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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펜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일자리의 지속성, 소득, 노동조건, 사회 보장이 모두 취약한 불안정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다.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불안정 노동자는 법적 보호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서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는 불안정 노동자의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편집자말]
김화장씨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출연자 메이크업을 담당합니다. 출퇴근 시간이 사실상 프로그램 연출자(PD)에 의해 정해지고, 업무내용과 업무장소에 관해서도 방송국의 지휘·감독을 받습니다.

화장씨는 원래 방송국과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방송국에서는 6개월마다 도급계약을 맺기로 하는 업무도급계약서를 김씨에게 내밀었습니다.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이란 노동력의 제공이 아니라 일의 완성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으로, 화장씨는 노동자가 아닌 방송출연자의 메이크업을 완료해주고 그 보수를 받는 사업자로서 방송국과 대등한 지위를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화장씨는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고, 필요하면 화장씨를 대신하여 동료가 해당 업무를 수행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화장씨는 화장씨가 담당하는 방송프로그램 PD의 관리감독 하에서 일했고,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도 없었습니다. 일이 없어 쉬는 날에는 방송국의 행사에 동원되어 다른 프로그램 출연자의 메이크업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선거방송 기간 중에는 심야에도 개표 방송이 이뤄지는 탓에 밤늦게까지 일하고 다음 날 아침에 퇴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장씨가 일을 그만두자, 방송국에서는 화장씨에게 퇴직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일은 일대로 시키면서 사용자 책임은 안 지겠다?
 
메이크업 도구들.
 메이크업 도구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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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측은 업무상 도급계약을 한 만큼 화장씨가 방송국에 채용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방송국에서는 "해당 프로그램 PD가 사비로 화장씨를 채용한 것"이라며 "해당 PD와 협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방송프로그램은 다양한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프로듀서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업무도급계약, 용역계약을 통해 계약하고 일을 합니다. 심지어 프로듀서마저 외주 인력으로 쓰거나 프로그램 자체를 외부에 의뢰하여 방송국의 이름으로 내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방송국은 일은 일대로 시키면서 사용자로서 책임은 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연차휴가와 휴게시간을 지급해 인간다운 노동환경을 보장하고, 부당해고를 금하며, 1년 이상 일하면 퇴직금을 지급합니다.

그러나 연차휴가와 퇴직금 지급, 부당해고 구제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 보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화장씨 역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송국을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진정을 제기했지만, 고용노동지청은 업무도급계약을 통해 방송국과 고용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도움을 줄 수 없다"라고 통보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전향적 판정  

방송국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나 아나운서, 촬영과 조명담당 보조 인력들 역시 화장씨와 같은 불안정 노동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방송 작가는 아이템 기획부터 자료수집 ·원고 작성 등 업무를 맡습니다. 방송업무 특성상 평일이나 주말에 상관없이 출근해 아이템을 찾고 자료를 조사합니다. 대부분의 방송 작가 채용공고에는 근무 형태가 '상근'이라고 표기된 경우가 많습니다.

2021년 3월 MBC 아침 뉴스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 2명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받았습니다. 방송국이 방송 아이템 선정과 원고 작성 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고 업무 장소와 출퇴근 시간 역시 방송국이 지휘 통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앞서 2019년 법원도 계약직 아나운서가 방송국으로부터 업무 지휘·감독을 받으며 방송국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만 출연하는 등 전속적이고 배타적인 관계로 일했다면, 프리랜서 위임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를 남겼습니다.
 
방송작가를 위한 노동조합 방송작가유니온
 방송작가를 위한 노동조합 방송작가유니온
ⓒ 방송작가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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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살펴보기]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일방적으로 참가인의 업무 내용을 지시하고 업무 형태, 업무 환경 등을 지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참가인의 업무수행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것이고, 참가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원고에게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임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원고는 이 사건 계약(프리랜서 업무위임계약, 출연계약) 기간 동안 참가인의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그 업무 수행에 관여하였다. (하략)
② 참가인은 원고가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에만 출연하여야 하므로 참가인과 원고의 관계는 전속적이고 배타적이었다.
③ 원고는 이 사건 계약 기간 동안 참가인에게 고정적인 사무공간과 개인 사물함 등 편의시설을 제공하였고, 다른 원고 직원들이 근무하는 장소가 위 사무공간과 구분되지 않았다. (하략)
(서울행법 2018구합74686,  선고일자 : 2019-07-04)

이런 판결 근거를 통해 살펴보면 화장씨 역시 방송국에 직접 채용된 노동자로 봐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방송국을 사용자로 하여 고용노동지청에 퇴직금 미지급 진정을 제기하여 다투게 됩니다. 그러나 고용노동지청에서 화장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방송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방송미디어 분야 불안정 노동 종사자에 대해 방송국 측이 표준계약서를 통해 합리적으로 노동조건에 대해 계약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다만 이는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미디어 분야에 종사하는 불안정 노동자를 보호하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방송미디어 노동자들의 불합리한 상황에 맞서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희망연대노동조합은 방송국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민단체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방송미디어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인권침해 피해와 노동권리 침해에 맞서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방송미디어 노동자를 지원합니다. 이러한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방송국의 횡포로부터 보호받고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불안정 노동자 사례는 서남권 서울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발간한 <노동이 우리에게 와서: 불안정 노동 이야기>에도 실려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에서 제공한 사례와 민주노총법률원의 감수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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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발견하는 생활속 진보를 꿈꾸는 소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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