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결정전의 특성상 5위 팀보다 4위 팀이 여러 이점을 안고 경기를 치른다. 특히 한 경기 만에 시리즈가 끝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그러나 올핸 예년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정규시즌 4위' 두산 베어스가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정규시즌 5위' 키움 히어로즈에 4-7로 패배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2차전까지 가게 된 것은 2016년 KIA 타이거즈-LG 트윈스 이후 5년 만이다.

외국인 투수 한 명 없이 엔트리를 꾸린 두 팀은 경기 초반 안우진과 곽빈의 투수전 속에 팽팽한 흐름을 유지했다. 그러나 불펜 싸움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키움 쪽으로 기울었고, 김인태의 2타점 2루타와 김재환의 투런포로 두 차례나 균형을 맞춘 두산은 구원투수들의 부진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나오는 투수마다 줄줄이 부진

곽빈에 이어 이현승이 등판할 때만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0-1로 지고 있던 6회초 2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홍건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7회초 선두타자 크레익에게 안타를 내줬고, 폭투와 희생번트로 대주자 박정음이 두 베이스를 이동했다. 결국 1사 3루서 이지영의 3루 땅볼 때 박정음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8회초 네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영하는 세 타자 연속 출루 허용으로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희생플라이 2개로 2점을 내줬다. 후반기 들어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기에 이날 20구 이상 던진 이영하의 2실점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예상보다 일찍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은 마무리 김강률의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이지영과 박동원 두 타자를 차례로 땅볼로 잡아내고도 2사에서 이용규와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기록, 순조롭게 9회말로 넘어갈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여기에 후속타자 김혜성까지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고, 2사 1, 2루서 이정후의 적시타로 큰 충격을 입었다. 김태형 감독이 급하게 권휘에게 마운드를 넘겼으나 중전 안타를 때린 박병호가 한 명의 주자를 불러들이면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안우진에 비해 곽빈이 적은 이닝을 소화한 점이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면서 실점을 최소화하려고 했던 두산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나오는 투수마다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땐 벤치에서도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다.

김민규에게 팀의 운명이 걸려 있다

무려 43개의 투구수로 마무리 조상우의 2차전 등판이 불투명해진 키움은 대신 세 명의 구원 투수로 경기를 끝냈다. 2차전 선발투수로 예고된 정찬헌을 비롯해 최원태, 한현희까지 올 시즌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한 투수들이 2차전서 구원투수로 대기할 전망이다. 한 경기만 잡으면 준플레이오프로 향하는 키움으로선 여차하면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할 수 있다.

반면 큰 경기 경험이 적은 투수들이 대거 엔트리에 포함된 두산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무려 7명의 구원투수가 이미 1차전에서 공을 던졌다. 투구수가 20구를 훌쩍 넘긴 홍건희, 이영하, 김강률 세 명의 투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경기 중반 이후 마운드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김민규와 최원준을 포함해 포함해 엔트리에 있는 5명의 투수가 1차전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달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67구를 던지고 이틀밖에 쉬지 못한 최원준의 등판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이승진, 윤명준, 김명신의 경우 경기 초반부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키움이 아직 꺼내지 않은 카드가 더 많기 때문에 선발 싸움에서 어떻게든 우위를 점해야 전날의 패배를 만회할 수 있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달 27일 SSG 랜더스전에서 4.1이닝 1실점으로 선전한 김민규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두 팀 모두 외국인 투수 없이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지만 키움이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이제 쫓기는 쪽은 두산이다. 자칫하면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처음으로 4위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 실패 사례가 나올지도 모른다. 두산의 가을이 단 이틀 만에 막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는, 투수들의 각성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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