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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친구와 항상 하던 것이 있었다. 수업 끝나기 몇 분 전부터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다가 수업 끝나자마자 달려 나가는 것이었다. 학교 끝나고 한 시간 뒤에 바로 학원이 있어서 늦지 않으려면 뛰어야 했다. 그때마다 불편하다고 느낀 게 있었는데, 바로 신호등이었다.

학교를 나오면 두 개의 신호등이 있었는데, 그 주변에는 버스정류장도 두 개가 있었다. 친구와 나는 매번 어느 신호등으로 건너야 하나 고민했다. 신호등이 바뀌는 시간 차이가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와 가까운 신호등을 건너러 가는 길에 그 신호등이 바뀌어버리면 친구와 나는 다른 쪽 신호등을 건널 걸 하고 후회하곤 했다. 횡단보도 신호가 다시 바뀌길 기다리다가 버스를 놓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버스가 한번 지나가면 차고지에서 다시 오는 거였기 때문에 적어도 10분은 기다려야 했다.

건너려던 횡단보도가 바뀔 것을 미리 알고 다른 쪽 횡단보도를 건너러 뛰어갔다면 버스를 탈 수 있었을 텐데... 버스를 놓치고 나면 학원에 늦을까 봐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불안했다. 저녁 시간이라 교통 체증까지 겹쳐 10분 차이가 큰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 사이에 학교 끝나고 걸어 나오는 학생들까지 버스정류장이 바글바글해져 버스 타기가 더욱 힘들었다.

아마 3년 동안 친구와 내가 횡단보도를 앞에 두고 버스를 놓친 횟수는 몇 십 번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예체능 계열이었기에 방학에도 실기를 하러 매주 학교를 나가서 거의 3년 내내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타려던 버스를 놓치면 학원도 몇 분 차이로 늦곤 했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만약 횡단보도 신호등에 언제 바뀔지 나타내주는 기능이 있다면 어떨까였다.

이 생각은 내가 대학생이 되고 학원에 쫓기며 살지 않다 보니 점점 잊혔다. 그러나 몇 개월 전부터 나는 다시 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랑 만나 학교를 가던 길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내리면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두 개의 횡단보도가 있는데 사거리 때문에 길 한번 건너려면 오래 기다려야 했다. 심지어 초록 불로 바뀐 후 바로 건너도 횡단보도 다 건넜을 때쯤 신호가 빨간 불로 바뀌어 있을 정도로 다른 횡단보도들보다 건너기가 빠듯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친구와 나는 매번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수로 횡단보도가 언제 바뀔지 예측하며 어디로 건널지 정하곤 했다. 사람이 서너 명 정도 있을 때에는 조금 더 걸어가서 옆 횡단보도를 건넜고, 7명 넘게 서 있을 땐 조금 기다렸다가 건넜다. 항상 우리의 예측이 맞진 않았지만, 정말 옆 횡단보도를 건너러 갔을 때 타이밍 맞게 초록 불로 바뀐 적도 많았다. 하지만 수업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할 땐 직접 예측해서 건널 게 아니라 언제쯤 바뀔지 알려주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다들 스마트 횡단보도를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바닥 신호등을 실제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보느라 주변 환경을 인지하지 못하고 땅만 보고 걷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닥 신호등은 이런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생겨난 것이다.

나도 저녁에 횡단보도와 이어지는 바닥이 건너려 할 때 밝게 초록색으로 빛나는 것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테두리 선 전체를 밝게 빛나게 한 횡단보도도 있었다.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횡단보도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설치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신호등이 개발되고 있는데 내가 필요로 하던 신호등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들어 더 많은 신호등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횡단보도 건널 때 시간을 숫자 또는 눈금으로 표시하여 나타내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실제로 해외에서는 보행 시간뿐만 아니라 대기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까지 알려주는 신호등이 존재했다.

중국과 일본이 그 대표적 예인데, 자동차 운전자의 편리성을 고려하여 도로 위 신호등에 남은 시간을 표시한 경우도 있었고 보행자용으로 횡단보도 신호등 위쪽에 남은 시간을 숫자로 나타내주기도 하였다. 신호가 바뀌는 대기 시간을 알려주는 동시에 눈에 잘 띄도록 폴대까지 빛이 나는 신호등도 존재했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대기 시간을 알려주는 신호등이 널리 설치되기 시작한다면 어떤 형태일지 생각을 해봤다. 우선 가장 평범하게 보행자 신호에 초록 불이 들어왔을 때에는 평소처럼 남은 보행 시간을 표시하고 빨간 불로 바뀌었을 땐 남은 보행 시간을 대신해 남은 대기 시간을 빨갛게 빛나게 하는 방법이 있었다.

또한 폴대 전체가 빛나는 신호등이 이미 존재하는 만큼 이를 이용해서 시간을 표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다. 횡단보도뿐 아니라 도로 신호등 폴대 전체에서 빛이 난다면 앞차에 신호등이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상황도 없을 것이다. 만약 폴대 전체가 빛이 나는 게 아니라 보행 시간이나 대기 시간을 폴대의 빛이 점점 줄어들게 하여 표현한다면 눈에도 잘 띄고 미관상으로도 보기 좋게 느껴질 것 같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신호가 바뀔 때 신호등과 폴대가 동시에 파란불로 바뀌고, 폴대의 빛이 점점 줄어들다 바닥에 다다랐을 때 빨간 불로 다시 바뀌게 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세상에는 다양한 신호등이 존재한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는 걸 지루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독일에서는 게임 신호등을 개발했었다. 신호가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만 횡단보도 건너편에 있는 사람과 핑퐁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싱가포르에서는 장애인이나 노인분들과 같이 교통 약자들을 위해 그린맨 플러스 카드를 신호등에 설치된 단말기에 대면 초록불의 시간을 연장해주는 캠페인을 실시했었다.

디자이너 이한영의 작품인 미래 신호등의 모습에는 플라즈마 레이저를 활용한 가상의 벽이 운전자 앞에 나타난다. 레이저긴 하더라도 가상벽으로 인해 운전자들은 부딪힐 것을 고려하여 더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 보행자도 횡단보도 밖으로 걷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간혹 SNS에선 신호가 바뀌자 운전자 앞에 방지턱들이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며 보행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등 3D로 재현한 신기한 미래 신호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도시가 복잡해지고 기술이 발전하며 시민을 위한 신호등의 다양한 변화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될 미래 도시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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