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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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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심판을 앞둔 사건의 무마를 위해 법을 고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지금 국회에서는 해운법 개정안(의안번호 제2111635호)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23개 해운사의 '한-동남아 항로 운임담합 혐의'를 조사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에 해당)를 각 해운사에 발송했다. 국내 해운사 12곳과 해외 해운사 11곳이 200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과 동남아시아 항로의 운임을 담합했다는 혐의다. 

공정위는 향후 전원회의를 열어 이 심사보고서 안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사건과는 별개로 한-중, 한-일 항로 운임담합 혐의에 대한 공정위 조사도 계속되고 있다.

공정위의 담합 규제에 대해 해운업계의 비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7월 22일 논란의 해운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이 개정안은 정기적으로 일정한 항로를 운항하는 정기선 해운의 '공동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전면 배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여기에서 공동행위란 일반적으로 담합 또는 카르텔이라고 말하는,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비교적 분명한 사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해운업에 대해 공정위의 담합 규제가 중단되고 그 대신 해수부가 독점적으로 해운업을 감독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향후 예정된 공정위의 한-동남아 항로 운임담합 사건 전원회의 심판절차가 중단될 것이다. 이 때문에 해운법 개정안에 대해 '해운사 담합 면죄부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공정위가 포착한 해운사들의 운임담합 혐의
 
해운법 개정안에 관한 국회 농해수위 검토 보고서에 포함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보고사 주요 내용,.
 해운법 개정안에 관한 국회 농해수위 검토 보고서에 포함된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보고사 주요 내용,.
ⓒ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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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운법 개정안에 관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검토보고서에는 공정위 심사보고서의 내용이 요약되어 있다. 12개 국적선사, 11개 외국적선사가 2003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약 15년 동안 운임담합을 했다. 공정위가 보기에 이는 매우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므로 총 80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은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의 신고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협회의 2018년 9월 소식지 및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수입업체들은 배송비를 포함하여 물건을 구매했는데, 해운사들로부터 일시에 동일한 방법으로 '추가 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물건을 넘겨줄 수 없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협회가 공정위에 담합조사를 요청했다.

시장경제의 전제조건은 자유경쟁이다. 담합은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수요자와의 관계에서 공급자로 하여금 시장 지배력을 갖게 하는 간편하고 직접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체제를 채택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담합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정거래법에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조항을 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정위가 담합에 대한 단속과 제재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특별히 입찰담합에 대해서는 형법에 입찰방해죄가 명시되어 있어,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을 해한 사람에 대해 형사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

해운사들의 운임담합이 불법이 되지 않을 조건

한편, 정기선 해운의 경우 다른 산업과 달리 '수급의 비탄력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특별히 담합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수급의 비탄력성이란, 선박의 건조와 운용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운송서비스의 공급이 수요에 민감하게 부응하기 어렵다는 말로 풀이된다.

쉽게 말하면 운송수요가 적을 경우 해운사들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선박의 운용자금을 충당하고자 출혈 경쟁을 하기 쉽고, 이 때 여력이 부족한 해운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운송수요가 늘어나게 될 경우, 새로 선박을 투입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해운사들이 갑작스러운 운송수요 급증에 대비하여 평소 선박을 여유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해운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임의 하한을 설정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다만 모든 나라에서 이러한 견해가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EU나 홍콩의 경우에는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가 엄격히 금지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해운법은 정기선 해운의 운임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고 해운시장의 수요자인 화주와 소비자를 위해 일정한 내용적·절차적 제한을 두고 있다.

정기선 해운의 운임 공동행위가 적법한 것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해운법 제29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20조에 따라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 공동행위를 위한 협약에 참가하거나 탈퇴하는 것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해당 해운사들은 화주단체와 운임·부대비용 등 운송조건에 관하여 서로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협의해야 한다. 셋째, 협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해수부장관에게 협약신고서와 협약서·협약개요서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준수한 경우에 한하여 해운사들이 운임담합을 하더라도 적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해운사들이 어려우니 봐주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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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월 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에 문제된 해운사들의 담합행위는 해운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공정위 전원회의 심판절차를 통해 사건을 결론 짓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해운사들의 운임담합이 해운법상 허용되는 요건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해운사들에게는 담합행위로 인하여 얻은 이익에 상응하는 일정한 과징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해운사들에게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한진해운 파산 이후 지속되어 온 해운 재건 노력을 허물어뜨리고 말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동남아 항로 외에 한-중, 한-일 항로에 대해서도 공정위 담합조사가 이루어졌다고 하니 3개 항로 예상 과징금을 모두 합하면 2조원에 육박해, 해운사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선박을 전부 매각하더라도 이를 충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돈다. 

이번 해운법 개정안은 이러한 맥락 하에서 발의되었다. 해운사들에 대한 공정위 제재를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운사들의 사정이 어렵다고 불법행위 혐의로 심판절차에 부쳐진 사건에 대해 불법 여부를 따져보지도 않고 그냥 봐주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제재 수위를 경감하더라도 일단 불법 여부를 따져보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옳은가. 

해운사들의 사정이 실제 어려운지도 의문이다. 문제가 된 해운사들 중 국적선사들의 영업실적을 보면, 담합이 이루어진 기간으로 지목된 2003년~2018년 동안의 누적 영업이익은 약 2조5000억원에 이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재무건전성 악화, 채권 출자전환 등 어려움을 겪었던 HMM(구 현대상선)을 제외하면, 나머지 해운사들은 이 기간 동안 약 3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해상운임이 폭등했다는 보도를 보면, 해운사들의 사정이 어렵다는 말이 과연 얼마만큼 진실일지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결과 위법이라고 판단되더라도, 그 과징금 액수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의 대상이 된다. 즉, 심사보고서에 기재된 액수가 그대로 과징금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고, 관련 고시에 따라 시장이나 경제 여건 등을 반영하여 감액이 이루어진다. 

담합에 면죄부 주는 개정안, 이대로는 안된다

이번 해운법 개정안이 '해운사 담합 면죄부법'이라는 지적에 대해, 담합 면죄부가 아니라 해수부와 공정위 사이의 관할 조정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해운법과 공정거래법은 서로 입법목적과 보호법익이 다르다. 따라서 이번 해운법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단순히 관할 조정만 이뤄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이번 개정안은 담합기업의 이익을 위해 경쟁당국의 담합 감시를 차단함으로써 공정거래법에 의하여 보호되고 있는 소비자의 이익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나아가 해운산업 육성의 주무부처인 해수부가 과연 해운사들에 대해 얼마나 엄정한 규제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하나의 조직이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담당할 경우 양자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해운법 개정안은 지난 9월 2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7일, 국회 농해수위는 해수부가 공정위와 좀 더 시간을 갖고 협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개정안의 상정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지금쯤 해수부와 공정위 사이에 이 법안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하고 나면,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번 해운법 개정안은 적어도 현 상태대로는 '해운사 담합 면죄부법'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해운 재건도 좋지만 공정한 법 집행의 원칙, 그리고 조직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 소비자들의 이해관계를 두루 고려한 신중한 입법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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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주재원 출신 변호사입니다. 현재 국회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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