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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바다로 흘러가 해양오염을 유발하는 코로나19 시국 일회용 쓰레기들
 속수무책 바다로 흘러가 해양오염을 유발하는 코로나19 시국 일회용 쓰레기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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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문제가 워낙 심각하니까요, 아무래도 천 마스크 대신 이걸 좀 써 주세요."

그는 일회용 비닐을 찢어 빳빳한 일회용 마스크를 꺼내며 내게 말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는 한 행사장에서 들은 안내였다. 

"아, 네. 그럴게요." 그가 건넨 마스크에선 강한 석유냄새가 났다. 깜짝 놀라 허공에 마스크를 휘이, 휘이 서너번 휘저은 뒤 착용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석유냄새는 조금씩 옅어졌다. 몇몇은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또 몇몇은 코와 입을 타고 내 몸 안으로 퍼졌을 테다. 필터를 덧댄 다회용 천 마스크는 곱게 접어 가방 한 곳에 넣어뒀다. 

마스크 '제대로' 쓰는 법, 왜 안 알려줍니까?

우리는 살기 위해, 또 서로를 살리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런데 이게 최선일까. 오늘날 코로나19 방역을 두고 국민에게 '내려오는' 방역수칙을 두고 드는 생각이다. 살기 위해 쓴 마스크가 또 다른 이름의 팬데믹으로 내 삶을 망쳐 놓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엔 자꾸만 확신이 든다. 

정부는 최악(감염병)을 막기 위한 차악(쓰레기 대란)을 택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역풍은 어마어마하다. 결과도 이미 불보듯 뻔하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올 여름에만 미국, 유럽, 아시아 대륙 등에서 걷잡을 수 없는 규모의 산불이 났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는 단어는 매번 새로운 지역 이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언론사의 단골 손님이 됐다. 

마스크 끈에 발이 걸린 바다 갈매기 사진 덕분에 '끈을 잘라 버리자'는 소소한 움직임이 일었지만, 어쩌면 가위를 꺼내든 사람들은 가장 잘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석유화학물질을 이용해 만드는 일회용품, 제작과 사용 그리고 폐기라는 악의 굴레 속에서 온실가스와 폐기물은 천천히, 그리고 자명하게 우리 모두의 삶을 조금씩 파괴하고 있다는 걸. 마스크 끈 잘라 버리기로는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다는 걸.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마스크만 67억 장이다. 국내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해외 마스크를 수입해 쓰는 경우도 많았으니, 더 많은 일회용 마스크가 버려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290억 개의 마스크가 매달 버려지고 있다.  

우리는 순진하게도, 우리가 버린 마스크가 '버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어떤 것도 버릴 수 없다. 매립해도 땅 어딘가에는 반드시 남고, 소각해도 남은 재와 대기 중 오염물질로 남는다. 그나마 제대로 매립 혹은 소각되면 다행이다. 문제는, 매립지와 소각지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줄을 선 것들은 비단 마스크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감염병을 막아 보겠다는 인간의 발버둥은 고스란이 쓰레기가 되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방역 수칙'이라는 이름 하에 쓰레기를 강요 당해야 합니까?

팬데믹 이후 정부는 다음과 같이 차악을 택했다. 첫째, 경기를 부양한단 이유로 2만 원 이상의 음식을 4번 이상 배달시키면 1만 원을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둘째,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카페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완화했다. 셋째, 지난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투표하는 모든 사람에게 비닐 장갑을 끼게 했고, 이런 모습을 자랑스럽게 전시했다. 그 사이 하루 평균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19년 776t에서 지난해 923t으로 약 20% 증가했다. 

텀블러를 들고 카페를 찾은 시민, 비닐 장갑 사용을 하나라도 줄여보겠다고 겨울에 쓰는 털장갑을 들고 투표소로 향한 시민들은 정확한 이유도 안내 받지 못하고 "방역 원칙상 사용할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일회용컵이나 비닐장갑 사용은 모두 물건의 표면에 붙어 있는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까운 것은, 미국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표면 접촉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은 1만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작은 위험 또한 규칙적인 손 씻기로 예방할 수 있다고 밝힌 적 있다. 

이쯤 되면 누구를 위한 방역 수칙인지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지 말자는 게 아니다.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하는 것을 미리 막는 일을 좀 제대로 하자는 거다. 생태계와 우리 삶을 망칠 더 큰 재앙이 오지 않게,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다회용 마스크를 쓰고 해변을 청소하는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
 다회용 마스크를 쓰고 해변을 청소하는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
ⓒ 시셰퍼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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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생활 쓰레기가 향한 곳은, 바다

'이 시국'에 마스크를 비롯한 쓰레기들은 갈 곳을 잃었다. 우리나라만 봐도, 전국 쓰레기의 30% 가량을 처리했던 인천 수도권매립지는 안 그래도 넘쳐 나는 쓰레기에 항복을 선언한 지 오래다(2025년까지만 운영). 소각장도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한 일이다. 매일 같이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일회용컵에 커피를 마시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마법사라도 나타나 마스크를 치워주기라도 바란 것일까.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들 여정의 끝은 애석하게도 항상 바다다.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는 깊은 심연처럼 보이다가도, 또 말간 물색에 빛나는 햇살을 잔뜩 머금은 채 찰랑이는 그런 바다.

