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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성현이는 주식해서 쪽박 찼대요."

이 한 마디가 고요했던 수업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학생들에게 이보다 더한 수업 소재는 없다. 성현이는 주식으로 분명 돈을 번 적이 있는 학생이다. 하지만 벌기만 했겠는가! 잃은 경험 또한 왜 없으랴! 그것을 끈끈한 유대(?) 관계에 있는 친구들이 수업 중에 일러 수업에 활기를 준 셈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은 주식에 관심은 보이나 이렇게 과감하게 액션을 취하진 않았다. 기껏해야 경제 동아리 시간을 활용한 모의투자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계좌를 터서 직접 투자를 실행한다.

학생들의 이런 관심과 행동을 학교교육현장에서 충분히 반영하고 있을까? 최근 경제 교과목이 학교교육과정에서 홀대받고 있다. 심지어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통폐합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이런 결과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학생 선택권 보장을 목표로 하는 2015개정교육과정 도입 이후 경제수업은 오히려 일선 학교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를 2015개정교육과정의 틀에서 찾고자 한다. 표는 인문계 A고등의 교육과정편제표의 일부이다.
 
A학교의 3학년 교육과정편제표의 일부
 A학교의 3학년 교육과정편제표의 일부
ⓒ A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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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받침하지 못하는 시스템

여기서 보는 것처럼 A학교 3학년 인문계열 학생의 경우 일반선택교과와 진로선택교과에서 2개 교과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A학교의 한 학생이 경상계열 진로를 꿈꾼다면 이 학생에게 A학교 교육과정은 맞지 않을 수 있다. 경제교과를 2~3학년에서 이수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선 학교에서 선택교과 이수는 2학년 때부터 이뤄진다. 보통 2학년에서 4과목을, 3학년에서 2과목을 선택한다. 이때 수능시험에서의 선택과목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즉, 2학년에서 수능 선택과목 응시 비중이 높은 4과목을 선택하고 나머지 2개는 3학년에서 진로선택 내지는 일반교과에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위의 표의 학생 선택과목 구조에서 경상계열을 꿈꾸는 학생이 경제교과를 이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단 경제 교과목의 수능 선택 응시 비중이 낮기(2021년 응시비중 1.2%) 때문에 경제교과가 2학년 선택 4개교과에 들 확률이 낮다. 이런 경우 진로교과에서 구제기회를 주면 좋으련만 시스템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경제교과는 진로선택교과군에서 아예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2015개정 교육과정의 편제상의 오류에서 나온 결과이다.
  
2015개정교육과정 편제지침 중 일부
 2015개정교육과정 편제지침 중 일부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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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보면 사회교과는 기존 9개 교과를 일반선택과목군으로 묶어 틀을 짜 놓았다. 교과구조상 위계(예를 들어 과학교과의 경우 물리Ⅰ, 물리Ⅱ로의 위계를 말함)가 있는 과학교과를 사회교과와 병렬로 세워 틀을 짜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이로 인해 과학 교과의 경우 기존 교과목이 일반 선택교과와 진로선택교과군 안에 모두 들어가 편제되어 있는 반면 위계 없는 사회교과군은 통으로 일반교과군에 묶어 놓은 기형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이런 시스템은 학생들의 선택권을 약화시키고 학교교육현장에서 경제교육 부재 발생의 확률을 높이게 된다.

학교교육과정에 꼭 필요한 경제교육

다시 경상계열을 꿈꾸는 학생에게 돌아가 보자. 이 학생이 학교교육과정에서 경제교과를 배울 기회는 없는 것일까? 있다. 바로 공동교육과정을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시간싸움 중인 학생의 입장에서 별도의 시간 확보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실물경제의 흐름과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비단 경상계열을 꿈꾸는 학생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은 결코 아니다. 모든 세대, 모든 국민에게 필요하다. 이런 관심이 교육과정에서 충족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이런 기회를 부여할 수 없는 구조와 틀이 있다면 바꿔야 한다. 사회과 영역의 선택군을 성격이 다른 교과군에 맞춰 짜는 억지는 버려야 한다. 방법은 있다. 학교에 사회과 교과선택의 자율권을 보장하면 된다. 사회과의 일반선택교과와 진로선택교과를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하도록 기회를 주면 해결될 수 있다.

학생 선택권 보장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마다 처한 상황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회와 대안이 많은 서울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학교도 있지만 인구 소멸위기에 처한 시골고등학교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저마다 처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반영하기 위해 중앙 통제적이며 획일적인 교육과정이 아닌 상황에 맞는 특색 있는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것이 시대정신과 교육목표에 부합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조건이다.

좋은 대학 진학은 곧 안정된 직장이라는 공식이 깨져가고 있다, 평생직장이 아닌 파이어족을 꿈꾸는 젊은이들도 많아졌고 이를 실현하는 사례 또한 속출하고 있다. 희망 없는 시대에 새로운 루틴을 좇는 청소년들에게 최소한의 길라잡이가 되어주기 위해 경제교육은 학교교육과정에 꼭 필요하다.

태그:#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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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키일대학(Christian-Albrechts-Universitat zu Kiel)에서 경제학 디플롬 학위(Diplom,석사) 취득 후 시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 독일 교육과 생활의 경험을 담은, 독일 부모는 조급함이 없다(이비락,2021)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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