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가 대세다. 본모습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연예인이 늘었다. 특히 연기자보다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는 코미디언들의 부캐가 인기를 끈다. 많은 개그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코로나19로 소극장 공연까지 어려워졌다. 코미디언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서 마음껏 재능을 뽐내고 있다.
  
 코미디언 최우선 씨

코미디언 최우선 씨 ⓒ 최우선

 
'본캐' 이름 그대로 '부캐'를 연출하는 코미디언이 있다. 바로 유튜브 채널 '아싸 최우선'의 우선씨. 본캐인지 부캐인지 헷갈릴 만큼 자연스러운 연기로 '아싸' 대학생을 보여준다. 그는 주변에서 한번쯤은 본 듯한 캐릭터로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준다. 올해 초 개설한 '아싸 최우선'은 6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5일 한 카페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주에 두세 번은 새로운 영상을 올리는 우선씨. 편집은 직접 한다.
 
"컴퓨터로 작업하는 걸 좋아해요. 중학생 때 포토샵 자격증을 취득했죠. 개개인이 작가가 되고, 출연자가 되고, 연출까지 하는 거예요. 1인 미디어 시대가 된 거죠."

 
'아싸 최우선' 채널 운영만으로도 바쁠 것 같은 그는 '코미디빅리그'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전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계속 코미디빅리그 일정이 있어요. 화요일이 녹화고 수요일에 회의, 목요일과 월요일에 리허설을 해요. 그리고 남는 시간에 유튜브를 하죠. 공개코미디가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어요.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야하고, 제작진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발전시켜야 하거든요."
  
'아싸 최우선'에서처럼 우선씨는 엄마, 아빠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산다. 실제 가족들 성격과 채널 속 가족들 성격이 같은 건 아니다.
 
"성격은 각 캐릭터를 맡은 사람에게 맞췄어요. 제가 특정한 캐릭터를 정해주지는 않아요. 대본이 따로 없거든요. 일단 만나서 찍으면 뭐가 나와요. 옛날부터 같이 개그를 했던 사람들이라 자연스럽게 연출이 되더라고요. 소극장에서부터 했던 연습들이 도움 되는 것 같아요
."
  
 코미디언 최우선 씨

코미디언 최우선 씨 ⓒ 최우선

 
'아싸 최우선' 속 최우선, '코미디빅리그' 속 최우선, 소극장 속 최우선은 얼마나 다를까.
 
"장소나 환경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틀은 같죠. 피자로 치면 베이스는 똑같지만 토핑이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랄까요."
 
우선씨는 '아싸 최우선'의 최우선과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낸 걸까.
 
"저도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내성적이에요. 아이돌, 역사, 영화 분야에 덕후 기질도 있고요. '아싸 최우선' 캐릭터는 너무 내성적으로 과장되긴 했죠. 예전에 코미디언 동료들과 '몰카' 유튜브 채널을 했었어요. 이제 몰카에서 부캐로 대세가 바뀌었더라고요. 피식대학 나오는 분들이 지망생 때 같이 개그 했던 분들이에요. 그분들의 영향도 받고, 조언을 들으며 '아싸 최우선'을 시작했죠. 특히 해준이형(최준, 쿨제이) 도움이 컸어요.
 

옛날의 개그는 과장하는 맛이 있었다면, 요즘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는 게 인기를 끌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도전하지 않은 캐릭터를 생각했죠. 아싸 대학생을 잘 살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코미디빅리그에서도 어설픈 연기를 많이 했거든요. 그런 느낌의 캐릭터는 아무도 없더라고요."
 
'대학생' 캐릭터를 택한 건 실제 우선씨의 경험을 담을 수 있어서다. 그는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07학번이다.
 
"어릴 때 '논스톱'같은 시트콤을 보면서 대학교에 대한 로망을 가졌어요. 대학생이 되면 다 같이 친하게 지낼 줄 알았죠. 저희 과 인원이 150명이었어요. 그 사람들이랑 전부 친해질 순 없죠. 제가 남자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생각보다 비슷하더라고요. 매일 똑같은 남자애들이랑 당구장 가고, 피시방 가고.(웃음)"
 
'아싸 최우선'캐릭터에 비하면 우선씨의 대학생활은 활동적이었다.
 
"미팅도 하고 동아리활동도 하고 할 건 다 했습니다. 마당놀이 동아리를 했어요. 꽹과리를 쳤죠. 문둥이춤도 추고요. 졸업은 작년에 했어요. 10년 넘게 다닌 거죠. 중퇴도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졸업장은 따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우선씨는 학창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다기보다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다녔던 고등학교가 빡셌어요. 교도소로 유명했죠. 아침에 들어가서 밤에 나왔어요. 학생의 본분으로 한 거예요."
 
그는 코미디언이 되지 않았다면 평범한 공무원이나 세무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미디언을 꿈꾸게 된 건 군대에서다.
 
"최전방에 있어서 시간이 많았죠. 자기 근무만 딱 끝내면 특별히 할 게 없거든요. 남는 시간에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당시에 자기계발서가 유행이었어요. 그게 결국 비슷한 내용들을 길게 쓴 거잖아요. '네 인생은 네가 주도자다'라는. 그 책들을 읽고 자극받았죠. 어리기도 했고요. 전역하고 바로 도전했죠."
 
하지만 우선씨의 부모님은 그의 도전을 반기지 않았다.
 
"말이 개그맨지망생이지 부모님이 보시기에는 백수였죠. 나름대로 극장에서 열심히 했지만 부모님이 직접 와서 보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반대하시다 동생이 취직을 하니 그때부터 별말 안 하시더라고요. 둘 중 한명은 번듯한 직장인이 됐으니까요. 그래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부모님과 더 친해지더라고요. 동생에 비해 시간이 자유로워서 많이 도와주니 예뻐해 주시고요.(웃음)"
 

우선씨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 다니는 주변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긴 했어요. 남과 비교하면 끝이 없죠. 힘들 때도 있지만 힘들지 않은 직업이 없잖아요. 결과적으로 보면 후회가 없죠. 그냥 내 할 일 열심히 하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정기복이 큰 성격이 아니라 늘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웃음)"
 
그는 동료 코미디언이 잘 될 때도 질투보다는 좋은 자극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주변사람이 잘 되는 게 저한테도 좋은 일이더라고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됐고요(웃음). 사람마다 때가 있고 시간이 있는 거죠."
  
 코미디언 최우선 씨

코미디언 최우선 씨 ⓒ 최우선

 
우선씨는 추후 아싸 직장인, 아싸 취준생, 아싸 이등병 등의 콘텐츠도 생각하고 있다.
 
"큰 목표를 바라보기보다는 일단 제 발 밑을 보며 한걸음씩 걸어가려고 해요. 언젠가 뒤를 돌아보면 이만큼 올라왔구나! 하고 느낄 테니까요."
 
묵묵히 그리고 성실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우선씨. 그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열심히 나아가 수많은 팬을 만들어냈다. 순수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공감과 웃음을 주는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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