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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Photo by Sasha Freemind on Unsplash.
ⓒ Sasha Free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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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관계 상담 게시판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성관계 설거지론'이라고 부릅니다.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시작은 성관계를 하자고 은근히 보채는 남편입니다. 하지만 아내는 온갖 가사 노동으로 지쳐있죠. 성관계는 고사하고 맘 놓고 잠잘 시간도 모자랍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철없는 소리 하는 남편,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될까요? 

게시판 지킴이의 조언은 대부분 부부간에 좀 더 균형 잡힌 가사분담을 하라는 식으로 마무리됩니다. 남편은 집안일을 돕고, 아내는 여가 시간과 활력을 얻어 재미진 성생활을 가꾼다는 발상이지요. 얼핏 생각하면, 아주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깊이 있는 상담을 해보면 현실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남편이 설거지를 해준다고 아내의 성욕이 갑자기 살아나지는 않거든요. 설거지는 설거지고, 성관계는 성관계지요. 남편이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고,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성관계를 해야 하나요? 

성생활에 관한 사람들의 취향은 천차만별입니다. 아마 설거지에 개의치 않고 왕성한 성생활을 즐기는 분도 있고, 무성욕자인데 아주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성관계 설거지론'에는, 성에 대해 넓고 깊게 퍼진 몇 가지 고정관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천천히 살펴보지요. 

'여자와 성' 

아주 대략적으로 여자가 받는 성교육을 묘사해보지요. 
 
 '너의 그것(성, 처녀성, 섹스)은 더럽혀지기 쉽고, 잘못 사용하면 대단히 위험하기 때문에, 너는 그것이 받을 만한 사람, 자격이 있는 사람을 향하고 있는지 항상 단속해야 해.' 

물론 성은 아주 민감한 영역이고,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게 참 중요합니다. 하지만 발화자의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 메시지가 불러오는 효과, 특정한 행동 방식이 있습니다. 반복되어 굳어진 생각이 뜻하지 않은 효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많죠. 

이 메시지가 초래하는 남녀 사이의 행동 방식, 특정한 성역할 분담은 '남자가 어떤 기준치를 만족했을 때 그 보상으로 자신의 성을 허락하는 여자'와, '성을 획득하려고 여자를 뒤쫓는 남자'라는 관계 역학입니다. 이건 누군가 나쁜 사람이라는 비난이 아니라, 굳어진 사고방식이 불러오는 행동 양식에 대한 관찰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런 관계 역학에 빠진 여자나 남자가 잘못되었다고 트집을 잡는 게 아니라, 성에 대한 특정 태도가 초래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분명히 드러내어 의식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런 관계 역학의 문제점은 분명하지요. 성을 끊임없이 다른 무언가에 대한 보상으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에서는 성을 둘러싼 일종의 거래가 일어나기 아주 쉽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자가 자신의 성을 항상 남편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의 것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남편이 xxx 하면, 내가 xxx 한다'는 가정문이 아니라, 자신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와 내 성의 관계는 어떤가?', '나는 지금까지 내 성을 어떻게 대해왔나?', '나는 우리 부부 관계에서 어떤 성생활을 가꾸고 싶은가?', '나는 이 영역에 시간과 관심을 투자할 마음이 있나?'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고,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남편이 xxx 하면, 내가 xxx 한다'는 가정문 사고방식에서는, 자신이 정말 바라는 걸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남편의 행동에 대한 습관적 반응을 반복하기 쉽습니다. 

'바운더리' 

현재 가사 분담 방식이 괜찮지 않다고 매번 이야기하는데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바운더리'에 대해서 한번 조사해 보세요. 남편에게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는 방식으로 습관적 반응을 할 뿐, 변화를 위한 의식적 결심은 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바운더리는, 내가 나 자신과 상대방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거리두기입니다. 다른 사람이 미워서 벽을 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존중하고, 상대방을 사랑하기 때문에 긋는 경계지요. 바운더리를 넘어섰을 때, 선을 넘은 상대방은 물론, 이런 상황에 이르도록 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한 자기 자신도 같이 미워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까운 관계에서 바운더리를 다시 설정하기 위해서는 의식적 결심, 소통, 그리고 행동에 따르는 결과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이 상황이 괜찮지 않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분명히 전달하고, 앞으로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경우 스스로가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겠다는 분명한 결심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같은 상황에 자신이 다르게 행동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입니다. 

가끔씩, 남편에게 화가 났는데, 그 이야기를 남편은 물론, 아무한테도 안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결혼 생활은 다 이런 거라고 체념하거나, 결혼생활이 생각만큼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분들이 있지요. 하지만 남편에게 화가 났다는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았다고 해서, 남편에게 화가 안 난 것처럼 부부생활이 화목해지지는 않습니다. 설거지가 아니라 무슨 다른 일 때문에라도 화가 났다면, 참지 말고 사실대로 말하세요. 스스로의 감정을 부인해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당신입니다. 

간단하게 마무리를 할까요?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 계발 업계에서 자주 하는 말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당신이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사랑을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마치 콘크리트 바닥에 물이 스며들지 않는 것처럼요. 역으로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사랑하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 처해도 빛이 납니다. 

성관계든, 설거지든 그게 삶의 어떤 영역이든 상관없습니다. 당신 인생의 유일한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자신을 중심에 두고, 스스로를 가꿔 주변을 밝히는 윤택한 삶을 사시길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pussiful)에도 같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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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코칭, 관계 코칭을 합니다. 세상 모든 관계의 바탕에는 완전한 사랑이 흐른다고 믿으며, 사랑이 흐르는 길목에 놓인 장애물을 치우는 일을 합니다. 프랑스에서 일을 시작해, 최근 한국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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