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팬들에게 익숙했던 '야구장'이 돌아왔다. 2021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겹쳐 오래간만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야구 팬들에게 익숙했던 '야구장'이 돌아왔다. 2021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겹쳐 오래간만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 박장식

 
야구 팬들이 알던 '야구장'이 돌아왔다.

지난 1일 펼쳐진 KBO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마치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모습이 펼쳐졌다. 관람객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있었다고 하지만, 같은 날 시작된 '위드 코로나' 1단계 정책의 모습을 피부 가까이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가장 먼저 '야구장' 하면 생각나는 모습이 돌아왔다. 빈 자리 없이 빽빽하게 들어찬 야구장에서 시끌벅쩍하게 응원을 펼치고, 수비 시간에는 다같이 둘러앉아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그런 장면 말이다. 이런 응원전은 지난 2019년 한국에서 벌어졌던 프리미어12 예선전 이후 2년만의 일이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경기장을 찾아 관람했고, 경기가 지상파로 중계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위드 코로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 되었던 와일드카드 1차전. 관중석, 그리고 야구장의 모습은 어땠을까.

치킨집에는 긴 줄, 관중석에는 맥주 냄새가

1일 저녁 잠실야구장. 지금까지의 야구장의 한산한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매 경기마다 매진사례를 기록하곤 했던 예년 포스트시즌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지금까지의 경기를 감안하면 많은 관객인 1만 2422명이 입장하면서 야구장의 분위기는 바깥에서부터 후끈 달아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야구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어플리케이션으로 백신 접종이 완료되었음을 입구에서 확인한 뒤, QR체크인이나 콜체크인을 통해 출입기록을 남긴 뒤에야 티켓을 보여주고 야구장에 입장할 수 있다.
 
 2021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 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1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 팬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 박장식

 
야구장 복도의 모습 역시 원래의 풍경을 되찾은 듯 했다. 가장 먼저 식음료 매장 인근에 배치되었던 테이블이 사라졌다. 야구장 관중석에서 취식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 역시 온데간데 없었다. 문을 열지 않고 휴업하는 매점이나 식당이 곳곳에 보이기는 했지만, 적지 않은 매점과 식당이 정상 영업을 하고 관람객을 맞이했다.

취식이 가능했던 만큼 관람객의 반응도 좋았다. 치킨을 파는 패스트푸드점 앞에는 야구장 복도를 가득 채울 정도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고, 다른 음식을 파는 매점, 그리고 맥주 가판대와 편의점 역시 사람들이 뒤엉켜 기다리는 풍경이 펼쳐졌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야구장 관중석 역시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지난 2년 동안은 아무리 잘 해야 한 자리 건너 한 명이 앉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부터는 거리두기 없이 모든 좌석을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포스트시즌 응원전이 펼쳐지면서 특히 인기가 좋은 응원석은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경기가 시작되자 응원 열기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두산에서, 키움에서 득점을 낼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하며 응원을 펼쳤다. 각 구단에서 나눠준 클래퍼로 응원을 펼칠 때는 커다란 야구장 관중석이 일제히 하얀색으로, 그리고 분홍색으로 변하곤 했다. 다시 만난 '장관'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사온 음식들을 맥주와 함께 먹고 마시기도 했다. 2년 만의 '치맥'을 즐기며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경기장 곳곳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도, 누군가가 마시다 흘린 듯한 맥주 냄새도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다. 야구장의 '냄새'도 돌아왔음을 느끼게 된다.

10시가 넘어가자 귀에 들리기 시작한 육성 응원
 
 2021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는 두산 베어스 팬들.

2021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는 두산 베어스 팬들. ⓒ 박장식

 
관람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를 관람했다. 취식하는 관중들 역시 중간중간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신 뒤 다시 마스크를 쓰곤 했다. '위드 코로나'라지만, 더욱이 관중석의 모든 관람객이 음성 증명서를 받았거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지만, 1천 명대를 넘나드는 확진자 수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마스크를 스스로 착용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함성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원칙적으로는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상황에서는 프로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육성응원'은 금지된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라는 특성 때문에, 타이트하게 이어졌던 경기 상황 탓에 관람객들의 함성과 응원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왔다.

특히 관람객들의 육성응원 소리가 응원단장의 목소리와 응원 유도, 그리고 앰프 아래에서 가려진 10시 이전에는 육성응원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0시 이후 잠실야구장 인근 주민들을 위해 앰프 응원이 중단된 이후 함성도 앰프 소리에 묻히지 않고, 관중의 목소리도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양팀 응원단장이 손으로 엑스 자를 그려보며 육성응원을 막아도 보고, 전광판을 통해 육성응원을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팬들이 신나서 내는 함성과 응원의 목소리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키움 측 응원석도, 반대로 두산 측 응원석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가을야구의 열기 때문에, 특히 동점 상황과 만루 상황 터져나온 극적인 적시타가 양팀에서 터져나왔던 탓에 양 팀의 응원소리는 밤이 깊어갈수록 점점 커져갔다. 특히 이정후의 결승타가 키움에서 나오고, 만루 찬스를 끝까지 두산이 이어가는 등 경기의 분위기가 고조되었던 9회에는 양팀 팬들이 박자에 맞춰 응원가를 부르고, 함성을 내곤 했다.

이유야 어쨌든, 코로나19 이후 2년 만에 관중석에서 나온 응원의 목소리였으니만큼 팬들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팬들은 응원가를 따라부르고 함성을 목청껏 지르면서도, 어쩌면 생각지 않게 다시 만난 '한국 프로야구의 상징'을 휴대폰 카메라로 녹화하면서 이 날의 기억을 담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육성응원의 딜레마 남긴 '위드 코로나' 첫 현장
 
 2021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에서 육성 응원을 자제바란다는 전광판 알림이 뜨고 있다.

2021 포스트시즌 첫 경기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에서 육성 응원을 자제바란다는 전광판 알림이 뜨고 있다. ⓒ 박장식

 
경기 이후 '육성응원'은 야구계를 넘어서 각계각층에서의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2년만에 처음으로 이어진 육성응원은 한국프로야구가 선수들뿐만 아니라 '10번 타자'로 불려지는 팬들에 의해 이어진다는 것을 오래간만에 느낄 수 있었던 결과물이기도 했다. 하지만 육성응원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있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정부의 발표도 뒤따랐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야구장 내 입장과 취식이 가능하지만, 함성과 구호는 금지된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 함성이나 구호를 외치면 침방울 배출이 많아지고 강해져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이 부분이 지켜지도록 하는 방안을 KBO, 문화체육관광부와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육성 응원만큼 팬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이번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도 응원석을 중심으로 좌석들이 매진되는 모습이 펼쳐졌다. 일각에서는 '취식보다 육성응원을 원한다'며 '취식을 금지하고 차라리 육성응원을 허용해달라'는 목소리를 낸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함성을 막을 방안이 있을까 하는 의문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응원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딜레마가 남는 와일드카드 1차전이었다. 앞으로 가을야구에서의 응원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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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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