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민주주의 및 인권을 훼손하는 국익 추구로 위선이 드러나

미국 외교의 이상적 모습은 국익 추구를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라는 명분으로 미화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유엔, 나토, 국제규범의 틀 안에서 다자의 협력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국익 추구와 미국의 가치가 충돌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맹방이지만 엄격한 독재왕정이며, 이슬람 규율로 인해 특히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2018년 10월 미국에 망명 중인 사우디 출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를 방문 중 사우디총영사관 안에서 고문 끝에 살해되었다.

미국 정부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다가 터키 정부가 살해 당시 녹음 파일 녹취록을 공개하자 마지못해 실종 사실만 인정하였다. 사우디 정부가 국제적 압박 속에서 "몸싸움 끝에 우발적인 사고"라고 해명하였다. 국제사회는 사우디의 해명을 믿지 않았으나 미국 정부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국익을 위해 독재정권을 지지하면 반미의 반체제 세력이 성장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와 미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의회조사와 유엔조사를 주장하였지만 유엔과 미국 의회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그해 1000억 달러 이상의 무기를 구입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사우디는 미국 정부와 함께 이란을 강하게 제재하고 있었고, 미군의 지원 아래 예멘에서 친이란의 후티 반군을 상대로 공습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순된 정책은 일단 민주주의, 인권과 자유를 추구하는 미국의 가치에 대한 정책적 신뢰가 떨어지므로 미국의 도덕적 지도력을 훼손시킨다. 특히 국내 여론이 악화되어 전략적인 친미 동맹국가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을 어렵게 하고 그 결과 친미 동맹국가를 위기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나아가 해당 국가의 야당에게 반미 정서가 확산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란이나 쿠바처럼 반미정권이 들어설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 혹은 필리핀의 아키노 대통령처럼 부드러운 방식으로 미국의 국익을 구조화하는 친미정권을 선호한다.

동맹국을 위해 미국인의 억울한 희생에도 눈 감아

미국은 친미 독재국가에게 일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다. 미국은 경우에 따라서는 이승만 교체계획이나, 박정희 교체계획처럼 국내 지지기반을 상실한 친미정권을 쿠데타나 야당 육성의 방식으로 교체하기도 한다. 카터 대통령은 인권외교를 주장하며 과거 독재정권을 지지하던 미국의 정책을 일부 수정하였다.

동맹국과의 사이에서 "미국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기본적인 국익을 양보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1967년 미국의 리버티호가 이스라엘 공군기에 의해 피격되고 있을 때 존슨 대통령은 즉시 구조와 보복 요청을 거부하였다. 미군 34명이 사망하고 174명이 부상당했지만 백악관에 의해 사건은 축소되고 은폐되었다. 1980년에 친미독재국가인 엘살바도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미국인 수녀와 선교사가 살해당하였지만 미국의 지원은 계속되었다.

 
리버티호에 승선했던 생존자들이 운영하는 홈폐이지(https://www.usslibertyveterans.blog) 대문에 걸린 피격된 리버티 호 사진.
▲ 이스라엘 공군에 의해 피격된 리버티호 리버티호에 승선했던 생존자들이 운영하는 홈폐이지(https://www.usslibertyveterans.blog) 대문에 걸린 피격된 리버티 호 사진.
ⓒ https://www.usslibertyvet

관련사진보기

 
미군의 비인도적 행위 폭로되더라도 처벌은 거의 없어

미국이 적대국에 대해 비인도적인 행위를 하였을 경우 미국이 수행하는 적대정책의 정당성이 훼손된다. 1988년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 중 미국 해군 이지스함 빈센스 호는 호르무즈 해협을 횡단하던 중 이란 영해에 들어가 이란 영공을 지나던 이란의 여객기를 이란의 전투기라며 미사일로 격추하여 274명이 사망하였다. 1996년 미국은 '깊은 유감'과 함께 6,180만 달러를 보상금으로 지불하고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이란과 합의하였다.

미국 대통령은 종종 국익을 위하여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였다. 윌슨은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하였지만 미국이 지배하는 중남미에는 민족자결주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윌슨 대통령은 "미국의 힘은 도덕적 힘이고 이는 도덕적 외교를 통해 얻어 진다"고 공언하였지만

그는 실제로는 국익을 위해 멕시코에 개입하면서 개입의 명분으로서 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웠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던 카터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 니카라과, 예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비밀공작을 승인하였다.

