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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 분수대 앞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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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안 대표는 출마선언에서 이학박사 출신답게 '과학기술중심국가'를 표방하고 임기 도중 중간평가를 실시해 신뢰도 조사 결과나 총선 결과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자신의 지난 10년간 정치생활은 '여의도식 정치였다'면서 국민에게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자아비판도 했다.

사실 안철수 대표의 말이 맞다. 그가 처음 2011년 서울시장 선거로 정치에 발을 들이고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단일화를 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의 '새정치'에 기대를 보냈다. 하지만 그 후 안철수의 '새정치'는 흐지부지 사라졌다. 한때 거대양당이라는 한국의 정치지형을 뒤흔들 것만 같았던 국민의당도 2016년의 38석에서 지난 2020년 3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이 안 대표에게 기회일 수 있다. 국민의힘 유력 대선후보들의 계속된 논란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향한 '대장동 사건' 논란으로 양당 정치에 신물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살아온 삶도 깨끗하고 의사 출신인 안 대표를 향한 시선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호의적이다. 가위바위보도 삼세판은 하는데 또 혹시 아는가.

그런데... 출마선언 전날 올라온 문제의 영상
 
"문재앙의 나라를 구하라", 극우유튜버의 영상 제목이 아닙니다
 "문재앙의 나라를 구하라", 극우유튜버의 영상 제목이 아닙니다
ⓒ 안철수 유튜브 채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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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안철수의 '여의도식 정치' 운운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31일 그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때문이다. 영상의 제목은 '문재앙의 나라를 구하라'(링크). 1만5000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가로세로연구소 같은 극우 유튜버의 영상 제목이 아니다. 15만에 달하는 구독자를 지닌 안 대표의 공식 채널에서 올린 2분 34초짜리의 영상의 제목이 저렇다.

영상의 내용도 이해하기가 심히 어렵다. 영상은 갑자기 도심 한복판에 좀비들이 생겨 혼란에 빠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스마트 브레인 교통 시스템, AI 드론 정찰기 등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 대피작전 덕분에 시민들이 좀비들로부터 감염을 피한다.

바이러스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좀비들 바로 앞에서 보고하는 경찰이 기본적인 마스크조차 착용하고 있지 않는 점은 그러려니 넘어가자. 아, 그렇게 넘어가려 했는데 이게 웬 일. 좀비들 앞에 '신성장' '공정사회' '안심복지' 등의 글씨가 적힌 치료제 주사기를 지닌 채 방호복으로 완전무장한 안철수 대표가 등장한다.

안철수 대표가 완벽한 제구로 '공정사회' 주사기를 던져 좀비를 맞추자 좀비는 다시 멀쩡한 시민이 된다. 치료된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는 안 대표의 화면이 뉴스로 나온다. 앵커는 "현장에 참여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깨끗한 정치를 다짐했습니다"고 말한다. 환히 웃는 안 대표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이게 대체 뭔 소리냐고? 못 믿겠으면 위의 링크를 클릭해 직접 확인하시라. 정말로 전술한 내용이 전부다.
 

자유한국당의 황교안도 했었던 '문재앙' 운운

나 역시 이 짧은 영상이 대체 무얼 의미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해 몇 번이고 돌려봤다. 안철수 대표는 이 영상을 통해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의사 출신인 자신이 대통령으로 제격임을 부각하기 위해?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첨단과학기술로 시민들의 편의를 증대할 것이라고? 아니, 그 이전에 영상의 내용과 "문재앙의 나라를 구하라"라는 제목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가?

안철수 대표는 '여의도식 정치'를 대신한 '안철수다운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문재앙'이라는 저열한 방식으로 행하는 것이 '안철수다운 정치'일까, 아니면 전형적인 '여의도식 정치'일까.

2019년 10월, 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역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이것이 바로 끊이질 않는 재앙, 문재앙이란다"라며 노골적인 비판을 가하는 애니메이션 영상을 올린 바 있다.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해당 영상에 대해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라 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그런 식으로밖에 못했다는 점에서 안철수 대표와 황교안 전 대표가 겹쳐진다.
 
가운데 방호복으로 완전무장한 이가 바로 안철수 대표다
 가운데 방호복으로 완전무장한 이가 바로 안철수 대표다
ⓒ 안철수 채널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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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진영이 다르다지만, 국민을 좀비라니

갑작스러운 좀비 출몰과 그런 좀비를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의제의 이름을 한 치료제로 다시 사람으로 돌려놓는 영상 내용은 문재인 정권의 지지자들을 '대깨문 좀비'라 칭하는 조롱을 떠올리게 만든다. 국민의 신뢰를 얻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제아무리 상대 진영을 지지하는 국민이라지만 '좀비'라 칭하다니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그런 '좀비'들을 자신이 치료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을 하기 이전에,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적 기회들을 제 손으로 놓친 자신의 무능력함부터 겸허하게 되짚어 보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같은 대선 삼수생인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와 비슷한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안철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문재앙의 나라를 구하라' 중 한 장면. 좀비가 된 시민들에게 주사기를 던진 방호복 차림의 남성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문재앙의 나라를 구하라" 중 한 장면. 좀비가 된 시민들에게 주사기를 던진 방호복 차림의 남성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안철수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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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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