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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갈무리
▲ 편먹고 공치리 화면 갈무리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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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배우면서 골프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프로 골퍼들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는 것도 좋지만 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 연예인들의 경기를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골프 예능 프로그램 <편먹고 공치리>에 탤런트 박선영이 출연하여 골프를 치며 활기차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여자축구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축구장을 종횡무진 누비던 그녀의 활약은 골프에서도 이어졌다. 팀 대결 경기에서 팀원이 실수를 해도 호쾌하고 웃으며 팀원들을 격려하고 멋진 샷을 날리며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찾아보니 박선영은 이미 골프지도자(티칭프로, 아래 골프지도자) 자격을 갖춘 실력 있는 골퍼였다. 남자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경기를 즐기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골프의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골프지도자가 되는 과정이 궁금해졌다.

나는 원래 운동 감각이 부족해서 특별히 잘하는 종목도 없고 실력 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기본기가 중요한 운동에서 반복되는 연습을 싫어한다. 운동은 적당히 사람들과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심리적 부담을 느끼며 운동하고 싶지 않았고 누군가와 경쟁해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다. 특히 남자들과 경기를 하다 보면 지나치게 경쟁심이 생기고 승부에 집착하게 되는 상황이 불편했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고 싶은 방법을 찾고 싶었다.

골프는 주로 타인과의 승부를 위해 경기를 한다. 하지만 자신이 목표 타수를 정하고 타수를 줄여가며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누군가와 경쟁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이 실력 향상을 목표로 꾸준히 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면 더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

골프지도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골프를 시작하는 입문자를 가르쳐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골프지도자는 아마추어에게 골프 기술을 가르치는 지도자로 일정 자격 조건을 갖추고 관련된 교육을 이수하면 될 수 있다. 하지만 골프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론시험 뿐만 아니라 골프 협회에서 주관하는 실기 시험에서 일반적으로 18홀 80타 이하를 기록해야 한다.

이제 막 골프채를 잡은 내가 80타를 친다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다. 더구나 골프 구력자도 90타 이하를 목표로 연습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어쩌면 도달하기 힘든 목표이다. 하지만 나는 골프를 잘 치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보람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겪고 있는 초보 단계의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리고 골프를 배우고 싶어도 여건상 골프를 배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로 골프를 가르치고 싶다.

골프지도자가 된다면 내가 지금 골프를 배우며 겪는 어려움은 지도자로서의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문득 20대에 운전면허를 취득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운전 실기 시험에서 몇 번을 떨어지고 어렵게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도로 주행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학원에 연락해서 소개받은 운전 도로연수 강사분은 차근차근 운전 방법을 알려 주셨다. 도로 주행이 엄두가 나지 않던 나에게 운전할 때의 마음가짐과 운전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

"운전은 운전자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도로 위의 배려와 약속이죠. 상대방이 나를 배려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면 마음이 편해요. 그래야 여유 있고 조급하지 않게 운전할 수 있어요. 십 분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편안하게 운전하는 시간을 즐기는 거죠."

배움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사람 

운전 연수 강사분에게 도로 주행 연수를 받으면서 조금씩 운전에 자신감이 붙었고 나중에는 불안하지 않게 운전하는 여유가 생겼다. 가끔 운전 중에 거친 운전자를 만나서 짜증이 날 때면 연수를 해 주신 강사분의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독학으로 운동을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 코치에게 배우는 과정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코치의 운동에 대한 마음가짐과 운동을 가르치는 태도에 따라 수강생은 심리적 영향을 받게 된다.

요즘 나에게 골프 레슨을 해 주는 강사분은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다. 하지만 골프를 가르칠 때는 차분하게 상세하게 원리를 설명해 준다. 부족한 부분은 시범을 보여주며 잘못된 자세를 교정해 준다. 그래서 골프 레슨을 받는 시간이 혼자 연습을 하는 시간보다 즐겁고 기다려진다.

무엇을 배울 때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은 서로 영향을 받는다. 일방적인 가르침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 있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과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 성장한다. 꼰대라고 부르는 독불장군도 누군가를 가르친다.

하지만 꼰대는 자기 우월감에 빠져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강요하는 사람이다. 일방적인 가르침은 관계의 단절과 상대방과 거리감을 느끼게 할 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배우며 적응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의 훈계와 지시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행동을 통해 저절로 삶의 지혜를 배운다.

중년이 되어 골프를 배우면서 나는 오랜만에 배우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특별한 골프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오늘 나의 실수가 숨겨야 하는 부족함과 부끄러움이 아니라 나중에 골프를 가르칠 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골프 연습장으로 가는 길에 앞 자동차 창문에 붙은 문구를 보고  혼자 슬쩍 웃는다.

'오늘은 핸들 꽉 잡은 초보. 내일은 당신처럼 운전 즐기는 프로'

오늘은 미스 샷! 내일은 굿 샷!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 같이 싣습니다.


태그:#편먹고 공치리, #골 때리는 그녀들, #박선영, #골프, #정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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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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