일본과 미국 하와이섬 가운데, 방추형의 날렵한 갈라파고스 상어가 바닷물을 쏜 화살같이 가르며 지나간다. 그 위로는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한 나라가 있다. 영토가 프랑스만 한데, 지도에서는 찾을 수 없다. 지도에 없는 나라라니, 수도 없이 많은 해적들이 위대한 항로에 도전하는 환상의 섬일 것 같지만, 아니다. 오히려 환장의 섬, 바로 GPGP다.

이 나라의 진짜 이름은 'Great Pacific Garbage Patch'(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 공식 이름은 'The Trash Isle'(쓰레기섬)이다. 수억년 동안 지형이 이동하고 변형하며 생긴 섬은 아니고,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1997년 여름, 찰스 무어는 미국 LA부터 하와이까지 요트로 횡단하는 경기 중에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발견했다. 바다로 버려진 전 세계 쓰레기들이 원형 순환 해류와 바람의 영향 등으로 밀려와 하나의 거대한 섬을 이룬 것이었다.

2018년, 이 쓰레기섬을 공식 나라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UN도 이를 승인했다. 공식 나라로 지정하면, 이 대환장 쓰레기 섬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영국 배우 주디 덴치가 나라의 여왕이 됐고, 미국 프로 레슬러 출신 영화배우 드웨인 존슨이 국방부 장관을 맡았다.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 영화배우 크리스 햄스워스, 마크 러팔로 등 유명 인사들이 국민이다. 

유명세를 얻었으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1조 8000억 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이뤄진 GPGP는 하나의 상징에 불과하다. 쓰레기섬은 슬금슬금 전 세계 바다를 먹어 치우며 영토를 확장해갔다. 처음 발견했을 땐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 정도의 크기였는데, 이제는 우리나라보다 약 16배 커졌다. 그만큼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양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바야흐로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의 식민지배가 시작된 것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은 GPGP의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GPGP는 역사 속 여느 제국주의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영토를 키워나가고 있다. 쓰레기섬은 북대서양, 인도양, 남태평양, 남대서양에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인천과 통영, 제주 앞바다에도 존재한다.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일회용 마스크 15억 6000만개가 올 한해 전 세계 바다로 밀려 들어갔다. 무게로 따지면 최대 6240t으로 예상된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코로나19로 발생한 플라스틱의 약 75%가 매립지를 가득 채우고 바다에 떠다니며 오염을 일으킬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 국방부? 누가 우릴 지켜주나요?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본다. 쓰레기섬이 이렇게 영토를 확장해가다 보면, 엄청난 쓰레기력을 토대로 정치, 경제, 군사적인 지배권을 다스리게 되는 제국주의가 실현되진 않을까. 쓰레기로 탄생한 기이한 생명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화학 침전물, 눈코입을 차마 뜨지 못할 정도로 끔찍한 악취와 오염, 그 힘을 바탕으로 이 쓰레기섬은 지구 전체를 식민지화하게 되진 않을까.

영 터무니 없는 상상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실제로 '기후위기'나 '지구온난화'는 이름 없는 가해자가 되어, 돈이 없는 나라나 약자를 상대로 실체 없는 공격을 무자비하게 해대고 있다.

그런데 수상한 게 있다. 다른 나라와의 영토 싸움에서는 수천억 원과 사람 목숨을 아끼지 않고 투자하는 각 나라 정부들이, 쓰레기의 식민지화 문제에 대해서는 참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 윤리와 실천 따위에 기대는 모습, 문제해결의 방법으로 석탄발전 투자를 곁들인 '그린뉴딜'을 내세우는 모습 등이 그렇다.

지난 6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와 국가 간 협력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는 글로벌 협의체에 나온 정부로부터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 우리나라 시민들은 개인의 몫을 누구보다 잘 해낼 테다. 정작 우리가 궁금한 것은,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며, 쓰레기섬의 식민지화로부터 우리를 잘 지킬 것인지 여부다.

당장 우리나라가 나서서 전 세계 모든 쓰레기섬을 해결해 버리라는 게 아니다. 그럴 힘도 없다. 다만, 적어도 한국이 쓰레기섬의 부흥에 일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덩치가 커진 쓰레기섬은 돌고 돌아 우리 국민의 생명을 잔혹하게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람과 태양을 만나며 잘게 부서지고, 이 미세플라스틱은 공기처럼 생태계 곳곳에 스며든다. 이걸 먹은 생선이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올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 사이 생태계는 이미 크게 오염되어, 산불과 해일, 가뭄과 폭우가 매일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접시 위 생선을 우아하게 칼질할 여유 따윈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 시국'에 무슨 환경 얘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 역시 묻고 싶다. 산업혁명과 성장을 논하던 인간들이 하루에 수십만 명씩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면, 고작 석유화학천으로 코입을 덧대게 하는 것보다는 더 잘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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