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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019년,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환 대상이었던 대다수의 특목고 자사고들이 반발했고, 특히, 민족사관고등학교나 상산고등학교 등은 '번듯한 지역 명문고 죽이기'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 학교들이 말하는 지역 명문고란 무엇일까. 학생들이 어느 지역 출신이건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끌어 모아, 명문대 입학률을 높이면 지역 명문고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일까. 

전국단위 자사고 입학생의 출신 중학교 현황을 분석해보니, 몇몇 학교들은 10명 중 8명이 서울·경기 출신임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국회의원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민사고, 상산고, 외대부고의 2021학년도 신입생 878명의 76.7%인 673명이 서울 경기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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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경기 지역별 전국단위 자사고 입학생 최다 배출 지역 .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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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기지역에서도 사교육 과열지구인 용인, 성남, 고양, 수원 출신이 63.6%였고, 서울은 강남구, 양천구, 송파구, 강북구, 광진구 등 사교육과열지구와 국제중이 위치한 지역 출신이 58.3%였다. 강북구에서 전국단위 자사고에 합격한 26명 중 23명은 영훈국제중 출신이고, 광진구 합격자 22명 중 17명이 대원국제중 출신이었다. 국제중에 입학하기 위해서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유아 단계부터 엄청난 조기 영어 사교육비를 쏟아붓는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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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3 월평균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 지출 현황 .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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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출신들이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2020년 신경민 국회의원과 사교육걱정이 공동주최한 '희망고교 유형별 사교육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단위 자사고를 희망하는 학생의 69%가 월 10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이 정도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일반고 지망생의 비율은 14.7%에 불과했다.

사교육과열지구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입시 컨설팅과 선행학습 인프라가 해당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월 10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할 경제력과 사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에 거주하는 부모를 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교육 격차인 것이다.
   
민사고의 신입생 149명 중 강원도 출신은 단 5명에 불과했다. 서울경기 출신은 23배에 달하는 114명이다. 상산고 신입생 370명 중에서 전북 출신 역시 74명뿐이다. 서울경기 출신은 약 3배인 229명이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수도권 출신 쏠림 현상은 부모의 배경이 대물림되는 교육 불평등 문제가 구조적으로 고착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진학을 위한 과도한 사교육 유발,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 파행 운영, 일반고 황폐화 등 고교서열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이 왜곡된 지 이미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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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단위 자사고 소재 지역 VS 서울 경기 출신 비율 .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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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미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시행령까지 개정했지만, 외고와 자사고 측과 법적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일부 자사고들은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고 있기도 하다. 교육부는 남아있는 법적 쟁송에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교육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득구 의원은 지난 1월 '교육 불평등 해소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교육불평등 실태조사를 실시해서, 이를 해소할 계획을 추진하고, 대국민 성과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교육 불평등 해소의 토대가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일에 더 적극 나서야 할 때다.

태그:#사교육걱정없는세상, #강득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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