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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광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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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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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알려지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간혹 '알바로 한번 해볼까' 호기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는 거냐, 돈은 얼마나 버냐, 갑질은 안 당하냐, 안 위험하냐... 그럴 때마다 내가 했던 경험을 잘 전해주고 실수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지 생각하지만, 실제 일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후배 한 명이 배민 커넥트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이것저것 물어보기에 한번 보자고 약속을 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만난 지 하루 만에 도보 배달을 시작하더군요. 시작하고 이틀 동안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을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문자로 보내주면서 잘 적응하도록 돕다 보니 처음 배달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팁을 나름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좋은 조언이 되길 바랍니다.

궂은 날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배민에서 하는 광고를 보면 운동 겸 원하는 시간,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다고 추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했다가 낭패 보기 십상이고, 대단히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자칫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도로에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날씨 좋은 낮에는 그나마 신경을 덜 써도 되지만, 비 오는 밤에 운동 겸 나왔다가는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저는 엄청 밝은 헤드랜턴을 머리에 쓰고 뒤에는 후미 등을 달고, 반사 스티커를 배달 가방에 붙이고 다닙니다. 비 오는 날에는 비옷도 좋은 걸 입어야 합니다. 간혹 일회용 비옷을 입고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내리고, 언덕이나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해야 해서 얇은 옷은 금방 찢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은 정신세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당연히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보면 배달을 시작하기 전 점검해야 할 게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냥 퇴근했다가 집에 있는 자전거 끌고 나오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주변을 보면 아무런 조명도 없이 밤거리를 다니는 위험천만한 라이더들을 많이 봅니다.

비가 오든 안 오든 항상 비옷은 챙겨야 합니다. 요즘 날씨가 하도 변덕스러워서 언제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지도 모르거든요. 운동 겸 편안한 마음으로 하되 출발 전 안전을 위한 체크는 꼭 하시기 바랍니다.

18인치 피자가 실릴 수 있는 가방

배달 품목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크기도 커지고 있습니다. 배민에서 지급하는 가방을 메고 다니다가 가장 두려웠던 경우가, 피자가 배달 음식으로 걸릴 때입니다. 잘 안 들어가거든요. 피자 가게가 아니어도 파스타 집에서 피자를 팔기도 하기 때문에 상호명만 보고가서는 낭패를 당할 때도 있습니다. 결국 가게에서 콜을 취소하고 다시 기사를 배정 받더라고요.

그리고 치킨도 피자박스 같이 넓은 박스에 담아줄 때도 많습니다. 전집도 넓은 박스에 넣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배민 가방에 넣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배민 가방은 가로, 세로 32×34cm정도 된다고 합니다. 제가 싣고 다니는 가방은 35×50cm 정도 됩니다. 그 위에 18인치 피자가 5판 들어갈 수 있는 피자 가방을 붙여서 다닙니다. 혹시나 10만 원 이상의 음식을 싣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 배민 가방을 피자 가방에 넣고 다닙니다(10만 원 이상은 기본 배달료를 추가로 지급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세 시간 계속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한데, 가방을 매게 되면 당연히 몸에 무리가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특히 여름에는 더운 날씨에 가방에서 전해오는 음식의 온도까지 더해 더 덥지요. 마지막으로 가방을 싣게 되면 수평 유지가 잘 되기 때문에 음식물이 훼손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집니다.

상비품을 잊지 마세요

앞서 얘기했지만, 비 오는 날을 대비해서 비옷과 아쿠아슈즈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요. 그 외에도 출발 전에 꼭 챙겨야 할 물품들이 있습니다. 일단, 당 보충을 위한 달달한 간식, 물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마트에 가서 사면 되지만, 배달하는데 정신없기도 하고 신호 대기 중에 바로바로 꺼내먹을 수 있으니 준비해 놓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보조 배터리도 필요하겠지요. 휴대전화 화면 속 배달 앱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량을 견디기 위해서는 예비 전력이 꼭 필요합니다. 배터리가 없어 배달을 그만둘 때 나의 준비성을 탓할 때가 몇 번 있었는데요. 미리 충전해놨다가 잊지 말고 챙기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는 충분한 양의 잔돈입니다. 현금 결제도 심심찮게 걸리기 때문에 만 원권, 오천 원권, 천 원권, 동전(50원, 100원, 500원)등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가끔 배달료가 전반적으로 낮은데 유독 높은 게 나올 때가 있는데 현금 결제인 경우가 있습니다. 현금을 안 가지고 다니는 라이더들이 콜을 안 잡으니 가격도 올라가는 거겠지요.

배달은 '도 아니면 빽도'입니다

제가 일할 때 항상 되뇌는 말입니다. 그냥 제가 만든 말인데요, 배달해서 잘하면 도 정도의 돈을 버는 거고(모에서 한참 모자라는), 잘못하면 인생 빽도(사고 나는 경우) 되는 거니까 무조건 욕심부리지 말고 곡예 운전하지 말자 다짐합니다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물리적인 물품보다 안전 운전이라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합니다. 이걸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많은 라이더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그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피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남보다 빨리 단가 높은 콜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위험은 우리 옆에 와 있을 겁니다. 그 욕심, 조금만 내려놓고 여유롭게 일해도 지나고 나면 그리 크게 차이 안 납니다. 금액 조금 적어도 무사히 퇴근해서 맛난 야식 먹는 일상이 행복입니다.

가끔 물품을 사거나 자전거 수리를 할 때 화날 때가 있습니다. 일반 회사에서는 개인이 알아서 사지 않고 회사에서 사줄 텐데, 왜 나는 내 지갑을 열고있을까 싶어서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습니다.

노조에서 배민이나 쿠팡과 교섭을 할 때 라이더들에 대한 장비 지원이나 수리비 지원 등도 요구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도자킥(도보, 자전거, 킥보드)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죠. 그냥 꿈은 아니겠지요? 그러려면 도자킥들이 노조에도 많이 많이 가입해야겠지요. 거기에 저의 노력을 더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가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1, 12월호 ‘여기, 현장’ 꼭지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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