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7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노태우싸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7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노태우싸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신군부 2인자로 12.12 쿠데타 핵심 주도세력이었고, 13대 대통령을 지낸 고 노태우씨에 대해 정부가 국가장을 치르기로 했다고 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우선 호칭부터 명확히 하고자 한다. 고인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비자금 조성 등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아 예우를 박탈당했다. 그래서 고 노태우씨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정부 발표를 접하며 씁쓸하기만 하다. 난 90학번이다. 대학 입학을 눈앞에 둔 1990년 2월 민주자유당, 줄여서 민자당이라고 하는 거대 보수 정당이 생겨났다. 앞선 1987년 선거에서 김대중-김영삼 단일화 실패로 고 노태우씨는 정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솔직히 말해 이때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공부를 강요하던 가정 분위기로 인해 현실정치를 잘 몰랐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면서 김대중-김영삼이 군사정권 하에서 탄압 받았고, 노태우씨가 12.12, 5.18 그리고 6.29선언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게 되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런 내게 민자당 출범은 보수 정권 연장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이른바 '운동권' 선배들도 민자당에 반감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시절은 민주화 운동 '끝물'이었다고 본다. 새내기 시절 85학번에서 88학번 선배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그 선배들은 그야말로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학생 운동에 매진한 나머지 학업을 등한시하기 일쑤였고, 그래서 선배들은 '펑크'난 학점을 채우고 학업을 마치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도 후배들에게 정치 현실에 대해 일깨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 밖에선 이를 의식화라고 했지만 말이다.  

노태우 정권 민낯 드러낸 '강경대 치사사건'

대학 입학 후 다음해인 1991년 5월 명지대에 다니던 고 강경대 열사가 시위 도중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대학에서 두 번째 학년을 보내던 내게 그 사건은 실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1년 후배인 91학번 후배들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기색이 역력했다(고 강경대 열사는 91학번이다).

잠깐 그 시절을 회고해 보면, 당시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너무 많다며 재단 전입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아무튼, 정치엔 무지렁이에 가까웠던 내가 그 사건을 접한 뒤 종로로 뛰쳐나가 시쳇말로 '데모'를 했고, TV에서나 보던 경찰의 최루탄 가스를 직접 맡아 보고 눈물 콧물 다 흘렸다. 

고 노태우씨는 집권하면서 무척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본인 스스로를 '보통사람'이라고 불렀고, 회의 테이블도 원탁으로 바꾸는 등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벗어나려고 애쓴 모양새였다. 

하지만 고 강경대 치사사건 당시 보여준 노태우 정권의 모습은 이전 전두환 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하긴, 노태우 정권은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라는, 희대의 사건을 창작해 공안정국을 만들었으니까. 

노태우 정권이 잘한 점은 분명 없지 않다. 무엇보다 북방정책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동서화해 무드와 맞물려 크나큰 외교적 성과를 냈다. 하지만 직선제로 뽑힌 첫 대통령이 이전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구태를 되풀이한 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기에, 고 강경대 치사 사건의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함에도 고 노태우씨는 이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눈을 감았다. 5.18, 12.12에 대한 책임 역시 밝히지 않았다. 

이런 인물에게 국가가 예우를 다한다? 사뭇 납득하기 어렵다. 91년을 전후해 대학에 입학했던 당시 1, 2학년 세대들의 정서도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얼룩소>, 미주 한인매체 <뉴스M>에 동시 송고합니다.


태그:#고 노태우, #강경대 치사사건, #노태우, #국가장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