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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남 북일초등학교
 전남 해남 북일초등학교
ⓒ 북일면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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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18명인데 1~3학년이 4명밖에 없다. 내년 입학생이 없다는 말도 있다. 이대로면 동네에 하나뿐인 초등학교가 폐교된다.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도 소멸된다."

신평호 전남 해남군 북일면 주민자치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학교 100주년 행사도 못해 보고 이대로 문 닫게 할 순 없다"라며 이같이 호소했다. 북일면 주민뿐만 아니라 해남군청, 해남군 교육지원청까지 나서 '북일초등학교 살리기'에 나선 까닭이다.

땅끝 해남에 있는 북일초는 1922년 11월 개교했다. 한때는 학생 수가 2400명에 육박한 역사 깊은 학교다. 2023년 100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학생 수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놓였다. 바로 옆 두륜중학교도 덩달아 존폐 기로에 직면했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생긴, 전형적인 농촌 지역 문제다. 북일면 인구는 9월 현재 1950명. 이 가운데 "20, 30대는 100명도 안 된다"고 한다.

빈집 제공, 만 49세 이하 일자리 100% 보장
 

학교와 지역을 지키기 위해 모든 지역 구성원들이 똘똘 뭉쳤다. 북일면 주민자치회, 해남군청과 북일면사무소, 북일초·두륜중 등이 '작은 학교 활성화'를 목표로 민·관·학 거버넌스를 구축해 초·중학생 자녀를 둔 가구 및 청년층 유치계획을 세운 것.

먼저 자치회는 이장과 면장의 도움을 받아 빈집 28채를 확보했고, 이 가운데 13채는 해남군 지원을 받아 수리 작업에 돌입했다. 깨끗하게 정돈된 빈집은 이주 가정에 저렴한 가격(월 10만 원 내외)으로 임대할 예정이다.

특히 이주 가정의 정착을 위해 책임지고 일자리를 알선한다는 계획이다. 만 49세 이하는 100% 일자리를 보장한다.

신평호 회장은 "지역 주요 산업인 농·어업 외의 일도 원하시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주자의 경력을 살펴서 계약 사무직, 기간제 강사, 보조교사 등의 취업 자리를 마련해 드리도록 군청·면사무소·교육지원청 등에서도 협조하기로 했다"라며 "맞벌이 가구를 위해 온종일돌봄센터도 운영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자영업을 원하는 이주자를 고려해 가게 터도 확보했다. 신 회장은 "아직 동네에 커피 전문점이 없어서 카페를 해도 잘 될 것이다. 식당을 해도 좋을 곳이다. 재능과 기술이 있으시다면 이 지역으로 오셔서 나눠달라"라고 말했다.
 
예술로탐구생활 중인 해남 북일초 학생들
 예술로탐구생활 중인 해남 북일초 학생들
ⓒ 북일면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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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는 중인 해남 북일초 학생들
 텃밭 가꾸는 중인 해남 북일초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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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는 북유럽식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북일초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스포츠, 1:1맞춤교육, 방과후학교 수강료 전액지원 등을 계획 중이다. 두륜중은 무공해 작물 간식 제공, 바이올린·생활공예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 예술공연 관람, 영어캠프, 심리관리 등을 교육과정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이주 학생에게는 ▲해외 연수 기회 제공 ▲입학생/졸업생 장학금(100만 원) ▲읽고 싶은 도서 무한 지원 등 9가지 혜택을 약속했다.

학부모에게는 ▲김장 김치와 향토미 제공 ▲귀농자 연간 60만 원 지원 ▲ 장기 LH 임대주택 및 농촌유토피아 단지 입주 ▲귀농·귀촌·귀어 성공을 위한 멘토링 사업단 지원 등을 내걸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혜택들이다.

신 회장은 "군과 교육지원청까지 나서 유례없는 혜택과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했다"라며 "교육 걱정, 먹고 살 걱정 없이 오실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11월 9일 상경 기자회견... 왜?


남은 과제는 홍보다. 귀농·귀촌을 원하는 이들에게 북일면의 좋은 조건들이 잘 가닿아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와 해남군, 북일초 교장과 학부모들이 11월 9일 상경한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은 학교 활성화' 사업을 알린다. 이어 서울시청광장에서 팸플릿 등을 시민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신 회장은 "좀 더 사람이 많은 읍내나 인근 대도시인 광주에 가서 캠페인을 할 수도 있지만 그곳들도 대한민국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위기에 놓이긴 마찬가지"라며 "비수도권들은 하나같이 인구 감소 추세인데 전남 안에서 유치하면 사실상 부도수표 돌려막는 것 아닌가"라고 상경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멀리서 해남까지 오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수도권에 밀집된 인구를 분산하고 지역소멸을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서울로 올라가 이주자를 찾아보자고 주민과 군청 사람들을 설득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일정에 앞서 오는 11월 3일에는 북일초 교정에 해남군수와 자치회, 학생·학부모 등이 모여 '백년 학교를 구하기 위한 학생 모심 캠페인'을 선언한다.

신 회장은 "해남 북일면은 산과 바다가 있고 공장이 없는 청정지역이자 인심 좋고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라며 "학교는 송림이 우거져 있어 교정이 정말 아름답다. 도시를 떠날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 오시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년 해남 북일초에서 열리는 송림제. 교정에 송림이 우거져 있다.
 매년 해남 북일초에서 열리는 송림제. 교정에 송림이 우거져 있다.
ⓒ 북일면주민자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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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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