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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사이로 놓인 데크를 따라 걸으면서 양쪽으로 뛰어오르는 수많은 짱뚱어와 뻘배를 타고 작업을 하는 아주머니를 만나다
▲ 순천만갯벌습지보호지역 갯벌사이로 놓인 데크를 따라 걸으면서 양쪽으로 뛰어오르는 수많은 짱뚱어와 뻘배를 타고 작업을 하는 아주머니를 만나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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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크지 않네요. 군산 새만금의 반의 반도 안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순천만을 갯벌지역의 선진지로 우리가 찾아올 정도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같은 바다 땅을 두고 지자체 장과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환경으로 바꿔지는 사실도 안타깝고요.

이 정도의 갯벌로도 수만의 생명이 살아 움직이고 그 힘으로 우리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새만금의 그 넓은 갯벌이 거의 다 사라졌으니 나라의 정책이라는게 이해불가예요."


비영리단체인 새만금생태조사단(단장 김형균)은 군산의 새만금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지킴이를 자처하는 순수한 시민단체다. 군산으로 귀향 한 2002년부터 남편은 이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고 20년이 되었다.

새만금(새萬金)은 김제와 만경평야를 합해 '금만평야'로 불러왔던 말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붙여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 이 지명을 도로의 이정표에서 만났을 때 "한자어도 아니고 순우리말도 아니고, 말을 갖다 붙이기에 바빴고만"이라고 한마디 했었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라북도의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를 방조제로 막아서 내부를 매립하는 간척 사업으로 1991년 11월에 착공했다. 올해로 만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새만금의 미래를 약속했던 장밋빛 청사진은 여전히 대선 때마다 이용되는 도구이다. 인간의 팔 길이를 넘어선 사물에 대한 동경심이 인간의 본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새만금 방조제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말이 있다.

'총 길이 33.9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주요활동은 새만금 지역민들의 삶과 지역문화의 변화에 대한 조사, 지역생태자원에 대한 조사보고이다. 2002년에 물막이 공사 완료 후 새만금의 변화를 기록하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이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관(官)이 아닌 민(民)이 기록한 풀뿌리시민과학의 토대를 이루었다. 아무런 이득없이 무려 20년간 지역의 아픔과 변화를 기록하고 보관하고 시대에 대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사단들의 활동은 문화팀, 물새팀, 저서생물팀, 식물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공적인 사무실 하나 없이 매월 초 주말에 각 팀의 회원들이 모여서 관찰한 바를 기록하고 토의한다. 가끔씩 조사단들이 학원의 빈 사무실을 사용할 때 차 한잔 대접하는 일이 내가 돕는 최소한의 활동이다.

조사단 회원은 환경분야를 공부하는 대학생, 어린이에게 환경이야기를 동화로 들려주는 동화작가, 취미로 지역문화를 해설하는 문화해설사, 중고등학교 과학교사, 환경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 고장을 사랑하는 성직자, 갯벌의 맨손어업 생활자, 고기잡는 어부, 목수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순수하게 새만금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바친다.
 
순천만의 갈대습지를 가는 도중 만난 벌교생태공원 갈대군락의 아름다움에 반하다
▲ 벌교생태공원내 갈대군락 순천만의 갈대습지를 가는 도중 만난 벌교생태공원 갈대군락의 아름다움에 반하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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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군산, 김제, 부안)개발이 시작되기 전에는 수 백년간 살아온 사람들의 터전인 바다의 땅, 갯벌은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는 삶의 무대였다. 바다라는 공유지에서 나오는 생물들을 네것 내것 따지지 않고 얻을 수 있었고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바다를 땅으로 만들어 놓은 후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갯벌의 소멸과 그로 인한 지역민들의 삶과 생태계파괴였다.

