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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또는 직장에서 상사에게 질문을 받아본 것처럼 혹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는가?

'어떤 삶의 목표를 세워야 할까?'
'나는 진짜 나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저런 질문을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던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신 이런 질문은 하루에도 수십 번 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 XX주식을 팔아? 말아?'
'지금 지방 아파트라도 사는 게 맞을까?'


'오징어 게임'에서 박해수가 연기한 상우를 보자. 서울대 수석 합격한 쌍문동의 자랑 조상우는 많은 지인의 바람과 달리 60억 빚을 지고 도망 다니다, 목숨을 건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다. 살아날 확률이 0.2%밖에 안 되는데도 참가할 수밖에 없었던 건 게임보다 현실이 더 지옥이었기 때문이다. 상우는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기 전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을까? 아니, 질문보다 먼저 답이 앞섰을 것이다. 참가 외에는 답이 없었으니까.

이렇듯 우리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처한다. 오죽하면 사르트르가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이다"라는 말을 남겼을까. 하지만 살면서 계속 이런저런 고민에 떠밀려 선택만 하면서 살면, 마지막 순간에 덧없는 인생을 한탄할 가능성이 커진다. '남들이 설계한 판에 들어가 내게 주어진 패만 까보며 살았다'고. 평생 경마장의 말이 되어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살면서 가끔 스스로에게 적당한 인생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와 심리치료사 안토니아 마카로가 공동 집필한 <당신의 질문은 당신의 인생이 된다>는 더 나아가, 우리가 하는 질문이 우리의 인생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답은 존재할 수 없으니, 각자 자신의 삶에 적합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
  
당신의 질문은 당신의 인생이 된다 표지
 당신의 질문은 당신의 인생이 된다 표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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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우리가 살면서 꼭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20가지 인생 질문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관점에서 각각 조언을 들려준다.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지, 진정한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 수천 년간 고민하고 탐구해온 철학의 지혜와 인간의 심리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 함께 생각해보자고 자리를 마련한다.

가령, '이성이 아닌 직감으로 결정해도 될까?'라는 문제에 심리학자는 "합리적 체계와 감정적 체계는 모두 의사결정에 필수적"이며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언제 어느 쪽을 믿어야 하는지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철학자인 줄리언 바지니는 "직관은 이성의 대체물이 아니라, 이성에게 꼭 필요한 협력자"라고 조언한다.

'삶이 힘들 때에도 긍정적이기만 하면 다 괜찮을까?' 이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이미 '오징어 게임'에 심취한 독자라면 긍정적인 심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고 단언할 것이다. 일만 부려 먹고 월급도 안 주는 악덕 사장 밑에서 고생만 한 알리에게 닥친 일들을 생각해보자.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과 회복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질들은 우리가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고 나쁜 일이 벌어졌을 때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약간의 비관주의가 곁들여지면 우리의 인식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다. 따라서 스토아 철학자들로부터 삶의 무용함에 대한 교훈을 얻고 긍정심리학으로부터 감사와 회복력의 중요성을 배우면 금상첨화다.
 
심리학자 안토니오는 이렇게 '행복한 비관주의자'가 되는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철학자인 줄리언은 조금 다르게 '현실주의' 카드를 내민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황을 어떻게 묘사하느냐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느냐다. 예컨대, 반밖에 안 차 있는 컵이지만 갈증을 해소하기엔 충분한 물로 채워져 있다고 보는 것이, 반이나 차 있지만 마실 수 없는 물로 채워져 있다고 보는 것보다 낫다. 이는 우리의 실제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우리 앞의 문제점이나 공들이고 있는 대상에 대해 실제보다 더 좋은 상태라고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보다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잘 활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기회는 물론 위험과 한계도 자각해야 한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말처럼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 한 통 할 시간도 없는 우리에게 고도의 두뇌 활동을 요구하는 질문과 대답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니 일단 작가들이 뽑아놓은 질문에라도 정성껏 나만의 대답을 써보는 건 어떨까.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이 쌓이다 보면, 책의 서두에 언급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를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천적 지혜란, 자기 자신을 위해 사고하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가 훌륭한 인생의 핵심 원리라고 콕 짚은 개념이기도 하다.
 
실천적 지혜는 삶의 기술에 있어 전문가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내 인생에 전문가의 역량을 장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며 마지막 장을 덮는다.

당신의 질문은 당신의 인생이 된다 - 철학자와 심리학자의 두 시선으로 풀어낸 더 나은 삶의 방식

줄리언 바지니, 안토니아 마카로 (지은이), 신봉아 (옮긴이), 위즈덤하우스(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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