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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이 좋던 지난 10월 26일, 화성시 향남읍에 있는 산안마을에 다녀왔다. 이곳은 생명과 자연을 존중하는 양계를 하는 곳으로, 오래전부터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공동체 마을이다.

지난 2020년 12월 23일, 인접 농장이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 행정명령'을 통보받았다.

산안마을은 무분별한 살처분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행정명령의 집행중지를 호소하며 지역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대응했으나, 결국 지난 2월 19일 대량 살처분 조치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다시 병아리를 받고 농장을 복원하는 중에 그동안 함께 연대했던 화성시민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관련자들을 초청한 것이다. 농장 견학 겸 후속 논의를 위한 자리이기도 했으나, 쾌청한 가을 날씨에 마치 소풍 가는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견학을 위해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무척 까다로웠다. 방역액에 발을 적신 후 작은 관문으로 들어가 명부를 작성하고 손세정제를 발랐다. 입고 갔던 옷 대신에 전신 방호복으로 갈아입고 신발도 바꿔 신었다. 계란이나 사료 수송 등 여러 이유로 밖에서 들어오는 차량들도 철저하게 차단했다.
  
친환경적인 사육 조건을 위해 이곳에서 독특하게 설계했다는 양계장들은 모두 펜스로 격리 조치가 되어 있었다. 고라니 같은 야생 동물로부터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아주 꼼꼼하게, 가령 펜스의 구체적인 높이에 이르기까지 행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곳 닭들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긴 어렵겠지만, 도로 위를 질주하는 트럭 위의 케이지에 숨 쉴 틈 없이 가득 들어찬 닭들보다는 당연히 행복해 보였다. 넉넉한 공간에 동물친화적인 양계 시설이라는 것도,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곳 산안농장에서 생산되는 달걀과 닭들은 그 어느 곳보다도 안심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견학을 마치고 나오는 마음은 들어갈 때보다 더 무거웠다. 우리가 생각했던 안전이라는 것이 이렇게 격리하고 봉쇄하여 지키고자 했던 것일까? 거꾸로 말하면, 펜스로 격리된 이 작은 산안마을 밖의 모든 공간은 안전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말 아닌가?

우리의 바람과 목표는 사실상 우리가 발 딛고 숨 쉬며 살아가는 모든 공간을 친환경으로, 동물친화적으로 바꿔가자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지금의 우리는 이렇게 작은 공간을 꽁꽁 묶어두면서, 겨우겨우 실낱같은 안전의 마지막 끈을 부여잡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으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현재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다. 격리와 봉쇄는 그야말로 긴급요법에 불과하다. 이미 변종 바이러스들이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 시국을 극복한다는 것이, 끝없이 이어질 변종 바이러스들에 대하여 끝없는 '백신 개발'로 맞서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변종 바이러스들이 창궐하는 지구환경 자체에 대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개선과 극복의 결심이 아니었던가 되짚어보게 된다.

머리가 지끈거렸던 원인은 어쩌면 얼마 전 맞았던 2차 백신의 후과인지도 모르겠다. 1차 때도 그랬는데 2차 때도 심하게 몸살이 난 것처럼 많이 아팠다. 무엇보다, 원래 약이라는 것은 아플 때 치료하려고 먹거나 주입하는 것인데, 이 백신이라는 것은 아프기도 전에 미리, 앞으로 아플지 모르니 먼저 맞으라는 것이렷다. 그런데 그 백신이 또 너무 아프니, 아프지 말라고 타이레놀 류의 약을 다시 먹으면서 버텨야 한다.

누구 말마따나 이게 진짜 사는 건가? 철저한 격리와 봉쇄 그리고 백신이 정말 우리의 안전을 약속해줄 수 있을까? 그 속에서 진짜로 봉쇄되어 질식당하고 있는 것은 거꾸로 우리 모두의 미래와 안전 그 자체는 아닐런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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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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