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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도 안 오는 거지?' 시작 시간이 다되도록 오직 나뿐이었고, 유리창 너머로 입구를 뚫어지게 쳐다봐도 누구도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섯 명이 그룹이 되어 운동하는 필라테스 수업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일대일 수업이 되어버렸다.

선생님은 내 동작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졌고, 회원들이 없으니 평소 할 수 없었던 말들을 편하게 하셨다.

"회원님, 정말 잘하시네요. 유연성도 좋고요. 몸을 쓸 줄 아시는 거 같아요."

나는 어깨가 으쓱해지며 한마디 거들었다.

"감사합니다. 저는 필라테스가 너무 재밌어요. 나중에는 자격증도 따보고 싶을 정도예요~!"

선생님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회원님, 이미 95%는 자세가 다 완성되었어요. 아마 자격증 따는 데 수월할 거예요. 공부하시고, 디테일한 부분만 잡으시면 될 거 같은데요~ 3개월밖에 안 하셨는데 이 정도면 진짜 대단하신 거예요"라는 말로 나를 치켜세웠다. 

아... 칭찬을 받으면서도 찝찝한 마음... 하지만 난 말할 수 없었다. 다음 수업시간이었다. 다행히 수강생들이 제시간에 왔고 계획했던 대로 5대 1의 수업이 이루어졌다.

한 시간 동안 송골송골 땀을 맺어가며 한 동작 한 동작 열심히 따라 해 본다. 그리고는 운동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고자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엘리베이터에서 함께 운동하는 아주머니가 나에게 묻는다.

"운동 얼마나 하셨어요?"
"저 3개월 조금 넘은 거 같아요."


마스크로 가려져 아주머니의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깊은 한숨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나도 3개월 했는데... 난 왜 이렇게 못하는 거지. 에휴.... 진짜 잘하시더라고요."
"아... 네..."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 칭찬을 받으면서도 찝찝한 마음... 하지만 난 말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아주머니가 집에 가면서 나와 자신을 비교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나 운동 잘하는 사람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 나는 잘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첫날부터 잘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뱃살이 통통하게 나와도 여전히 윗몸일으키기를 빠른 속도로 해낼 수 있는 근육질로, 과거 체대생이었다. 하지만 필라테스 선생님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러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도 그저 미소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근육으로 펌핑된 무거운 다리를 끌고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내가 대학 간 이후로 운동을 안 했다 한들 그동안 몸으로 쌓아온 시간이 얼마나 많은데... 나랑 비교하면 쓰나... 나도 정말 힘들게 운동했는데... 지금 필라테스 잘하는 것만 보고 비교하면 안 된다고요!'

프린스턴 대학의 요하네스 하우스 호퍼라는 교수는 실패로 인해 낙담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실패 이력서'를 작성해 공개하였다. 그는 이력서에 진학에 실패했던 학교를 시작으로 취업을 하려 했으나 거절당한 곳을 적었다. 뿐만 아니라 학회지에 거부당한 논문들, 받지 못한 장학금 그리고 신청했지만 지원받지 못한 연구비 등을 나열하고는 자신의 마음을 덧붙였다.

"나는 지금껏 수없이 많은 일들에 실패했다. 그러나 나의 실패는 사람들 눈에 잘 보이지 않기에 사람들은 늘 성공한 모습만 보게 된다. 그리고는 남들은 쉽게 성공하는데 자신을 매번 실패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필라테스에서 만난 아주머니처럼 남들 모습과 나를 비교하면서 내가 갖지 못한 능력, 내가 이루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매번 좌절했다.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나를 참 많이 미워하기도 했다. 미워하다가 지치면 남이 가진 것을 다 갖고 싶어하는 욕심 많은 나를 탓하기까지 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가 아니라 '부러워서 스스로를 괴롭히면 지는 거다'가 맞겠구나 싶다. 우리는 다양한 SNS에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진들을 올려놓는다. 누구와 함께 하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갖고 있는지의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성취와 행복을 보여준다.

굳이 그 공간에서 자신의 실패를 드러내는 사람은 찾기 쉽지 않다. 합격증, 트로피를 찍어 올리지 누가 통과하지 못한 흔적들을 굳이 찍어서 공개하겠는가! 그렇게 실패 경험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타인의 삶을 엿보며 잘 풀리지 않은 자신의 삶과 비교하고 자신의 삶에만 문제가 있다며 스스로를 얼마나 자책했던가.

이제는 부러울 때마다 생각해보고자 한다.
성공 뒤에 숨겨진 수많은 실패들.
그리고 성공에 이르기까지 실패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온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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