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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3명이 모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주민 참여의 문턱을 낮춘 마을공동체 지원정책이 내년이면 10년을 맞는다. 뜻이 맞는 주민들이 지역 문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해결해 가며, 조금 더 행복해진 이야기들을 통해 아래로부터의 변화. 그 10년의 이야기를 몇 차례에 나눠 싣는다.[편집자말]
ⓒ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제공
 
현대인은 누구나 자유를 추구하고 행복을 이상으로 삼는다. 스스로가 세상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활기찬 사회가 된다. 자신이 누구이고 어떻게 살 것이며 좋은 삶을 위해 주변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주민자치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주민자치는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하나의 원리이며 스스로 다스린다는 이상 속에서 삶의 주인이 자기 자신임을 확인하는 구조다. 주민자치의 또 다른 이름은 '마을 민주주의'이다.

설렘이 실망으로 바뀐 주민자치위원회의 경험
 
구로에서 지역 주민운동을 하던 시절의 필자. 사진은 구로 어린이 전래놀이 마당 길놀이 사진
 구로에서 지역 주민운동을 하던 시절의 필자. 사진은 구로 어린이 전래놀이 마당 길놀이 사진
ⓒ 홍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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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 '주민자치'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 읍면동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설치되면서 '주민자치'라는 용어가 대중화됐다. 나는 그즈음 구로구에서 지역 주민운동을 하던 20대 청년이었다. '주민자치'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는 순간,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뜨거운 마음을 안고, 구로구에서 지역 운동을 하던 선배들과 함께 처음으로 만들어진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이 되었다.

그러나 뜨거운 마음은 이내 식어 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이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가 당장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철저하게 깨달았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는 사실이 곧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동 주민자치센터의 문화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준으로만 활동할 수 있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점차 행정의 부수적인 일을 수행하는 관변조직처럼 변해갔다. 돌아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우리 기초자치단체의 인구는 평균 20만 명이고 자치구는 평균 32만 명에 이른다. 주민자치가 비교적 잘 된다는 프랑스의 기초자치단체의 인구는 고작 2천 명이 안 되는 수준이고, 직접 민주주의의 나라 스위스는 3천 명이 채 안 된다. 그나마 독일은 5천 명이 조금 넘는다. 서울시 자치구 한 개 동의 인구가 평균 2만 3천 명이니, 외국의 주민자치와 한국의 주민자치는 구조적으로 너무나 크게 괴리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주민자치위원회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2013년 정부에서 새로운 형식의 주민자치회를 제안했고, 서울시에서는 2017년부터 '서울형 주민자치회'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실험에 착수했다. 서울형 주민자치회의 가장 큰 변화라면 일정 시간 주민자치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서 추첨으로 자치위원을 선발하는 것이다. '끼리끼리'라는 폐쇄적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지역에 거대한 변화의 구멍이 만들어진 것이다.

주민자치회 조항 삭제한 국회... 뒤늦게 7개 법안 발의

물론 하나의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거대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제도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노력과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2020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에는 주민자치의 원리가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애초 주민자치회 조항을 포함했던 정부안조차 삭제됐다.

주민자치회 조항을 삭제한 이유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와 새로운 주민자치회를 둘 다 넣을 수 없다는, 대단히 형식적인 것이었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지방자치의 본질인 주민자치를 삭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연히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전국의 마을자치 활동가, 주민자치위원, 학자 등이 힘을 합쳐 한 달 만에 6800명에게 주민자치회 조항 복구를 위한 주민 서명을 받았다. 깜짝 놀란 국회는 불과 두 달 사이에 '주민자치회 조항 복구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3개 발의했고 주민자치회 관련 개별법을 4개나 발의했다. 주민자치회와 관련된 법안이 7개나 제출된 것이다.

그러나 7개의 법안이 한꺼번에 발의되면서 주민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내용이 많아졌다. 주민자치를 위한 내용인데도, 주민 사이의 토론이 어려워지고 관련 논의가 국회 내에서만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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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지키려는 지역의 움직임  

주민자치를 다시 법제화하기 위해 주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 5월 31일, 802명의 전국 읍면동 주민 회원과 77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주민자치 법제화 전국네트워크'(이하 전국네트워크) 창립대회를 열었다. 이날 전국네트워크는 "주민자치 법제화 과정에서 주권자인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책임 있는 자치 실현을 보장하는 법제화 공론장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전국네트워크는 창립대회 이후 주민자치 10문 10답을 발간하고, 포럼을 개최하면서 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네트워크로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주민자치 법안의 쟁점을 분석하고, 서울형 주민자치위원들의 총의를 모으며, 다양한 캠페인과 공부모임, 작은 공론장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곳곳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민자치회 조항 복구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한 서울 회장단 모임의 공동대표인 동작구 오세범 주민자치협의회 회장, 주민자치 법제화 서울네트워크 공동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도봉구 방학2동 김기선 주민자치회 회장, 강북 민간거버넌스협의회 김혜신 운영위원장 등 주민자치회를 이끌어 온 많은 분들이 동네 곳곳을 누비고 주민들과 대화하며 주민자치회 법제화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피워보기도 전에 말라 버릴 위기에 처한 주민자치를 더욱 확산하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5월 31일 주민자치 법제화 전국네트워크 창립대회
 5월 31일 주민자치 법제화 전국네트워크 창립대회
ⓒ 홍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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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곳에서 시민들의 주민자치 활동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실질적인 자치가 되려면 제도화되어야 한다. 현재 주민자치를 명시하고 있는 법률은 지방분권특별법 뿐이다. 심지어 지방자치법에도 주민자치가 빠져 있는데, 주민자치는 어디에서 제도적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주민이 빠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와 분권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 네트워크는 올해 안에 지방자치법에 '주민자치회' 조항을 넣고 주민자치를 법제화하기 위한 시민의 힘을 계속 모아나갈 예정이다. 주민의 자치를 실현하고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곧 민주주의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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