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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1지방선거, 지방자치를 말하다
 2022년 6.1지방선거, 지방자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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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부활한 지방자치(지방의회)가 30년이 됐다.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1991년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선거를 통해 지방의회가 부활했다. 1991년 3월 시·군·구·자치구의원 선거가, 6월에는 시·도의원 선거가 실시되면서 지방자치가 3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이후 1995년 5월 지방자치단체장(광역·기초)과 지방의회 의원(광역·기초)을 동시에 뽑는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민선 자치시대가 다시 막을 연 것이다.

그러나 서른 살 청년이 된 지방자치의 현실은 어떤가? 지방자치를 연구해온 정해동 전 경기 용인 처인구청장은 현재 지방자치의 현실을 "몸집만 큰 채 머리는 작고 뼈대와 혈관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기형적인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지만 온전한 자치분권을 위한 구조와 제도 개혁, 시민의식의 변화 등 여전히 풀어야 숙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와 동일시한다. 지방자치와 민주주의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를 통해 민주주의 진가는 드러난다. 주민이 지역의 대표를 직접 선출하고, 그 대표에게 지역(또는 주민)을 책임지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중요 원리이기 때문이다.

'분권'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작동하는 한 과거 중앙정부가 독점하던 권력과 권한을 지방정부가 나눠 갖는데, 정 전 구청장은 "과거 지배와 복종의 관계에 있던 중앙과 지방이 기능적 협력 관계나 역할 분담 관계에 서게 된다"고 밝혔다. 갈수록 지방분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주요 이유이다.

특례시 출범을 앞둔 4대 대도시뿐 아니라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군구청장협의회 등은 왜 '분권'과 '자치'를 요구할까? 지방자치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가치와 효용성 때문이다.

정 전 구청장은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초석을 다지고 뿌리내리는 데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각 지역의 여건과 주민들의 요구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실정에 맞는 다양한 행정을 펼칠 수 있고, 지역주민의 편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각 지역의 역사적 배경, 지리적 조건과 공동체를 바탕으로 지역만의 고유한 특수성을 발전시킴으로써 다원화된 사회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도 주요하게 제기됐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담긴 반쪽짜리 특례시 권한
 
2020년 7월 국회에서 열렸던 자치분권을 위한 대토론회 모습
 2020년 7월 국회에서 열렸던 자치분권을 위한 대토론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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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30년 만에 부활한 지방자치는 여전히 가시덤불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구조를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한다. 지방정부는 권한, 사무, 재정, 인재, 정보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이른바 다윗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2할 자치'라는 표현이 그 예다. 지방자치법 제13조에 명시된 사무는 모두 재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에도 지방정부의 재정 독립성은 사실상 2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의 불균형이 지방정부의 중앙 의존성을 강화해 왔다는 점에서 자치분권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됐지만 중앙정부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지역의 자치입법권과 자치조직권도 제한돼 있다. 무엇보다 지역의 재정력은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다. 도시계획을 비롯한 각종 개발계획권 역시 중앙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지방정부 주도의 지역개발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중앙사무 이양 지체로 인한 자치사무 범위 문제,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독립성 침해, 지방정부 주도의 지역개발의 한계,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인한 지방정부의 재정부담 증대, 사회복지사업의 일방적 시행으로 인한 지방부담의 가중 등은 지방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다.
 
특례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도의 사무(지방자치법 시행령안 별표4)
 특례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도의 사무(지방자치법 시행령안 별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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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요구를 담아 내지 못한 불완전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개정된 지 거의 1년 만에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마련됐다. 사실상 의결 절차만 남은 시행령을 보면 실망스럽기만 하다. 특히 특례시를 앞둔 용인시 입장에선 무늬만 특례시가 될 가능성마저 높은 실정이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안 별표4 '인구 100만 이상의 시(특례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도의 사무<표 참조>'가 대표적이다. 특례시에 부여된 사무를 보면, 특례시가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명시해 놓았지만 경기도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용인시의회는 그동안 "지방정부의 숙원이었던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특례시라는 지위 및 명칭을 부여받았음에도 특례시만의 차별화된 권한이나 구체적으로 주어지는 특례가 명시돼 있지 않다"며 "특례시 및 특례시의회 위상 강화, 지역 여건과 도시 특성을 반영한 현장, 수요자 중심의 행정·복지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책과정에 주민참여 강화해야

"한국의 지방자치는 중앙정치로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용인시의회가 목소리를 높인 ▲특례시 인구 및 규모를 고려해 특례시에 걸맞은 행정권, 재정권, 자치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 ▲광역시 및 광역시의회에 준하는 조직 및 권한 ▲지방의회의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등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 90명은 최근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지역 소멸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주민주권의 자치와 지역주권의 분권 활성화와 강화 없이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활력 창출과 지역 혁신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분권자치 역량의 획기적 강화는 새로운 사회발전 전략이며, 지방정치 혁신은 한국정치 혁신과 변화의 기초"라면서 대선 예비후보들에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취지를 살려 재정분권과 조직분권 제도화 공약을 촉구한 바 있다.
 
2018년 열린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투표하는 모습
 2018년 열린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투표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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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에서도 지방자치의 핵심이자 한 축인 주민이 빠져 있다. 정해동 전 처인구청장은 "지방분권이 지방자치의 필요조건이라면 시민참여는 충분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법 개정과 자치분권 등의 요구에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 지방자치의 주체이자 객체인 지역주민임에도 권리이자 의무인 시민들의 참여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 전 구청장은 지방자치가 더 이상 성가시거나 가치 없는 제도가 아니라면 주민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도이자 생활 속 문화라는 인식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기 위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정책과정에 주민참여를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성숙한 시민사회가 지방자치를 완성된 제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지방자치, #지방분권, #자치분권, #지방자치법,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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