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전남의 공격수 이종호가 FA컵 4강전에서 친정팀 울산에 득점을 성공한 이후 기쁨을 표출하고 있다.

▲ 이종호 전남의 공격수 이종호가 FA컵 4강전에서 친정팀 울산에 득점을 성공한 이후 기쁨을 표출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2부리그 클럽의 반란이었다. K리그2의 전남 드래곤즈가 강력한 우승후보 울산 현대를 제압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전남은 27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2021년 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1997년, 2006년, 2007년까지 통산 3회 정상에 오른 전남은 대구와 FA컵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이종호-장순혁, 친정팀 울산에 비수 꽂다
 
전남은 3-5-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발로텔리-이종호가 투톱, 중원은 올렉-황기욱-김현욱-장성재-김태현이 맡았다. 스리백은 박찬용-최호정-장순혁, 골문은 박준혁이 지켰다.
 
울산은 4-2-3-1을 들고 나왔다. 김지현이 원톱에 포진한 가운데 바코-윤빛가람-윤일록이 2선에서 지원했다. 김성준-신형민이 더블 볼란치, 포백은 홍철-불투이스-임종은-설영우,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울산은 전반 7분 불투이스, 8분 김지현의 연속 슈팅으로 전남을 강하게 몰아쳤다. 전남도 전반 9분 장성재의 슈팅으로 울산을 위협했다.
 
울산은 다시 기회를 엮어냈다. 전반 14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성준의 헤더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17분에는 윤빛가람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최호정에게 유니폼을 잡혀 넘어졌지만 VAR 판독 결과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줄곧 려두들겨 맞던 전남은 울산에게 일격을 가했다. 전반 22분 김현욱의 코너킥을 이종호가 포스트에서 머리로 돌려넣으며 골망을 갈랐다.
 
울산은 전반 28분 불투이스와 조현우의 커뮤니케이션 실수로 결정적 위기를 맞았다. 발로텔리가 골키퍼 키를 넘기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조현우 골키퍼의 반사신경이 빛났다. 다시 전열을 재정비한 울산은 바코, 윤일록을 앞세워 슈팅을 날렸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전반은 전남의 1-0 리드로 종료됐다.
 
전남은 다시 한 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 후반 4분 전방 압박을 통해 신형민의 드리블 미스를 유도했고, 장순혁이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작렬했다.
 
다급해진 울산의 홍명보 감독은 신형민, 설영우 대신 이동경, 오세훈을 투입하며 총공세를 지시했다. 울산은 후반 34분 핸드볼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바코가 성공시키며 추격의 시동을 걸었다.
 
후반 39분 홍철의 크로스에 이은 김지현의 헤더가 옆그물에 걸렸다. 추가 시간 6분 동안 이동경과 임종은의 마지막 슈팅마저 골문을 빗나가고 말았다. 전남은 단단한 수비로 한 골의 리드를 지켜낸 끝에 대어를 낚았다.
 
트레블 노린 울산, 1주일 만에 무관 위기 놓이다
 
울산은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K리그1, ACL, FA컵에서 생존하며 내심 트레블(3관왕)을 노렸다. 지난 17일 ACL 우승의 최대 고비처였던 전북과의 8강전에서 연장 120분의 혈투 끝에 3-2로 승리를 거두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3일 뒤 포항과의 ACL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함에 따라 2년 연속 우승이 좌절됐다.

이 경기 패배는 비극의 서막을 알렸다. 24일에는 K리그1 정규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성남에게 덜미를 잡혀 비상이 걸렸다. 오랫동안 리그 선두를 달린 울산이 끝내 밑에서 추격하던 전북에게 1위를 내준 것이다.

여전히 파이널 라운드에서 5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우승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지난 2019, 2020시즌 뒷심 부족으로 전북에 역전 우승을 내준 아픔을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부진의 여파가 결국 FA컵에서도 이어졌다. 사실 객관적 전력에서 울산의 우위가 예상된 경기였다. 울산은 최근 2시즌 연속 K리그1에서 2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챔피언이다.
 
하지만 울산은 동력이 너무 떨어진 상태였다. 1주일 전 포항과의 ACL 4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느라 많은 힘을 소진했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둔탁했으며,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홍명보 감독은 부분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전통적으로 전남은 FA컵에 유독 강하다. K리그 우승 경력은 없지만 FA컵에서는 통산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과거 울산에서 몸담았던 이종호와 장순혁이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K리그2 4위 전남이 선수비 후역습 전술과 세트피스의 예리함으로 K리그1에서 우승 경쟁 중인 울산에 승리한 것은 FA컵 역사에 남을 이변임에 틀림없다.
 
2021년 하나은행 FA컵 4강전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 2021년 10월 27일)
울산 1 - 바코(PK) 79'
전남 2 - 이종호 22' 장순혁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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