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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의 소설 <파리대왕, Lord of the flies>은 무인도에 고립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인간 내면의 사악함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갑작스런 문명과의 단절로 어떠한 사회적 규범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어지면 우리의 본성에 내재한 악마성이 드러난다. 

지배욕과 폭력성은 전두엽 아래에 무심히 잠들어 있다가 환경이 조성되면 그 본모습을 드러낸다. 섬에 격리된 소년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나름의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나 폭력으로 무리를 장악한 패거리에 의해서 인간사냥이 시작된다. 

불결한 환경에 꼬이는 존재라서 세상 어느 곳에서나 파리를 좋아하는 민족은 없는 듯 하다. 파리대왕을 뜻하는 또 다른 말 베엘제붑(Beelzebub)은 고대의 다신교에서 숭배받던 신 가운데 하나였지만 후대에 이르러 지옥에서 군림하는 악마로 격하되었다.

구약 열왕기에는 베엘제붑이 에크론(지중해 연안 가나안의 도시)의 신으로 등장한다. 신약 마태복음에는 바리새(유태교의 한 종파)인이 "마귀의 우두머리 베엘제붑의 힘을 빌려서 치료를 한다"며 예수를 험담하는 기록이 나온다.
 
몸 길이 5mm 정도의 작은 파리로서 쑥부쟁이에서 꽃밥을 먹고 있다.
▲ 점박이꽃검정파리. 몸 길이 5mm 정도의 작은 파리로서 쑥부쟁이에서 꽃밥을 먹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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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이 나온 영화 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면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Paul Cronenberg)가 리메이크 한 '파리(The Fly, 1986)'가 있다. 제프 골드블럼(Jeff Goldblum)과 지나 데이비스(Geena Davis)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데, 물질 전송기로 실험을 하다가 파리와 유전자가 뒤섞여 버린 한 과학자의 비극을 다뤘다. 원작은 1958년에 처음 개봉되었으며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할 때 굉장히 파격적인 소재였으며 이후 등장하는 SF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람을 구하는 파리,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파리

파리류를 한자로 쌍시목(雙翅目)이라 한다. 학명을 보면 'Diptera = dis(두 개) + pteron(날개)'. 파리류는 앞날개 한쌍만 있다. 뒷날개는 퇴화되어 곤봉처럼 생겼으며 초기 연구자들은 이것을 평균곤(balancer)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평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금은 홀티어(Haltere) 라고 부른다. 하워드 에반스(Howard E. Evans)는 <곤충의 행성, Life on a Little-Known Planet>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파리가 나는 동안 홀티어는 빠르게 움직인다. 집파리의 홀티어를 제거한 뒤 놓아 주면 나선형을 그리며 하강하다가 결국 바닥에 추락하고 만다. 하지만, 홀티어가 없는 파리의 배 끝 부분에 짧은 실을 붙이면 훨씬 더 잘 난다. 그 실은 연꼬리 비슷하게 일종의 안정 장치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일 대학의 톨벗 워터먼(Talbot Waterman)의 말을 빌리면, 홀티어는 "비행기가 선회할 때의 방향과 속도를 알려주는 선회계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동물계에서 알려져 있는 유일한 자이로스코프다".
 
모기와 달리 각다귀류는 피를 빨지 않는다.
▲ 큰 모기로 오해 받는 각다귀 모기와 달리 각다귀류는 피를 빨지 않는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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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지방에서는 파리 구더기가 치즈의 풍미를 더해준다. 카수 마르주(Casu Marzu)가 그렇다. 양젖으로 만드는데 발효 과정 중에 치즈파리(Piophila casei) 구더기를 일부러 넣는다. 치즈를 외부에 방치해 두면 치즈파리가 알을 낳고 뒤를 이어 구더기가 자라난다.

발효를 촉진시키다못해 부패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면 치즈가 죽처럼 변하는데 이 맛이 상당히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삭힌 홍어가 풍기는 냄새와 비슷하다. 이 치즈를 빵에 발라 먹거나 포도주를 곁들여서 먹지만 오늘날에는 소수만이 먹는다고 한다.

사회적 관습에 의해서 무언의 압력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먹거리가 널린 세상에서 굳이 구더기를 같이 먹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파리는 진화와 유전학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먹고 난 과일에 꼬이는 노랗고 조그마한 날파리가 바로 초파리다. 식초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초파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세대가 짧고 사육이 쉬워서 유전학 실험 재료로 널리 쓰인다. 

캐나다 출신의 외과의사 노먼 베튠(Henry Norman Bethune)은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다. 항결핵제가 나오기 전에 결핵 환자의 가슴을 열고 구더기를 집어넣어 고름을 제거하는 치료를 했다.

구더기는 괴사된 신체 부위를 먹은 후 새살을 돋게 하는 성분인 알란토인(allantoin) 과 중탄산암모늄(Ammonium Bicarbonate)을 내 놓기 때문이다. 지금도 제한적인 분야에서 구더기 요법을 쓴다. 가령 당뇨환자의 상처 제거를 할 때 의학용 구더기를 이용해 치료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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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화보 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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