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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주 마코와 그녀의 남편 고무로가 지난 26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혼인신고를 마쳤다.
 일본 공주 마코와 그녀의 남편 고무로가 지난 26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혼인신고를 마쳤다.
ⓒ 연합뉴스=교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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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왕실의 마코 공주(眞子, 30)가 일반 남성과 결혼하고 왕실을 떠났다.

일본 NHK에 따르면 25일 마코는 대학 동기이자 약혼자인 고무로 게이(小室圭, 30)와 혼인 신고를 마치고 부부가 됐다. 이로써 마코는 남편의 성을 쓰는 일본 법에 따라 이름도 '고무로 마코'로 바꿨다. 

일본 왕실의 남성은 일반 여성과 결혼해도 왕족의 지위를 유지한다. 하지만 여성은 왕실을 떠나야 한다. 마코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취직할 예정인 남편과 함께 일본 도쿄의 한 맨션에서 거주하며 이사 준비와 수속을 마친 뒤 오는 11월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다.

여론의 반대와 논란 속에 결혼식을 생략한 마코와 고무로는 이날 혼인 신고를 마친 뒤 왕실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눴고, 도쿄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코는 "(저의 결혼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여러분께 폐를 끼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라며 "사실과 다른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저를 묵묵히 걱정해주고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무로는 내게 매우 소중한 존재이고, 결혼은 우리의 마음을 소중히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고무로도 "나는 마코를 사랑하고, 한 번뿐인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고 싶다"라며 "우리의 결혼으로 폐를 끼친 분들께 죄송하고, 마코와 함께 따뜻한 가정을 이뤄나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결혼식과 15억원 정착금 포기... 사랑 선택한 마코 공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이자 후미히토(文仁) 왕세제의 맏딸인 마코는 지난 2017년 9월 일본 국제기독교대학(ICU) 동기인 고무로와 약혼을 발표했다.

그러나 고무로의 부친이 어린 시절 극단적 선택을 한 가정사, 모친이 과거에 약혼 상대였던 남성과의 금전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황색 주간지는 물론이고 유력 일간지와 방송사 등 일본 언론은 고무로를 둘러싼 억측과 소문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결혼이 마코가 왕실을 떠나면서 받게 될 정착금 명목의 15억 원가량의 일시금을 노리고 결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왕실은 이듬해 2월 결혼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마코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판정을 받아 심신의 고통을 받고 있다며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왕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일본 여론은 고무로를 공주의 남편이자, 왕실의 사윗감으로 탐탁지 않게 여겼다. <아사히신문> 계열의 주간지 <아에라>가 올해 9월 22∼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3.3%가 이들의 결혼을 축복하지 않는다고 밝힐 정도였다.
 
혼인 신고를 마치고 일본 왕실을 떠나는 마코 공주가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누난 장면을 중계하는 NHK 갈무리.
 혼인 신고를 마치고 일본 왕실을 떠나는 마코 공주가 가족과 작별 인사를 나누난 장면을 중계하는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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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일부 국민들은 미국에서 지내다가 마코와의 혼인 신고를 위해 며칠 전 일본 공항에 온 고무로가 포니테일(말총머리)을 하고 나타난 것까지 트집 잡았다. 고무로는 머리카락을 잘랐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고무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친의 금전 문제에 대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어머니께서 전 약혼자에게 변제 의사를 밝혔지만, 그쪽에서 반드시 어머니와 만나야겠다고 주장했다"라며 "하지만 어머니의 변호사와 주치의가 이를 막았으며, 어머니는 빌린 돈을 변제하겠다는 의사는 변함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자단으로부터 받은 사전 질문에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정말 유감"이라며 언론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이 열리는 호텔 앞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모여 '왕실은 일본의 영혼'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결혼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왕실 떠난 공주... 일본 사회 문제 드러냈다 

반면, 외신은 마코와 고무로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며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사회를 비판했다.

CNN은 "마코가 고무로와의 약혼을 발표한 이후 그들의 결합은 스캔들, 국민의 반대, 언론의 광란 때문에 수렁에 빠졌다"라며 "특히 일본 언론은 고무로의 사생활을 거의 해부하듯이 보도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의 일부 국민은 고무로의 성장 배경이 공주의 결혼 상대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며 "그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것을 문제 삼는 것은 일본의 여성 혐오와도 연결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도노무라 히토미 미시간대 여성학과 교수는 CNN에 "미국에서는 어머니의 사업과 관련된 논란이 성인 아들인 고무로와 상관없다고 여기지만, 일본 사람들은 이를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마코 공주의 남편 고무라 게이를 둘러싼 논란을 보도하는 미 CNN 갈무리.
 일본 마코 공주의 남편 고무라 게이를 둘러싼 논란을 보도하는 미 CNN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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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더 나아가 "일왕은 일본의 상징"이라며 "이 때문에 왕실 여성은 특히 여성에게 더 엄격한 역할을 부여하는 보수적 일본 사회의 광범위한 성 불평등의 집약체"라고 깎아내렸다.

또한 "왕실 여성에게 요구되는 혹독한 기준은 결국 일본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며 "최근 일본 총리 선거에서 여성 후보가 두 명이나 나오는 등 일본도 변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일본에서 여성은 2등 시민에 머물러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코의 이번 결혼은 역대 일본 왕실의 여성들이 짊어져야 했던 엄청난 부담감을 드러냈다"라며 마코가 왕실을 떠난 이유를 분석했다. 또한 마코는 결혼 후 곧바로 일본을 떠나는 첫 왕족이기도 하다. 

이날 마코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한 30대 일본 여성은 NHK에 "같은 세대의 여성으로서 마코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랐다"라며 "마코의 심신 상태가 좋아지고,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 살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빠르게 변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사례를 남긴 마코의 결혼이 앞으로 왕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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