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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두 줄 왼쪽부터 학생이름(학년) 추승민(5) 박범수(6) 송윤슬(5) 이진욱(3) 오다봄(5) 박민혁(1) 강가영(6) 박세은(4) 나경원(2) 유지희(4) 주세인(6) 이도현(5) 김문석(3) 김송현(5) 박준영(6). 왼쪽에서 4번째 뒷줄 왼쪽부터 교사 박광민, 최수민, 백홍열, 나광주, 이은혜. 맨 오른쪽 오득빈 그 앞에 이희경.
 앞쪽 두 줄 왼쪽부터 학생이름(학년) 추승민(5) 박범수(6) 송윤슬(5) 이진욱(3) 오다봄(5) 박민혁(1) 강가영(6) 박세은(4) 나경원(2) 유지희(4) 주세인(6) 이도현(5) 김문석(3) 김송현(5) 박준영(6). 왼쪽에서 4번째 뒷줄 왼쪽부터 교사 박광민, 최수민, 백홍열, 나광주, 이은혜. 맨 오른쪽 오득빈 그 앞에 이희경.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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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푸른 하늘과 누런 논은 분명한 대조를 이뤘다. 수확의 계절, 전북 순창군 금과초등학교 전교생이 논에 나와 낫을 잡았다. 전교생 열다섯 명은 지난봄에 직접 손으로 모를 낸 논에서 황금빛 물결치는 벼를 수확해 탈곡하고 빻아 각자 작은 비닐봉지에 담아 갔다.

지난 20일 오전 10시, 금과면 호치마을회관 뒤편에 자리한 작은 논에서는 유쾌한 소동이 일었다.

초등학생들은 '순창 씨앗 받는 농부' 회원들의 지도에 따라, 자신의 손보다 큰 낫 손잡이를 부여잡고 엉거주춤하게 논바닥을 기면서 벼 베기를 체험했다. 초등학생들은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로 입을 가려 동그란 눈만 보였다. 학생들의 눈동자는 '호기심 천국'을 여행하는 듯 똘망똘망 빛났다.

"아이들이 농사짓는 게 쉽지 않다고 해요"

금과초등학교(교장 이금옥) 오득빈 교사는 뿌듯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봤다.

"전교생 15명 하고 선생님 7명이 모두 나왔어요. '토종 논 학교'라는 모임을 학부모님이 제안하셔서 올해 처음 손 모내기부터 시작해 오늘 벼를 베고 탈곡 체험하며 마무리하는 날이에요.

사실은 농촌 아이들도 논을 지나다니며 보기만 했지, 벼를 어떻게 심고 가꾸고, 어떠한 노고가 들어가는지 모르죠. 아이들이 모내기부터 쭉 체험하면서 지금은 '농사짓는 게 쉽지 않다'고, '농부님들에게 고맙다'고 말해요. 하하하."

 
“낫으로 벼 베기 쉽지 않네.”
 “낫으로 벼 베기 쉽지 않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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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태’에 벼 이삭을 끼워서 훑으면 되는데, 어 힘드네.”
 “‘홀태’에 벼 이삭을 끼워서 훑으면 되는데, 어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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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곡기’에 이삭을 가져다대면 알곡이 톡톡 떨어져요”
 “‘탈곡기’에 이삭을 가져다대면 알곡이 톡톡 떨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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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의 도움을 받아 낫으로 벼를 벤 학생들은 '홀태'를 이용해 알곡을 빼내는 체험을 했다. 옆에서는 발로 밟아 돌아가는 탈곡기를 이용해 알곡을 빼냈다. 낟알이 툭툭 튕겨져 나가는 모습에 아이들은 신기한 듯 쳐다봤다.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볏단을 감아쥔 학생들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봄에 조그만 거 심었는데, (벼가) 이렇게 커서 신기해요."(이진욱·3학년)

"벼 베기는 오늘 처음 해 봤는데, 제가 심은 거 (수확)하니까 뿌듯해요."(주세인·6학년)


낫질, 홀태·탈곡기·키질 사용법 체험
 
“‘키질’은 쭉정이는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거예요.”
 “‘키질’은 쭉정이는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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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미가 왜 잘 안 찧어져요?”
 “흑미가 왜 잘 안 찧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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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씨앗 받는 농부' 회원들은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낫질과 홀태·탈곡기 사용법, 키질 방법 등을 가르쳐줬다.

"여기 떨어져 있는 이삭 사이로 잎사귀가 많이 보이죠. 잎사귀 하고 껍데기는 날려내고 알곡만 남겨야 해요. '키질'은 쉬운 건 아니니까 선생님들이 설명해 주면 나중에 체험하고요. 이삭 껍질을 벗겨야 먹을 수 있잖아요. 옛날에는 연자방아, 물레방아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죠? 알곡은 원래 말려야 하지만, 오늘은 플라스틱 절구에 흑미를 한 줌씩 넣어서 찧어볼 거예요."

벼 수확을 위해 논을 찾은 초등학생 일행을 본 한 주민은 농부 회원에게 무심한 듯 말했다.

"여그 화장실 열어놓았으니까 아이들하고 함께 쓰면 돼. 근디, 화장지가 없어. 화장지는 준비해야 혀."

"아이들이 적어서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오득빈 교사는 "순창의 면 단위에 있는 금과초 같은 작은 학교가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좋은 점이 많다"며 말을 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생 수가 많은 도시 학교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진 않아요. 요즘은 특히 체험학습 같은 게 너무 어려워졌죠. 그래도 순창은, 금과초는 아이들이 적어서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학교생활이라는 게 공부도 있지만, 다양하게 체험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더 중요하잖아요."

초등학생 무리 중에서 분홍색 윗옷을 입은 학생이 유독 눈에 띄었다. 학생들에게 금과초 막내가 누군지 묻자, 공교롭게도 분홍색 옷 학생을 지목했다. 벼 베기 소감을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온다.

"저는 이 마을 살아요. (손가락으로 논 앞에 있는 집을 가리키며) 저~기가 우리 집이에요. 봄에 벼 심었어요. 이번에 (벼 베기, 탈곡) 처음 해 봤는데, 재밌어요."(박민혁·1학년)
  
“잘 빻은 흑미 한 봉지씩 가져가서 밥 해 먹어요.”
 “잘 빻은 흑미 한 봉지씩 가져가서 밥 해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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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을 마친 초등학생들은 직접 수확한 알곡 한 봉지씩을 손에 들고 왁자지껄 소란을 떨었다. 초등학생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누런 벼들이 살랑살랑 손짓하듯 고개를 흔들었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한 농부회원의 뜬금없는 제안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농촌 학교 아이들 숫자가 자꾸 줄어드는데 이 참에, 전국 최초로 농부초등학교 만들면 어떨까요? 금과농부초등학교. 전국의 미래 농부들이 모두 모이지 않겠어요?" 
 
벼 농사 체험 끝~~. 금과초등학교 전교생 15명과 교사 7명, ‘순창 씨앗 받는 농부 회원들.
 벼 농사 체험 끝~~. 금과초등학교 전교생 15명과 교사 7명, ‘순창 씨앗 받는 농부 회원들.
ⓒ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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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10월 27일자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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