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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대구 한 동물원의 동물학대 의혹이 불거졌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는 해당 동물원이 코로나19로 운영난을 겪다가 지난해 11월 휴장한 이후 원숭이, 낙타, 거위, 양 등 남은 동물들을 거의 방치한 채로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사육하기 힘들어진 염소의 목을 매달아 죽이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인근 주민이 가족들과 함께 10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동물들을 보살피다 결국은 비구협이 이 동물들을 구조해 입양처를 구하거나 보호소에 이관하였다.

같은 해 10월에는 중국 청두시에 위치한 한 동물원에서 늑대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 국경절 연휴 둘째날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을 찾았고 관람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늑대가 먹이를 먹다가 겁에 질려 발작을 일으킨 것이다. 약 5초 동안 발작 증세를 보인 늑대는 다행히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위의 사례 외에도 원숭이가 돌로 유리 벽을 깨려 하거나 호랑이가 같은 자리를 10분 동안 100번을 도는 등 동물원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보인 전례는 굉장히 많았다. 특히 동물학대 논란이 대두되었던 대구 동물원 사태 이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앞으로는 동물원 건설을 금지해주세요', '코로나로 문닫은 동물원 동물들이 죽고 있습니다' 등의 동물원 폐지 촉구 청원글이 게시되었다.

동물을 유리벽에 가두고 전시하는 형태의 동물원이 동물학대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있어왔으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마땅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았다. 대구 동물원처럼 방치 당하는 동물들을 뒤늦게 발견하고 나서야 이 동물들을 구조하는 건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대처다. 

동물권 vs. 교육받을 권리

최근 들어 '동물권'이라는 주제가 부상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가 주장한 개념으로 '동물도 지각·감각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보호받기 위한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라는 의미를 갖는 동물권이 인권과 마찬가지로 보장되어야 할 권리라고 주정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대구 동물원의 사례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운영난을 겪다가 문을 닫는 동물원이 많아지면서 동물원을 없애고 동물이 동물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동물원이 필요하다는 시각 또한 존재한다. 책에서만 보던 동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시청각 자료로써 유익하므로 교육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며 동물원에서는 우리가 주변에서 보기 힘든 동물들과 교감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새로운 형태의 동물원

동물원 내에서 일어나는 동물학대, 그리고 동물권을 주장하는 세력과 인간의 교육이 우선이라 주장하는 세력의 대립 가운데에서 동물을 지키는 것과 동물원이라는 시설을 유지하는 것,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4차 산업혁명에 해결책의 실마리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제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산업상의 변화를 뜻한다. 동물원과 4차 산업혁명, 언뜻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단어지만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는 바로 실제와 가상이 통합된다는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더는 상상 속의 일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온, 실제 공간에 가상의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구현하는 증강현실(AR)이 새로운 동물원 모델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원에 가상의 호랑이, 코끼리, 원숭이 등이 설계된 어플을 개발한다. 관람객들은 핸드폰에 어플을 깔기만 해도 동물원 안에서 실제 못지 않은 가상의 동물들을 체험할 수 있다. 데이터로 만들어진 호랑이는 관람객의 시선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데이터로 만들어진 코끼리는 돌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데이터로 만들어진 원숭이는 실제 원숭이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활동한다. 실제 동물을 모델로 학습하므로 실제 동물과 같은 행동을 보여 좋은 교육 자료로 사용될 수 있지만, 실제 동물이 아니므로 학대받지 않는다. 마침내 "동물 없는 동물원"이 실현된다.

서울 올림픽공원과 여의도공원,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 그리고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등에 개설된 '증강현실 동물원'이 바로 위의 원리를 이용한 실제 반, 가상 반의 동물원이다. 'Jump AR'이라는 어플을 이용해 고양이, 웰시코기 강아지, 랫서판다뿐만이 아니라 상상 속 동물인 용까지 만나볼 수 있다. 아직은 어플을 설치할 수 있는 핸드폰 기종이 한정되어 있고 체험할 수 있는 동물도 많지 않지만, 동물학대 문제를 줄이면서 동시에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첫 발을 뗐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증강현실 동물원은 기존의 동물원보다 많은 부분에서 더 개선된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들은 차가운 쇠창살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사람들과 교감한다. 동물원은 소음이 심한 도심 한복판에서도 세워질 수 있으며, 용이나 공룡처럼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멸종된 동물도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구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멸종위기종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수혜를 입은 건 비단 인간뿐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시동물의 자리를 증강현실이 대체하면 동물들 또한 학대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권리를 넘어 동물권 신장에까지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인간이 생명권을 가지듯 같은 생명인 동물 또한 동물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이전 세대가 동물을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며 인간을 위한 매개체로 취급했다면 이제는 동물을 동물이라는 목적 그 자체로 대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에 발맞춰 동물이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동물답게 살아갈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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