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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의 고민을 씁니다. 이번 주제는 '50대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홀로 여행을 떠났다.
 홀로 여행을 떠났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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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집을 마련한 친구가 놀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그동안 가족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없으면 큰일이 날 듯 집을 비우지 못했다. 건강 식단이다, 다이어트 식단이다 해서 딸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먹는데, 나만 늘 밥 걱정이다.

매일 출근하는 남편에게 나 혼자 놀러 간다고 말하기도 미안했다. 내가 없으면 반려견 산책은? 내가 없을 때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나중에 부모님이 서운해하지 않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걱정에 둘러싸여 눈치를 보는 사람은 나뿐이구나 싶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도 걱정에 저당 잡혀 현재를 즐기지 못하다니! 모든 것을 제쳐두고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고작 3일 여행을 앞두고도 욕실을 청소하고, 빨래해서 널고, 먹거리를 쟁여놓기 위해 장을 봤다. 가족들이 괜찮대도 나는 불안해하며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았다. 떠나기 직전까지 청소기를 돌리고 분리수거를 했다. 내가 맡은 주부 역할을 완수하고 떠나야 덜 미안할 것 같았다.

막상 집을 나서니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처음 타보는 KTX부터 떨렸다. '승강장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나 혼자인데 졸다가 목적지를 지나치면 어쩌지?' 다행히 지하철 서울역에서 KTX 타는 곳까지는 에스컬레이터로 잘 연결되어 있었고, 2시간 반 만에 무사히 목포에 도착했다.

'혼행'이라서 할 수 있는 것들

친구 집에 갔지만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도 보냈다. 미룰 수 없는 골프 선약이 있다고 미안해 하며 집을 나서는 친구와 달리 내 가슴은 뛰었다. '오롯이' 혼자 여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신났다. 전날 카페에서 우연히 집어 왔던 '목포 근대역사 문화공간' 안내 지도만 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일본영사관으로 쓰였던 '목포 근대역사관 제1관'부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 건물과 현재 모습이 대비된 모형과 사진을 전시하고 있었다.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거나 허무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 전문 해설사에게 가서 물었다. 결정할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지만, 땅이 사유지면 역사적 의미가 깊은 건물도 철거를 막기가 어렵다고 한다.

여행할 때 동행인이 있으면 관람 중에 궁금한 점이 생겨도 혹시 나만 모르는 것일까 창피해서 그냥 삼켜버릴 때가 많았다. 때로는 질문하는 것이 유난스러워 보일까 봐 혹은 동행이 기다리는 것이 미안해서 지나칠 때도 많았다. 혼자 여행하니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어 좋구나.

여행지에서 혼자 점심을 먹으려니 멋쩍었지만, 준치 회무침으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갔다. 다양한 반찬으로 한 상이 거나하게 차려졌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아 내가 좋아하는 반찬만 한두 개만 남기고 바로 거둬가도록 부탁했다. 이것도 혼자 여행이니까 가능하다 싶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처럼 준치 회무침은 싱싱하고 맛있었다. 여럿이 함께 먹으며 공감할 수 없어 아쉽지만, 대화가 없으니 오히려 미각이 예민해지는 느낌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안하게 음식에 집중하니까 마치 내가 암행 중인 음식 평론가라도 된 느낌이었다.

목포항을 따라 걷다가 한적한 벤치에 앉아 쉬다가 다시 걷다가 유달 초등학교에 발길이 닿았다. 일본인 자녀 교육을 위해 설립된 '목포 공립 심상 소학교'였던 당시 건물이 한시적으로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 3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동행인의 재촉이나 간섭없이 나 혼자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전시회 봉사자가 다가와 조곤조곤 작품 해설을 해주었다. 개인 맞춤 도슨트 경험도 혼자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추억이었다.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 

소설가 백민석은 '혼자 먼 거리를 다니는 사람은 결국 자기 마음과 함께 다니게 된다. 둘이서 다닐 때는 상대를 챙기느라 종종 잊곤 하는 자기 마음을 비로소 챙기게 된다. 여럿이 다닐 때 생겨나는 위계의 관계에서도 풀려나 비로소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보게 된다'라고 했다.

나 역시 내 마음과 함께 다니며 내 마음에 집중하고, 내 마음이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궁금한 것은 묻고,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며, 시간 제약 없이 충분히 시간을 즐겼다.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통해 돌아본 나는 여전히 호기심 많고,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생선 담는 나무 상자를 다듬는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고, 어선에 높이 휘날리는 깃발에 대해 선원과 넉살 좋게 이야기하는 나는 낯선 곳에서 만난 또다른 나였다. 나는 하루 동안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은 여행을 했다.

앞으로 나는 매달 가족에게 월차를 내고 '혼자 여행'을 가려고 한다. 나이 들수록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독립심'을 키워야 한다는데, 혼자 여행만큼 좋은 연습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친구 하나 없는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외롭고 청승맞아 보이지 않을까, 심심하고 쓸쓸하지 않을까… 부질없다. 타인의 시선과 내 안의 두려움을 모두 버리고 떠날 것이다. 내 마음만 가지고 가도 충분하니까. 좀 더 빨리 알았어도 좋았을 것을.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 실을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monchou31)


group두번째독립50대 http://omn.kr/group/fifty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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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나만의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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