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외할머니는 텃밭에서 키운 생강을 얇게 썰어서 단지에 담고 꿀에 재웠습니다. 겨울내내 어린 손자에게 따뜻한 생강차를 숟가락에 떠서 입으로 넣었습니다. 그때 추위와 감기에 면역력이 생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겨울에도 내복을 입지 않고 옷을 얇게 입어도 감기를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생강의 휘어지지 않고 짱짱하게 뻗은 줄기와 잎은 대나무를 닮았습니다. 진한 향기를 뱉어내는 생강밭에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은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농사를 시작한 이후로 생강은 가장 좋아하는 작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3년째 사용한  씨생강 '무강'이 키워낸 햇생강.
▲ 무강 3년째 사용한 씨생강 "무강"이 키워낸 햇생강.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3년 사용한 씨생강

진시황이 찾았다는 늙지 않는 불로초는 없지만, 종자로 사용한 씨생강은 흙속에 묻혔어도 썩지 않고 해마다 햇생강을 계속해서 키워냅니다. 올해도 같은 씨생강을 3년째 심어서 알찬 수확을 했습니다. 즉, 3년전에 사용했던 씨생강을 보관했다가 다음해 심고, 올해도 심었습니다.

흙에 묻어서 키우는 작물의 종자(구근)는 다음 세대 작물을 키워내면서 사라집니다. 그러나 종자로 사용했던 씨생강은 원래 형태로 남아서 다음해에 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싼 종자값을 지불하지 않아서 이래저래 농부에게 고마운 작물입니다.

종자로 사용한 씨 생강은 '무강'이라고 합니다. 겨울에 얼지 않도록 보관했다가 봄이 되면 씨눈에서 새싹이 나온 것을 밭에 또 심으면 됩니다. 생강은 추위에 약한지라, 겨울에는 난방을 하는 방과 거실에서 종이박스에 담아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겨울 동안 보일러를 끄지 않고 장기간 외출 시에는 실내온도 1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난방을 하면 됩니다.

한 달에 한두 번 박스를 열어서 건조되어 마르는 현상이 생기면 젖은 수건이나 신문지를 덮어서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면 됩니다. 고구마와 토란도 같은 방법으로 보관했다가 다음 해에 종자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난방을 하는 방안에 보관 중인 생강
▲ 생강보관 난방을 하는 방안에 보관 중인 생강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생강

외떡잎 식물의 생강은 새로운 줄기가 양쪽 옆으로 여러 개 생기는 '분얼' 생육을 합니다. 분얼을 하면서 새로운 줄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생강 농사에서 풀을 잡기 위한 검은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작물이기도 합니다. 비닐을 씌웠다가 줄기가 비닐 속에 갇혀서 고온다습한 온도에 녹아버릴 수 있습니다.

비닐 대신에 볏짚이나 왕겨를 덮어주기도 하는데, 풀을 억제하기보다는 흙 속의 수분을 유지하려는 목적입니다. 볏집이나 왕겨는 햇볕을 완전하게 차단하지 못해서 풀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이유로, 제초제를 많이 사용하는 작물이기도 합니다. 친환경농사에서는 왕겨와 볏짚으로 덮어주더라도 뚫고 올라오는 풀을 뽑아줘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수분을 유지하고 풀을 잡기 위해서는 낙엽이 좋습니다. 지금쯤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모았다가 내년 생강 농사에 사용하면 됩니다. 낙엽은 햇볕을 차단하고 수분을 유지하여 흙이 가뭄이 들지 않습니다.

생강은 가뭄이나 강한 폭염에는 생육이 불량해서 적절한 수분 유지를 하고 고온에는 약하게 그늘을 만들어줘야 잘 자라는 작물입니다. 낙엽을 두껍게 덮어도 생강은 뚫고 올라오지만, 햇볕을 못 보는 풀 씨앗은 발아하지 못합니다.

낙엽을 쉽게 모으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파트단지에서 조경으로 심어둔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포대에 담아둡니다. 관리사무소에 찾아가서 농사에 사용하겠다고 하면 가져가라고 합니다. 낙엽은 소각으로 불태워야 하고 비용을 지불하는데 농사에 사용한다면 관리비를 아낄수 있습니다.

각 지자체마다 관리하는 공원에서도 낙엽을 포대에 담아서 소각합니다. 그것을 사용하겠다고 하면 농사짓는 밭까지 실어다 줍니다. 공원을 관리하는 부서로 연락을 하면 됩니다.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씨생강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줄기를 올리는 분얼을 한다.
▲ 분얼 씨생강을 중심으로 양옆으로 줄기를 올리는 분얼을 한다.
ⓒ 오창균

관련사진보기

 
농사는 날씨가 결정해

몇 년 전에는 폭염으로 작년에는 긴 장마로 많은 비가 내려서 생강 농사를 망쳤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에는 방법이 없고 생강밭에 서서 쓰러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도 기후변화가 심해서 농사가 어려웠지만 생강 농사에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산 장사와 짚신 장사를 하는 아들을 둔 어머니 같은 마음이었다고 할까요,

생강이 커지는 비대기의 9월에는 가을장마로 적절한 수분을 유지했고, 무더운 가을날씨가 생육을 도왔습니다. 여름에는 폭염이 길지 않았지만 한 달 정도 50% 차광막으로 그늘을 만들어준 것과 배수가 잘되는 흙도 생육을 도왔습니다.

농사는 잘되는 조건이 많을수록 결과가 좋습니다. 반대의 경우는 나쁜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나 인위적인 방법으로 아무리 좋은 조건을 만들어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농사는 절대적으로 24절기의 변화를 따라가는 기후의 안정에 달렸습니다.

태그:#생강, #씨생강, #무강, #낙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