민들을 소중하게 대하자, 그런 메시지를 전달받았으면 합니다. 내년에도 또 만들고 싶어요."

이 교사는 "학생들이 올해 6월부터 직접 이야기를 만들고 등장인물 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거기에 맞는 그림을 그렸다"면서 "학생들이 만든 동화책은 11월 9일 순창읍 옥천골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독서 모임 참여, 선택이었네"

독서 읽어주기를 마친 학부모들과 도서관에 마주 앉았다. 올해 새내기 1년 차라는 박미선 학부모(1학년 이승준 학생 모친)는 유쾌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가 풍산초병설유치원 다닐 때 유치원 선생님이 초등학교 학부모 독서 지도 모임이 있는데 어머님이 도와주셔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학부모는 다 해야 되는 의무인 줄 알았어요. 학교에 연락을 드렸더니 선택이었어요. 근데 활동하는 게 재미있는 거예요. 엄마들이 아이 키우며 친구들 만나기도 쉽지 않잖아요? 언니도 생기고 동생도 생기고 좋더라고요."

독서 모임 회장을 맡은, 올해 2년차 박재란 학부모는 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년에 독서 모임 들어올 때 재학생 학부모는 저 혼자밖에 없었어요. 다른 분들은 전부 졸업생 엄마들이었어요. 사실, 저는 할머니예요. 손녀는 초등학교(임진주 2학년)에, 손자(임진경)는 유치원에 다녀요. 선배님들이 너무 잘 이끌어주셔서 정말 재미있어요."
 
도서관 벽에는 학생들이 책을 읽어주는 학부모들에게 드리는 감사 인사가 삐뚤빼뚤한 손 글씨로 적혀 있다.
 도서관 벽에는 학생들이 책을 읽어주는 학부모들에게 드리는 감사 인사가 삐뚤빼뚤한 손 글씨로 적혀 있다.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작은 학교 문 닫게 생겼다' 걱정에 시작

이예인 교사는 학부모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이었다.

"어느 학교나 선생님들은 질문하고 아이들은 대답하는 식이잖아요. 선생님 얘기는 항상 하는데,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 관심을 갖고 뭔가로 만들어줬던 적이 있었던가? 반성이 되더라고요. 동화책을 만들면서 아이들이 자기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속에 있던 이야기, 표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아이들하고 친밀하게 교감됐던 게 굉장히 많았어요."

학부모들은 학생과 학교 자랑에 끝이 없었다.

"학교 밖에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서 동화책에 아이들의 성격이 다 나와요. 꼼꼼한 아이, 정말 활기찬 아이, 저희도 작년에 동화책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박미선)

"독서 읽기는 월 별로 학년을 바꿔가면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반에 들어가요. 학부모들이 학생 한 명 한 명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아프면 또 어디가 아픈지 다 알아요. 정말 가족 같아요."(박재란)

11년 전 독서 모임을 주도해 처음 시작했던 김선영 학부모(졸업생)는 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2010년 5월부터 시작했더라고요. 10년 전에도 '작은 학교들 이러다가 문 닫게 생겼다', '학교를 위해서 무엇을 할까'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풍산초등학교 동화책 작가는 지난해 35명, 올해는 30명이다. 1년 새 전교생이 20%가량 줄었다.

"2년 전부터는 신입생이 정말 한두 명밖에 없어서 졸업생 학부모님들이 독서 모임을 계속하고 계세요. 제가 '학교괴담'이라고, 학교를 떠날 수가 없다고 해요. 하하하."

풍산초등학교는 생존을 이어갈 수 있을까. 김선영 학부모의 웃음소리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황예인(4), 심동민(4), 주하정(4), 정하랑(4), 한석희(3), 강윤성(4), 강동우(3) 학생과 이예인 교사. 괄호는 학년.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황예인(4), 심동민(4), 주하정(4), 정하랑(4), 한석희(3), 강윤성(4), 강동우(3) 학생과 이예인 교사. 괄호는 학년.
ⓒ 최육상

관련사진보기

누리꾼과 함께하는 팩트체크 :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래 6단계 이미지를 클릭시 피노키오 지수가 올라갑니다.
7
0
0
0
0
0

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11월 3일자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