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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컷
▲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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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상훈은 상금에만 집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상훈은 뛰어난 지략도 없고 압도적인 힘도 없는 하찮은 참가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상훈은 생존을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약자에 대한 연민과 게임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 상훈은 게임을 하면서 강자의 편에 서는 대신 약자와의 인간적인 연대를 모색한다. 보잘것없는 상훈의 진정한 힘은 보이지 않는 내면에 존재하고 있었다.

<오징어 게임>에 우승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처럼 나는 골프를 잘 치기 위해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다. 어깨와 팔에 긴장감을 유지하며 힘껏 골프채를 휘둘렀다.

타이거 우즈처럼 강하고 멋진 스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갈수록 자세가 흔들리고 골프채는 허공을 가르며 헛스윙을 하거나 공이 빗맞아 데굴데굴 굴러갔다. 정말 강한 스윙으로 힘이 제대로 실려 쭉 뻗어가는 공을 치고 싶었다.

레슨을 받는 날 코치가 나의 자세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갑자기 물었다.

"회원님, 몸이 뻣뻣하네요. 골프채를 잠깐 내려놓고 몸을 숙여 손가락을 발끝으로 내려 보세요."
 

나는 어리둥절해서 골프채를 내려놓고 끙끙거리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그런데 내 생각과 다르게 손끝이 발끝이 아니라 발목까지 겨우 닿았다.
 
'이상하다. 늘어난 뱃살 때문인가?'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고개를 숙였지만 얼굴만 벌게질 뿐 좀처럼 발끝에 닿지 못했다.
 
"회원님. 골프는 허리와 어깨와 팔의 유연성이 필요해요.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면 회전력이 커져 공을 정확하게 멀리 보낼 수 있어요. 당연히 힘이 덜 들기 때문에 장시간 경기를 해도 피로도가 낮아지죠. 회원님 무릎을 굽히지 않고 손끝이 발끝에 닿을 때까지 유연성을 키워 오세요."


부드러움은 진정한 힘의 원천이다

나는 살면서 내가 쉽게 마음의 상처받는 이유가 나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운동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키우고 싶었다.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자가 아니라 언제나 당당한 승자가 되고 싶었다. 누군가와 경기에서든 월등한 실력을 발휘하여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누구에게 무시당하지 않도록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경쟁에서 이기고 싶었지만 내 앞에는 언제나 나보다 뛰어나고 강한 사람들이 많았다. 마치 마라톤 경기에서 힘겹게 앞사람을 추월해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앞에 있고 나를 추월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뒤쫓아 오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필라테스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화면 속에 강사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몸을 유연하게 움직였다. 섬세하고 우아하게 동작을 하며 웃고 있었다. 나는 강사의 동작을 따라 하려고 온 몸에 힘을 주고 진땀을 흘렸다.

엉성한 자세로 뻣뻣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내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힘이 들어갈수록 좀처럼 몸이 구부러지지 않았다. 몸이 유연해지기 위해서는 힘을 빼고 섬세하게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집중해야 했다. 천천히 부드럽게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조금씩 몸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

안 쓰던 근육을 움직이니 몸 구석구석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운동에서 몸의 통증을 느끼는 것은 더 강한 근육이 생기는 과정이라고 한다. 내가 그동안 나약하다고 초라하게 느낀 내 모습은 타인에 대한 깊은 연민을 배우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과 싸우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부드럽고 유연한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을 통해 배운다.

오늘은 그동안 꽉 쥐었던 골프채를 내려놓고 요가 매트 위에서 나를 이리저리 굴리며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승부에 강한 골퍼가 되지 못해도 부드럽고 매력적인 사람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을 미스 샷! 내일은 굿 샷!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와 브런치에 같이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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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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