새만금지역의 갯벌 외에 내게 떠오르는 갯벌지역 1번지는 순천만 갯벌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2006년 1월 벌교 갯벌과 함께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었고 연안습지로는 최초이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유치 시 순천만 일원에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 수목원 등이 조성되었다. 올 7월 26일에는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순천만 갯벌의 보존을 위해 노고한 지역민들에게 경탄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새만금 갯벌의 가치 재평가를 위해 순천만 갯벌을 방문했다. 소위 서진지견학이다. 난 정회원은 아니지만 일부러 시간을 들여서라도 가볼 만한 곳이어서 동행 길에 올랐다. 전문가 회원들과 함께 다니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생태 환경에 대하여 훌륭한 정보를 귀동냥이 하는 시간이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 김형균씨의 말이 이어졌다.

"새만금은 강 하구갯벌로서의 가치가 높음에도 새만금 공사로 인해 거의 모든 갯벌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우리 단체들이 주장하는 원형지갯벌로 수라갯벌(군산 하제지역) 해창갯벌(부안 해창)정도만이 남아 있는데, 이 마저도 정부입장에서는 갯벌이 아니라고 하지요.

이미 물막이 공사가 끝나서 하나의 땅 구역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해수유통이 된다면 기존의 갯벌로 전환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일부러 역간척을 통해 다시 갯벌을 살리는 곳도 많습니다. 일부 해수유통만으로도 바다의 보고인 갯벌복원이 가능합니다."


순천만으로 가는 도중에 벌교생태공원 내 갈대군락을 들러서 해설사의 재미난 얘기를 듣고, 역시 가을은 갈대의 계절이라며 모두가 감탄했다.  순천만에도 잘 보전된 갈대 군락이 있었는데 이는 새들의 은신처이자 먹이(뻘게, 짱뚱어)를 제공한다고 했다.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저어새, 황새, 혹부리오리, 도요새 등과 쇠백로, 중대백로, 논병아리, 해오라기, 왜가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이름으로 다 헤아리기 어려운 150여 종의 철새서식지라고 했다.

사실 20여년간 남편의 말을 잘 듣고 관찰만 잘 했더라도 새 박사 조수 정도는 됐을텐데 핑계같지만 눈이 나빠고 관찰력이 부족해서 새를 구별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주걱턱을 가진 저어새, 얼굴이 청동빛인 청동오리, 논가에 가장 흔한 하얀 중대백로와 쇠백로, 귀여운 울음소리를 가진 도요새 정도만 구별할 줄 안다.
 
습지내에 자란 다양한 빛의 염생식물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한폭의 수채화같았다.
▲ 순천만갯벌습지보호구역전경 습지내에 자란 다양한 빛의 염생식물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한폭의 수채화같았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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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순천만에도 많은 새들이 있었는데, 조사단들은 습관적으로 새의 종류와 수를 기록했다. 상식이 부족한 내가 보기에도 원형지 습지와 갯벌의 품격이 묻어났다. 자연과 인간이 한 몸이 되어 생명을 서로 주고받는 삶터의 현장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한결같이 새만금에도 이런 갯벌이 다시 나타나기를 희망한다며 순천만의 자연생태를 부러워했다. 그러려면 먼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지역환경지킴이로서의 할 일과 다짐을 서로 주고받았다.

남도의 따뜻한 햇살은 가는 곳마다 누구에게나 공평했다. 길을 따라 순천만을 도는 중에 갯벌 일을 하는 고향사람이 건네주는 차도 마셨다. 순천만의 보존정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사랑이 가득했다.

마침 갯벌작업을 하고 돌아온 지역주민의 그물망에 점심으로 먹었던 짱뚱어, 뻘참게가 있어서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지상의 천국에서 산다는 그들의 말처럼 평화롭고 행복한 삶 그 자체였다.

조사단들이 기록할 보고서와 달리 내 마음의 보고서에는 이렇게 썼다.

'나도 우리지역의 갯벌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선물을 나눠주고 싶다.'
'새만금에 해수유통을 실천하여 자연과 인위의 조화로운 삶의현장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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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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