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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성무 코치, 정해빈(2학년), 홍유빈(1학년), 오세민(1학년), 홍윤서(2학년), 임병진(3학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성무 코치, 정해빈(2학년), 홍유빈(1학년), 오세민(1학년), 홍윤서(2학년), 임병진(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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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는 쉬어버리면 근육이 풀리고 하니까 어디를 가든 운동한다고 하면 받아줘요. 역도는 기록 경기잖아요? 깨끗하잖아요. 혼자 무대에 올라가서 기록을 세워야 하는 혼자와의 싸움이죠."

지난 13일 찾아간 전북 순창군 순창고등학교 역도부 체육관에서 만난 박성무 코치의 설명이다. 역도부 체육관은 순창고 내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체육관에서는 순창고 학생 5명을 포함해 중학생 7명(순창북중 5명·순창중 2명), 금과초등학생 1명, 완주군의 체육고 학생 1명 등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박 코치는 "역도는 특별한 장비나 재료가 필요한 게 아니고 운동만 가르치면 되니까 다른 학교 학생들이 운동하러 와도 괜찮다"면서 "순창고와 순창북중은 같은 재단이라 학교에서 지원해 준다"고 말했다.

체육관에서는 연신 "쿵, 쾅" 역기 내려놓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쪽에서는 선수 별로 달리하는 역기 무게를 조율하느라 '원판'을 넣었다 뺐다 하느라 "덩, 덩" 소리가 울렸다. 역기 봉에 끼워 넣는 '원판'은 빨간색(25kg), 파란색(20kg), 노란색(15kg), 녹색(10kg), 회색(5kg)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실내체육관을 가득 채우는 건 역기를 들어 올리며 선수들이 내뱉는 '기합' 소리와 '역기', '원판'이 매트 위에 내려앉는 소리뿐이었다. 선수 별로 훈련 무게를 맞추느라 계속 원판을 넣다 뺐다 교체했다.

"역도보다 좋은 건 없다"는 선수들

웃으며 번갈아 사이좋게 역기를 드는 고1 여학생 3명이 눈길을 끌었다. 오세민, 홍유빈, 설단비 학생은 17살 동갑내기 친구다. 오세민·홍유빈 학생은 전주에 있는 송원초와 용서중을 졸업하고 순창고에 진학한 초·중·고 동문이다. 설단비 학생은 순창 구룡초를 졸업하고 완주군에 있는 체육중·고에 스카우트 됐다. 순창고 학생과 순창 출신 학생을 순창이 하나로 연결한 셈이다.

세 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역도대회에 참가하며 서로 경쟁도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역도보다 좋은 건 없다"고 말했다.
 
17살 동갑내기 친구 오세민, 홍유빈, 설단비 학생.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17살 동갑내기 친구 오세민, 홍유빈, 설단비 학생.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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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무 코치는 체육관 한쪽에 서서 묵묵히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없이 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역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인천에 살다가 중학교 1학년 때 전주로 이사를 왔는데, 학교에 갔더니 우리 반에 역도부 친구가 있어서 따라갔다가 시작했어요. 처음엔 신기한 운동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은 5년째 기록이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어요."(홍윤서ㆍ2학년)

"익산의 중학교 1학년 때 '역도하면 몸이 좋아진다'는 선배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첫 느낌은 재미있었어요. 역도 시작 후 1년 만에 학년 별 대회에서 3등을 했어요. 이번 년도부터는 전국대회에서 상을 타기 시작했어요. 이번 전국체전에서는 제 체급이 없어져서 체중은 안 늘렸는데 한 체급 올려서 (109kg급)동메달을 땄어요. 제 체급인 102kg급에서는 3관왕을 2번 했었어요."(정해빈ㆍ2학년)

정해빈 학생은 진지하게 역도 체급에 대해 설명하며 당찬 포부를 전했다.

"역도는 일반대회 체급이랑 올림픽이랑 전국체전의 체중이, 체급이 달라요. 96kg급 다음에 102kg급이 있어야 하는데, 전국체전은 102kg급이 없고 바로 109kg급이에요. 3관왕도 많이 나오고 국가대표도 배출하고 하니까 순창고 역도부가 유명하죠. 코치님들이 잘 가르쳐 주시고 시설도 좋고 운동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그 작은 차이가 기록을 다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올림픽 나가서 메달 따는 게 목표입니다."

