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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 공사 현장.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일대 대장지구 개발 사업 공사 현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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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민간업자 특혜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 사업의 근거가 된 도시개발법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0년 7월부터 시행된 도시개발법은 민간업자에게 토지 수용권 등 막강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지만, 사업 공익성이나 투명성 확보 장치는 사실상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택지개발촉진법과 공공주택특별법의 경우,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대신 공공주택 공급과 택지원가 공개, 민간업자 이윤 상한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대장동을 비롯해 각종 비리와 특혜 논란으로 얼룩진 부산 엘시티 사업도 도시개발법이 낳은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행 도시개발법은 공공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민관합동 법인(SPC·특수목적회사)에게 토지강제수용권을 부여한다. 토지소유자의 의사와 관계 없이 토지를 강제로 사들일 수 있는 권한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경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절반 이상(50%+1주)의 지분을 보유한 성남의뜰이 강제수용권을 통해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했다.

헌재는 합헌 결정 내렸지만... 공공성 확보 장치 없는 도시개발법

토지수용권에 반발한 주민들의 헌법소원도 이뤄졌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8년 결정문에서 "사업시행자에게 수용권을 부여할 공공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공익과 사익간의 균형도 적절히 유지하고 있으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피수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공의 필요성'이라는 명분으로 원주민 토지의 강제수용을 정당화한 것.
  
하지만 공공의 필요성에 의해 토지강제 수용을 허용하면서도 막상 도시개발법에는 사업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장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선 도시개발법은 공공주택특별법과 달리 공공주택 공급 물량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공공주택특별법은 시행령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을 반드시 35% 이상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지만, 도시개발법에 그런 내용은 없다. 공공주택을 15% 이상 확보하도록 하는 국토교통부의 지침이 있지만 강제력은 없다.

대장동 사업도 도시개발법의 이런 맹점이 악용됐다. 당초 대장동에는 A-9블록(221세대), A-10블록(1200세대) 등 2개 용지에 국민임대주택 1200세대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땅이 잘 팔리지 않자, 성남시는 A-10블록 공급 계획을 바꿔 공공임대를 400세대로 대폭 축소하고 분양 물량을 800세대로 늘렸다. 

그러고 나서야 LH에 토지 매각이 이뤄졌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토지매각에 따른 배당금 1800억원을 가져갔다. 임대주택 물량이 대거 분양주택으로 바뀌면서 대장동 내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6%대에 불과하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는 부산도시공사가 땅을 개발해 민간에 넘겨줬는데 공공임대주택이 단 한 채도 없다. 엘시티 사업에서는 공공이 당연히 기부채납을 받아야 할 공원과 진입도로 조성에도 부산시 예산이 투입됐다. 기반시설 조성에 공공 예산을 투입한 것은 큰 논란거리였다. 고(故) 윤일성 부산대 교수는 지난 2012년 '해운대 관광리조트의 도시정치학' 논문에서 "부산도시공사가 시 예산을 통해 해운대 관광리조트(엘시티) 내 공원과 도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가격으로 환산하면 780억여원에 해당한다"라며 "특혜 행정의 백미"라고 비판했다.

정보 공개 의무 없고 개발이익 환수 장치도 미흡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LCT). 엘시티 바로앞에 해운대해수욕장이 보인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엘시티(LCT). 엘시티 바로앞에 해운대해수욕장이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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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조성비 등 개발사업의 기초적인 정보조차 도시개발법에 따른 사업에선 공개 의무가 없다. 택지개발촉진법과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사업의 경우 용지비와 조성비·인건비·이주대책비·판매비 등 세부적인 항목을 나눠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도시개발법이 적용된 대장동과 엘시티 개발 역시 민간사업자가 토지 조성에 구체적으로 얼마를 썼는지 명확히 알려진 수치는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도시개발법은 민관합동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의 개발이익을 제한하지 않는다. 택지개발촉진법이 시행령에서 민간사업자의 수익을 6% 이하(사업자의 이윤율은 총사업비의 100분의 6 이내로 한다)로 제한한 것과 비교하면, 민간사업자가 폭리를 취할 길을 열어둔 셈이다.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가 5000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했지만,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등은 아파트 분양과 택지판매 등으로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부산 엘시티 사업의 경우, 공공이 환수한 돈은 토지매각 차액 3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개발이익은 모두 민간사업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사에 따르면, 엘시티 사업시행자인 엘시티PFV는 약 1조2020억원의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 의원은 "엘시티 사업은 민간 사업자들의 배만 불려주고, 부산 시민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행 도시개발법을 두고 공공의 특권을 행사하면서도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민간업자 폭리를 방치하게 만든 주범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초 이 법이 민간업자 참여를 허용한 이유는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장동은 아파트만 촘촘히 들어선 베드타운이 됐고, 해운대 앞바다는 엘시티라는 초고층 빌딩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창의적 도시 설계나 공익적 가치가 실현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법 개정 논의 시작... "공공택지는 공영개발 원칙 지켜져야"

이에 따라 국회에선 당초 의도와 다르게 민간사업자 특혜법이 돼 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도시개발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는 민간업자의 과도한 수익을 환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을 제한하는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진성준 의원이 낸 개정안은 민간사업자 이윤이 총사업비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고, 이헌승 의원 개정안은 사업자 이윤을 총사업비의 6%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일단 민간업자의 과도한 이윤을 제한하자는 데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도시개발법 개정 논의가 공공개발의 공익성 확보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민간업자 개발이익 환수에 더해 공공택지의 명확한 정의, 공공임대 의무 확보, 분양가상한제 적용 등이 추가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단순히 민간사업자 개발이익 환수가 중심이 된다면, 민간개발을 무조건 허용해 준다는 얘기가 된다"라며 "공공택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논의가 종합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강제수용권을 행사해 조성하는 토지는 반드시 공공택지로 규정하고, 공영개발한다는 원칙에 따라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공택지에서는 민간에 매각하는 땅을 최소화하고 토지를 판매하는 방식도 명확히 규정해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공영개발에서의 기본적인 원칙은 공공이 토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계속 소유하면서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돼야 한다"라며 "만약 부득이하게 토지를 팔더라도, 토지 판매와 아파트 분양에서 사업자가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환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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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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