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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학회로부터 ‘국어운동 공로표창'을 받은 이명재 시인.
 한글학회로부터 ‘국어운동 공로표창"을 받은 이명재 시인.
ⓒ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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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지역 '들판의 말' 연구에 10년 넘게 몰두하고 있는 이명재 시인.

큰돈을 버는 것도, 전국적으로 널리 이름을 떨칠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2009년 고향인 대술면지에 지역말을 연구한 글을 실은 것을 비롯해 '예산말사전(1~4권)' 등 다양한 지역말서적을 집필하며 묵묵히 한길을 걸어왔다. 2007~2018년에는 예산지역신문 <무한정보>(www.yesm.kr)에 '소중한 우리말'과 '충남예산말이야기'를 600회 가량 연재하기도 했다.

그가 지난 10월 9일 한글학회로부터 '국어운동 공로표창'을 받았다. 한글학회는 주시경 선생이 1908년 만든 '국어연구학회'를 계승한 학술단체로, 공로표창은 국어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해마다 한글날에 수여하는 권위있는 상이다. 주로 대학교 교수나 언론계 종사자 등이 이름을 올려온 수상자 명단에 이 시인이 오른 것은 그만큼 국어운동사에 의미있는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다.

10월 18일 충청언어연구소에서 만난 그는 글 한 편을 내밀었다. 한글날을 맞아 지은 시에 지역말연구에 힘써온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며 느낀 수상소감을 엮은 것이다.

"시월 초아흐레의 하늘이 가을빛이다. 나랏말씀이 중국과 달라 이런 젼차로 나랏글을 만들 때 대국(大國)의 서슬도 푸른 가을빛이다(…) 아직도 떳떳한 줏대를 찾지 못한 이 땅에는 대양(大洋)의 먹구름 가득하고, 하늘의 가슴도 울대도 멍든 가을빛. 시월 초아흐레의 새로 스물여덟 자가 석양으로 흐르고 있다/ 나는 들풀이다. 들판 가득 어깨를 겯고 늘어선 들풀들에게 눈길을 주는 이 드물다. 홀로 뿌리내리고 돌아보는 이 없는 곳에서 엉겨붙은 뿌리들을 풀어 들판의 말을 엮는다(후략)."

이 시인이 예산말을 연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우리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예산말사전은 곧 우리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어요. 유대관계가 깨진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자존감은 뚝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내 뿌리가 있고 '촌사람'이라고 무시를 받아도 내가 당당하면 웃으며 받아칠 수 있게 돼요. 그게 인문학의 힘입니다."

 
예산말사전
 예산말사전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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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연구를 하며 여러 고충을 겪으면서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는 그는 "참 힘들어요. 돈도 안 돼요. 그렇지만 언어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방언사전을 쓰려면 20년은 공부해야 하고, 대학에서 오래 연구한 사람도 10년은 걸려요. 금방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하려는 사람이 없어요. 그렇다고 사투리만 잘 안다고 사전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나는 젊었을 때부터 글 쓰는 것에 목숨을 걸고 수십 년 동안 매일 써왔기에 지금까지 할 수 있는 겁니다"라고 담담히 전했다.

아쉬운 것은 행정과 지역사회의 관심이다.

"방언사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게 제주도가 특별팀을 꾸려 28억원을 지원해 만든 제주어사전이에요. 이후로 전국에서 방언사전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중 전북은 지역말 1만5000개, 경북은 2만개 정도가 올라있어요. 예산말사전은 4권까지 1만6000개를 다루고 있고, 앞으로 2만4000개까지 쓸 겁니다. 하지만 예산을 지원받기가 쉽지 않아요. 5권은 다 써놨는데도 출판비용이 없어 책을 내지 못했어요. 지역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언어는 시대가 변화하며 새로 생겨나고 사라져간다. 지역의 색깔과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우리말이 잊혀진다는 것은 오랜 시간 지켜온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꾸준한 열정과 노력으로 예산말을 발굴하고 기록해온 이 시인의 연구가 갖는 가치가 보다 널리 확산되길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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