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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었을 때 새로 산 지 한 달도 안 된 스마트폰을 길에서 떨어뜨려 액정이 산산 조각 난 일이 있었다. 그날은 비가 내렸고, 학교를 마치고 서점에 들러 문제집을 산 뒤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한 손으론 우산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드폰과 문제집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도 물건을 자주 떨어뜨리는 나는 새로 산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액정을 고치기 위한 비용이 어마하게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부모님에게 너무나 죄송한 나머지 울면서 집에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치고 나서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무는 내 피부처럼 스마트폰 액정도 스스로 치유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 영화같은 상상이 자가치유 신소재 기술로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신소재란 자연에 존재하던 물질과 달리 새로운 성질과 용도를 가진 물질이다. 기존의 물질은 나무, 돌, 뼈, 가죽 등을 말하는데 이것들은 모두 한번 소비를 하면 재생이 어렵다. 인류의 삶이 발전하면서 물질의 종류가 다양해졌는데 청동, 구리에 이어 철광석과 철이 발견되었고 마침내 그래핀과 반도체, 플라스틱 등의 신소재까지 발견되어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협의회가 구성돼 1980년대부터 산업적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신소재를 활용한 기술은 21세기 주력 산업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수년 전 처음 발견된 자가치유 신소재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 소재의 개발은 '마이크로캡슐'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이크로캡슐'이란 매우 작은 크기로 물질을 캡슐 형태로 감싸는 것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초소형 로봇이다. 이 마이크로캡슐을 자가치유 고분자에 넣고, 특정 조건에서 이 고분자가 자극되어 표면이 손상되었을 때 다시 원래의 조건으로 만들어 주면 형상 기억 원리에 의해 다시 본 형태로 돌아가는 원리가 자가치유 신소재 개발의 시초이다. 신소재 개발 기술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연구 주제이며 2013년 '세계경제포럼이 뽑은 10대 유망기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치유에 필요한 열이나 자외선 등의 외부자극이 필연적이라는 점과 반복적인 치유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마이크로캡슐 이용 외에도 수소결합을 활용한 방법도 있다. 수소결합이란 전기음성도가 큰 원소, 즉 플루오린(F), 산소(O), 질소(N) 등에 붙어 있는 수소 원자와 인근의 다른 분자나 화학 작용기에 있는 전기 음성도가 큰 원소 간의 인력이다. 플루오린(F), 산소(O), 질소(N) 원자는 전기 음성도가 매우 큰 원자이기 때문에 이들 원자와 전기음성도가 작은 수소 원자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매우 강하게 발생된다. 초분자 중합체는 수소결합으로 구성되어 있어 끊어져도 강한 인력으로 다시 붙는 자가치유 특성을 띤다. 2020년 1월 21일, 한국화학연구원은 초분자 중합체를 활용해 단시간에 자가치유를 가능하게 한 초고속 자가치유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회복되는 속도 면에서 전 세계 중 최고의 기록을 세우는 등 큰 성과를 이루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2020년 11월 19일 자가치유 액정 보호막 개발에 성공하였다. 앞서 설명했던 마이크로캡슐에 쉽게 경화하여 투명 폴리이미드(CPI)가 균열이나 손상 회복을 돕는 아마인유를 담아 만든 기술이다. 폴리이미드란 높은 강도와 내구성을 지니고 있으며 극저온과 고온에서 물성이 변화하지 않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를 말하며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은 이러한 특성에 자가치유 기능이 더해진 물질이다.

손상이 일어나면 마이크로캡슐이 터져 아마인유가 흘러나오게 되는 구조이다. 앞서 말한 초기의 자가치유 소재는 열이나 자외선 등의 외부자극이 필연적이라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투명 폴리이미드와 아마인유를 활용한 마이크로캡슐은 초기 마이크로캡슐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였다. 부가적인 열을 가하지 않고 상온에서도 자가치유가 가능해진 것이다.

자가치유 신소재 기술이 스마트폰 액정같은 필름에만 활용될 수 있을까? 아니다. 이 기술은 부분적인 변형이 필요한 곳 어디든 매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특히 고강도, 고속도의 치유가 가능한 기술이 개발될수록 활용 범위가 광범위해진다. 누구나 한 번쯤 콘크리트가 갈라져 있는 도로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이러한 콘크리트의 균열은 콘크리트 구조물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균열을 스스로 보수하는 콘크리트가 개발되었다. 바테리아와 유무기 혼합재, 마이크로 캡슐을 활용한 '바이오 콘크리트'이다. 바이오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구조물은 콘크리트 틈이 깨지면 자체적으로 석회석을 생성하여 그 사이를 메꿔 구조물의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했을 법한 일들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내가 중학생 때 떨어뜨린 스마트폰 액정이 자가치유 소재로 만들어져있었다면 울지 않고 집에 갔을 것이다. 총에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괴물 같은 로봇들이 나오는 영화들도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에 그치지 않게 되었다. 자가치유 신소재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물질임이 분명하다. 이 물질을 실제로 적용시키기 위해 과학자들의 수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옷과 가방은 찢겨도 스스로 치유될 것이고, 스마트폰 액정은 파손되어도 스스로 수리될 것이다. 제조 과정이 어렵다는 점과 가격 등 현실적인 문제점을 보완한 뒤 연구실 밖으로 나와 실생활에 적용된다면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소재의 발견부터 시작된다.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접시를 실수로 배양기 밖에 둔 채 휴가를 떠난 알렉산더 플레밍이 인류를 구한 페니실린을 발견하고 영국의 한 연구팀이 고작 연필심과 투명 테이프만으로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을 발견한 것처럼 새로운 발견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발견이 세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터무니없을 것 같은 상상과 일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발견이 때로는 위대한 과학기술로 이어지는 것이다. 

<참고자료>
1) 이준행⋅최서영⋅신경원⋅양주호⋅정재우- 지능형 소재기술이 결합된 자가치유 고분자 신기술 연구 동향, 2페이지 2. 본론 - 2.1. 형상 기억형 자가치유 고분자
2) 마이크로캡슐코어쉘나노섬유CNT
3) BROWN, Lemay외 3명, 일반화학 제14판, p478
4) 동아일보,'30초면 손상된 소재 회복'…화학연, 초고속 자가치유 소재 개발, 2020-01-21 입력, 2021-10-28 접속
5)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 정용채 책임연구원, '스마트폰 액정, 돈 내고 수리하세요? 깨져도 알아서 고쳐지는데', 등록일 2020-11-18. 2021-10-28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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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환경공학부 최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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