중동전쟁 동안 미국은 관타나모 수용소이외에도 중동 곳곳에 비밀수용소를 설치하고 부시대통령은 이슬람 포로에 대한 고문을 승인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외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과 정보기관이 개입한 고문행위를 사면해주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중동에서 전쟁범죄를 자행한 미군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미군에 대한 관할권을 부정하였다.

인종학살에 대해서도 국익에 따라 선택적으로 개입

미국은 똑같은 인종 학살이 벌어진 코소보와 동티모르 사태에 있어 코소보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개입한 반면 동티모르에 대해서는 "미국은 세계경찰 역할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소극적 입장을 보였다.

미국 입장에선 코소보 사태의 경우 독일 등 유럽과의 패권경쟁으로 인해 개입의 필요성이 있는 반면, 동티모르 사태의 경우 학살의 가해자인 인도네시아가 미국의 우방으로서 자원부국이자 비동맹국가의 지도국이라는 점에서 개입을 회피한 것이었다. 즉 미국은 겉으로는 인권보호를 외교 정책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익을 우선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군의 지원 아래 예멘을 공습하면서 민간인에 대한 학살을 자행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 미얀마 북한 등  미국에 뜻에 따르지 않는 나라의 인권 문제를 유엔 등에서 쟁점으로 삼고 있으며 제재를 하기도 한다. 

인권을 이유로 침공하면 국제전쟁과 내란으로 엄청난 사상자와 난민 발생

미국이 주장하는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의 배후에는 이처럼 미국의 국익이 숨어 있다. 미국의 지배층들은 미국식 인권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다른 나라에 대한 개입을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승인받고 있다.

하지만 인권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지만, 법으로 보장되는 인권의 수준은 각 나라의 조건에 따라 상대적이다. 따라서 강대국이라도 자신의 인권 기준을 다른 나라에 강요할 수 없다.

리비아 난민사태에서 보듯이 인권을 명목으로 다른 나라를 침공하면 그 국가의 구성원 자체의 집단적 생존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은 강대국이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의 노력으로 스스로 쟁취해야 갈등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일본처럼 숙적을 동시에 맹방으로 유지해야 하는 모순

미국은 자신의 국익을 위해 어떤 지역 내에서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과 동시에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 경우 적대국가들이 노골적으로 대립할 때 미국은 어려움에 빠진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와 동맹에 가까운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은 또한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파키스탄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는데,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 적대국가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은 수차례 전쟁을 한 사이이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의 동맹이며, 이집트 역시 미국의 우방이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가지만 양국은 서로 앙숙관계에 있다.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묶어 한미일동맹을 만들려고 하지만 과거사 문제로 양국은 긴장 관계에 있어왔다.

적대관계인 동맹들이 분쟁을 할 경우 미국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 때문에 미국은 평상시에도 양국 사이를 조정한다. 미국은 분쟁을 야기하려는 행위를 억제하고 있으며 분쟁이 발생하면 조기에 협상을 유도한다. 또한 미국은 이집트,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보듯이 엄청난 원조를 통해 이들 국가들의 불만을 달래 왔다.

전쟁에 대한 민주주의 통제는 미국의 전쟁 의지와 충돌

미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전쟁을 하고 싶어도 의회의 동의가 없으면 할 수 없다. 보통 의회는 전쟁이 시작되면 인적 물적 권한이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국내의 현안들이 묻히므로 전쟁선포에 대해 소극적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의회의 전쟁선포가 없이도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정당방어적 상황을 선호한다. 즉 통킹만 사건처럼 미국이 공격받는 상황을 만들고 이에 대한 정당방어로 전쟁을 시작하여 의회의 전쟁선포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스페인 전쟁에서 보듯이 미군이 먼저 공격받는 상황을 유도하거나 조작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대통령이 계속 전쟁을 하고 싶어도 국민들이 전쟁에 싫증이 나면 선거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정당이나 대통령이 뽑힌다.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할 때 유권자의 반응은 애국적 지지이지만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유권자들은 전쟁 비용 등의 이유로 전쟁 종결을 원한다.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라크전쟁 모두 이런 과정을 겪었으며 전쟁 종결을 주장한 야당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뒤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등을 저술하였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