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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 앉아있는 소녀상앞에서 목포의 근대역사스토리를 들었다
▲ 목포근대역사관 정문 그 아래 앉아있는 소녀상앞에서 목포의 근대역사스토리를 들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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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군산과 가장 많이 닮은 도시를 손꼽으라면 '목포'를 말하고 싶다. 고깃배를 탔던 친정아버지는 생전에 항구도시 중 목포를 자주 말씀하셨는데, 서해바다의 어종을 싣고 군산으로 향할 때 날씨의 상황에 따라 목포어판장에서 생선을 출하하곤 했었다. 그때 주종이 조기와 갈치, 병어 등이 많았고 때론 흑산도 홍어를 팔았다고 자랑하셨던 기억도 있다.

목포에는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여행 삼아 두 번 가보았는데 첫인상은 바로 군산과 닮은꼴이 많다는 느낌이었다. 군산에 월명산과 월명공원이 이정표라면 목포에 유달산과 유달공원이 있고 군산 째보선창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의 근대역사가 집약된 곳이라면 목포에도 선창을 중심으로 근대역사산물이 가득했다.

두 항구 모두 개항시기도 비슷하였으니(군산1988년, 목포1899년) 근대이후부터 쌓여진 고장의 역사와 문화유산 역시 너무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차이점을 찾자면 목포에는 대중가요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과 '김대중 대통령'이 있어서 왠지 정서적으로 군산보다 더 유명한 느낌이 들었다.

남편이 소속된 환경단체 '새만금 시민조사단'이 새만금의 해수유통과 갯벌복원에 대하여 선진지 탐방의 필요성을 논의할 때,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협약에 등록된 순천만 갯벌얘기가 나왔다. 꼭 가고 싶었던 자연생태습지였기에 다른 조사단보다 하루 먼저 남도 여행길에 올랐다. 다행히 목포에 있는 지인의 집에 숙박을 정하고 목포문화원에서 근무하는 지인이 일일 지역문화해설사를 자처했다. 덕분에 '목포와 신안 섬을 찾아서'라는 테마여행이 횡재처럼 다가왔다.

목포역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유달산 바로 아래 지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간단한 다과 후에 지인과 함께 목포의 구도심을 돌았다. 마치 군산의 월명공원 밑자락에 서 있는 일제강점기 건물들이 많은 월명동 골목에 들어선 듯했다. 내부를 깊숙이 볼 수는 없었지만 커다란 정원이 있는 고택들이 구 시가지 신작로에 위치한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일제 강점기 조개지 형성과 지도가 생각났다.

유달산을 병풍으로 서 있는 '목포근대역사관(등록문화재 718호)'의 정문까지 쌓인 높은 벽돌 담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서 주변을 둘러보니 말 그대로 목포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시대 목포의 3백(쌀 면화 소금)을 강탈한 식민 경영지의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의 근대건축관(옛날의 조선은행건물) 맨 꼭대기 상층부는 군산민초들의 삶을 감시하고 곡물을 수탈하기 위한 공간이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목포의 근대역사관에서 바라본 이 광경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사관 후문으로 돌아가면 구 목포부처 서고 및 방공호(등록문화재588호)가 있었다. 일제 말기 1941년에 조성한 방공호에 들어가니 당시 강제동원된 우리 한국인들이 굴을 파는 모형이 있었다. 일제의 전쟁야욕에 동원된 수많은 역사적 현장 중에 하나인 이 굴을 남편과 걸어 나오면서 얕은 지식을 주고받는 것만으로 마음의 무거움을 대신했다.
 
목포와 신안섬을 이어주는 천사(1004)다리를 지나 암태도의 동백벽화를 만났다
▲ 천사다리와 암태도벽화  목포와 신안섬을 이어주는 천사(1004)다리를 지나 암태도의 동백벽화를 만났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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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해설할 다음 코스는 목포를 안아주는 신안 앞바다와 신안 다도해라고 했다. 신안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신안 앞바다 보물선이라고 대답했다. 몇 년 전 목포를 방문했을 때 해양유물전시관에 복원해 놓았던 신안보물선과 수많은 도기들을 보고 목포가 유물을 대하는 문화태도에 감탄했었다. 이번에는 직접 신안섬 내부로 들어가는 천사(1004)다리를 지나고 대표적인 몇몇 섬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겠다고 했다.

"지금부터 신안의 천사대교를 건너가겠습니다. 2010년부터 시작해서 10년만에 완공했구요 길이 10.8㎞입니다. 국내에서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4번째로 긴 다리입니다. 저기 보이는 날개 보이시죠. 천사의 날개를 닮은 형상입니다. 이 다리는 압해도에서 암태도로 이어지구요. 다리의 이름은 공모를 통해 섬 1004개로 구성된 신안을 상징하는 천사대교로 결정되었습니다. 또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 등 섬 5곳을 동시에 연결해서 섬 사람들의 오랜 숙원을 풀었지요."
 

여행을 올 때는 사전에 좀 공부를 하고 와야 되는데, 처음에 지인이 말하는 '압해도(押海島)'라는 말이 자꾸 '앞에도'로 들려서 결국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누를압 자, 바다 해'라고 하며 섬의 기운이 바다와 갯벌을 누를 만큼이다 라고 했다. 그제서야 제대로 '압해도'라는 단어가 들어왔다.

이어 도착한 곳은 자은도였다. 이전에 암태도와 자은도를 잇는 은암대교가 있었지만 천사대교 개통으로 유명관광지가 되었단다. 특히 자은도의 유각마을 벽화는 동백 파마머리 벽화로 알려진 암태도의 기동 삼거리 벽화 못지않게 유명하다고 했다. 시간이 빠듯해서 암태도로 바로 방향을 바꾸었다.

"암태도 하면 혹시 생각나는 거 있으세요?"
"암태도 소작쟁의" 남편의 대답이었다.

몇 년 전 한국사 자격증을 위한 공부를 할 때 암태도 소작쟁의를 암기했는데, 그곳이 여기 신안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섬에서 농민들이 무슨 쟁의를 했을까.
 
"암태도 소작쟁의는 일제강점기인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약 1년간 이곳 신안군 암태도의 소작인들이 일제에 대항해 벌인 소작농민항쟁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암태도 소작쟁의의 영향이 전라남도 서해안 도서지방의 소작쟁의를 자극했지요. 도초도(都草島)소작쟁의, 자은도(慈恩島)소작쟁의, 지도(智島)소작쟁의를 일으켜서 한국농민운동에서 매우 의미있는 사상으로 평가받습니다."


지인의 고향은 목포다. 완전 찐 목포 사나이다. 목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가까운 제주에서 대학을 나오고 고향에서 정착한 후 목포문화원에서 일했다. 목포를 둘러싼 신안섬과 흑산도까지 구석구석 모르는 곳이 없고, 무엇보다 지역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각별했다. 오죽하면 자기 집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 목포를 찾는 사람들에게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일을 자처하겠는가. 지인 같은 사람들이 많아야 지역의 고유성이 살아나고 나라의 정체성이 살아나는 법이지 라는 주변사람들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였다.

목포는 항구다. 군산과 너무도 닮은 그러나 속내를 들춰보면 또 다른 향기가 우러나는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문인과 예술인의 자긍심이 넘치는 곳, 해양과 육지를 아우른 곳, 오랜 바다역사의 산실, 지금도 힘차게 뛰는 바다 동맥의 소리가 들리는 곳. 목포에서의 여행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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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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