"역기 처음 잡았을 때 너무 무거웠어요"

순창고 정문 위에는 지난 10월 14일 종료됐던 전국체전에서 역도 메달을 딴 선수들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달려있다.

"임병진(81kg급) 인상(금메달)ㆍ용상(금메달)ㆍ합계(금메달) 3관왕, "홍유빈(64kg급) 인상(동메달)ㆍ합계(동메달) 동메달2개, 정해빈(109kg급) 합계(동메달) 동메달1개."

81kg급에서는 임병진(3학년) 학생이 전국대회를 휩쓸다시피 하고 있다. 임병진 학생은 "(순창고 출신) 서희엽 선수 아버지가 저희 고모부랑 엄청 친하신데, 초등학교 5학년 때 권유하셔서 역도를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 역기를 잡았을 때 기억나는데, 진짜 너무 무거웠어요. 하하하. 빈 봉만 들었는데 그랬어요. 빈 봉이 남자용은 20kg, 여자는 15kg이에요. 역도를 좋아하고 즐기다 보니까 실력이 점점 좋아진 것 같아요. 남자 전성기는 스물 여덟아홉 살이라고 보는데, 항상 10년 앞을 생각했어요. 이 무거운 무게를 계속 올려가면서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자기보완하면서 계속 이겨나간 것 같아요. 올림픽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시아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으면 해요."
 
임병진 학생이 원판을 들고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임병진 학생이 원판을 들고 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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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고는 이배영(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서희엽(2017세계선수권 금메달) 등을 배출한 역도 명문이다.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킹콩을 들다〉(감독 박건용)의 실제 배경이 되기도 했다. 박성무 코치는 순창고가 오랫 동안 역도 명문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을 훈련 양으로 설명했다.

"보통 훈련 일지 같은 걸 쓰잖아요. 총 무게를 계산하면 남자 같은 경우는 하루에 한 30만 킬로그램 정도를 들어 올려요. 보통 스쿼트(역기를 어깨에 메고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 반복)를 하면 200kg 가지고 두세 개씩 해 버리니까. 20kg만 몇 번 들어도 몇 백 킬로그램이 그냥 넘어가 버려요."
 

순창고 역도부의 산 증인, 윤상윤 감독

순창고 역도부의 살아 있는 증인은 윤상윤 감독이다. 그는 순창고 역도부 감독을 30년째 맡으며 대한민국을 들어 올리는 역도인을 배출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전통을 무시 못 하잖아요. 올림픽 은메달 땄던 이배영 선수, 그때가 저희 초창기인데 그때부터 학생들이 성실하게 잘 해 줬어요.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게 인사를 잘하자, 예의 바르게 하자, 모범이 되는 학생들이 되자고 그랬어요. 선생님들이 '역도부는 모범적이다', 항상 칭찬하셨어요. 선배들이 잘 해 놓으니까. 후배들도 열심히 잘 해야겠다, 목표의식이 생기는 거죠."

박성무 코치는 역도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지적했다.

"역도를 어렸을 때 시키면 키가 안 큰다고 하는데, 여기 선수들 다 크고 있어요. 저도 중학교 3학년 때 학생기록부 봤거든요. 167(cm)이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키가 187(cm), 20센티미터가 커버렸어요. 하하하."

체육관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몸에서는 땀이 흐르고 무게에 짓눌려 자연스레 인상이 써지면서도 선수들은 하나같이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정해빈 학생이 전했던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취재를 마치면서 깨달았다.

"감독님과 코치님께 단 한 번도 혼 나 본 적이 없어요. 우리 역도부는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하하하."

역도부 체육관은 일요일 날만 쉰단다. 공휴일에도 무조건 운동을 한다. '노력 앞에서는 장사가 따로 없다'는 이야기가, 적어도 '순창고 장사'들에게는 딱 들어맞는 말이다. 
  
순창고 정문에 걸려 있는 축하 현수막
 순창고 정문에 걸려 있는 축하 현수막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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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10월 27일자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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