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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진열된 한국사 참고서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 진열된 한국사 참고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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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뜬금없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의 한국사 수업 시수를 축소하는 방안이 교육부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행 6단위에서 5학점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의 시행을 앞두고 단위에서 학점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한 학기의 주당 수업 시수를 한 시간 덜어낸다는 뜻이다. 

참고로, 현재 고등학교의 6단위 한국사 수업은 주로 1학년에 편성되어 주당 3시간씩 두 학기 동안 배우게 된다. 일부 학교에서는 수능 대비를 이유로 1학년에 2단위를 따로 떼어 3학년에 편성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고1 때 주당 2시간, 고3 때 주당 1시간씩 배우게 되는 셈이다.

언뜻 1단위, 곧 주당 1시간이 줄어드는 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학기당 17주(17주x6단위, 총 102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수업 결손이 적지 않다. 더욱이 고교학점제에서는 주당 1시간의 16주 수업(16주x5학점, 총 80시간)을 1학점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개정 교육과정의 1단위(학점)를 축소하는 건 수업시간이 총 22시간이나 줄어들게 되는 꼴이다. 

한국사 수업,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나

미래세대의 투철한 역사의식을 강조하며 수능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게 불과 몇 해 전이다.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교육부가 나서서 한국사 수업을 손보겠다는 이유가 뭘까. 전가의 보도처럼 고교학점제 시행을 핑계 댈 테지만, 한국사 교육과정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한국사 수업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이원화하여 운영될 예정이다. 중학교에서는 개항기를 경계로 한 전근대사를 다루고, 고등학교에서는 이후 근현대사를 중심으로 배우도록 편성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학교 때 배운 걸 고등학교에서 반복하는 식이었다.

고등학교의 한국사 수업 시수가 줄어들면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기 힘들어진다는 건 명약관화다. 내용뿐만 아니라 모둠활동이나 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을 시도할 여유도 사라지게 된다. 교사들 사이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한국사의 근현대사 비중이 크게 높아졌는데, 버젓이 과거로 되돌리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갈등으로 불가피하게 1년 유예되긴 했지만,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변화는 가히 천지개벽 수준이다. 전근대사 부분이 축소되었고, 근현대사의 비중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교과서의 4개 대단원 중 3개가 근현대사 영역이다.

아직은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수능 문항 출제 비율이 대략 5:5로 맞춰져 있지만, 개정 교과서로 배우고 있는 현재 고2 아이들이 치르는 내년 수능부터는 그 비율도 달라질 것이다. 교과서의 분량대로 3:7이나 2:8 정도로 조정하는 게 합당하다. 신구 교과서를 두루 경험한 교사들은 이구동성 격세지감이라고 말한다.

근현대사 위주로 배우다 보니, 오래전 역사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때의 역사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아이들도 시나브로 깨달아가고 있다. 과거가 현재를 규정한다면, 지금 자신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건 근현대사라고 잘라 말한다. 단지 교과서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아이들의 '집 나간' 역사의식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역사 교사로서 단언하건대, 숱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 벌어졌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은커녕 피해자라고 밝히지조차 못했던 질곡의 우리 현대사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부실한 현대사 교육 탓이다. 교과서 진도의 마지막은 기껏해야 8.15 광복에서 멈췄다. 기성세대라면 수긍할 테지만, 해방 이후 분단 시대의 역사는 사실상 접근할 수 없는 '금기의 영역'이었다. 

만시지탄이지만, 아이들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70년도 더 지난 제주 4.3과 여순 사건, 보도연맹 학살 사건 등에서부터 5.16 군사 정변 이후 군사독재 정권의 숱한 간첩 조작 사건과 인권 침해 사건,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진상규명이 안 된 이유를 묻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아이들은 그 길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 도입, 2년밖에 안 됐다
 
지난 22일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지난 22일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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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의 한국사 수업 시수의 축소 방침을 근현대사 비중의 약화로 받아들이는 교사들에게 교육부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른 과목들은 2학점씩 줄였지만, 한국사는 1학점만 줄였다는 해명이다. 대입에 목매단 고등학교의 과목별 실제 수업 시수에 눈감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그들 스스로 만든 학교급별 교육과정의 편성 운영기준을 모르는 걸까. 현재 학교는 교과군별로 20% 범위 안에서 수업 시수를 증감하여 편성 운영할 수 있다. 학교마다 수능 핵심 과목인 국영수의 수업 시수를 늘리고 있는 건 대입을 준비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당연한 대응이다. 

현행 교육과정의 6단위 이상으로 규정된 한국사 수업 시수를 늘려 운영한다는 학교가 있다는 건 지금껏 듣지 못했다. 수능 필수 과목인 한국사도 이럴진대, 이른바 '기타 과목'의 경우 필수 이수 단위를 못 박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교육부는 한술 더 떠, 역사와 관련된 다른 사회탐구 과목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반 선택 과목으로 개설된 세계사와 동아시아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는 해당 교과의 편성 취지를 무시한 해명일 뿐더러 설령 그렇다 해도 선택하지 않은 아이들을 근현대사 교육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어서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더욱이 교육부는 현재의 사회탐구 9개 과목 중 5개를 진로 선택 과목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시수가 줄어든 한국사 과목의 '보완재'라고 밝힌 세계사와 동아시아가 자칫 진로 선택 과목으로 바뀔 수도 있는 셈이다. 진로 선택 과목은 등급별 성적을 산출하지 않아서 수능 과목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악용하는 학교도 있다.

새로운 교육과정, 바뀐 한국사 교과서로 수업한 지 고작 2년이 지났을 뿐이다. 교사마다 아직 교과서 분석조차 끝내지 못했다며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수업 시수를 줄이겠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근현대사 공부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신호가 될까 우려된다.

아이들의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습 부담을 줄이겠다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에는 십분 공감하고 지지한다. 다만, 애꿎은 한국사 과목을 걸고넘어지기보다 숱한 '포기자'들이 양산되는 국영수에 우선 초점을 맞춰달라. 무엇보다 필연적으로 대입과 교육과정이 '따로국밥'일 수밖에 없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부터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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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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