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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10월 20일), 아주 특별한 수업에 초대받았다. 셀프 초대에 가까웠지만. 오는 10월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기후나 환경 관련한 활동을 하는 개인과 단체들을 네트워킹하는 '송파기후포럼'이 열린다. 행사의 사전영상으로 각 단체나 개인들이 실천해온 기후 관련 활동을 영상으로 담아보기로 했다. 한 고등학교에서 기후위기 관련된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고 해서 가봤다.

올림픽공원 인근 창덕여자고등학교. 한 교실에 들어가 보니 칠판 빼곡히 '석탄발전소 폐쇄' '그린워싱' '1.5도 상승' 등 기후위기 관련 키워드가 적혀 있다. 수업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들어온다. 오늘 수업에 참여한 이들은 1학년 5반 학생 12명. 코로나  백신접종으로 수업을 빠진 학생들도 있다.

참관과 사진촬영에 대한 양해를 구한 뒤 수업이 시작됐다. 그날은 발표 수업 시간이었는데, 발표 주제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었다. 2~4명으로 구성된 4개 팀이 돌아가며 발표를 했다. '학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교육을 하자' '탄소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고 적게 배출하는 기업에는 혜택을 주자' '소비자가 나서서 탄소배출 많은 상품을 불매하자'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인플루언서를 섭외해서 홍보하자' 등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창덕여고 '기후위기 문제해결 프로젝트'. 1학년 5반 학생들이 팀별 발표를 듣고 있다.
 창덕여고 "기후위기 문제해결 프로젝트". 1학년 5반 학생들이 팀별 발표를 듣고 있다.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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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선생님은 빔프로젝터를 켜고 문서를 보여줬다. '어떻게 하면 기후위기 대응(지구평균 온도상승 1.5도 제한)을 위해 2030년 45~70% 탄소감축, 2050년 탄소중립-제로넷을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 다양한 정보와 분석들이 가지치기 돼 있었다.

선생님은 최근 기후위기 관련 동향을 공유하며, 왜 청소년들이 탄소감축 목표로 정부의 45%보다 25%나 높은 70%를 제시했는지 설명했다. 또래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학생들이 좀 더 자극받은 거 같았다. 또, 환경부에서 출간한 '탄소중립 생활 실천 안내서'를 살펴봤다. 다음 주까지 해올 숙제나 과제들에 대한 공지까지 이어지니, 수업 시간 50분이 훌쩍 지나갔다.

'기후위기 문제해결 프로젝트'는 올해 7월부터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의 발표 내용이 풍부하게 느껴졌는데, 역시 내공이 좀 쌓인 결과였다. 놀라운 것은 이 수업의 교과목이 사회도 과학도 아닌 '진로'였다.
 
기후위기 문제해결 조별토론 과제. 팀별로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은 '기후위기 대응'이다.
 기후위기 문제해결 조별토론 과제. 팀별로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은 "기후위기 대응"이다.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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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숙 진로 선생님이 진행하는 이 '문제해결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정미숙 선생님은 '아이들이 다양한 삶의 문제를 만날 것인데, 기후위기보다 복잡한 문제들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기후위기는 해결할 문제의 예시 주제로 제시된 것. 실제로 창덕여고 선배들은 '어떻게 하면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줄일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도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한 적도 있단다.

보통 '진로 수업'이라고 하면 각종 직업을 탐색하고, 그런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대학 전공 정도를 배우는 비교적 단순한 수업을 떠올린다. 10여 년 전 나의 진로수업도 그랬다. 하지만 '문제해결 프로젝트'에서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한 가지 문제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고, 발표하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도 한다. 

학생들을 인터뷰해봤다. 한 학생은, "중학교 때는 '물 조금 사용하자' '쓰레기 분리배출 하자' 같은 얘기만 들어서 기후위기 심각성을 몰랐는데,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통해서 애들이랑 토론도 해보고 어떻게 해결할지 얘기하면서 관심 갖게 되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기후위기 관련된 동향이나 분석을 소개하고 있는 정미숙 선생님.
 기후위기 관련된 동향이나 분석을 소개하고 있는 정미숙 선생님.
ⓒ 최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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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민관 협치위원회인 녹색송파위원회 활동을 통해 정미숙 선생님을 만났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공감과 학생들을 향한 애정이 엄청났다. 실제로 복잡한 기후위기문제를 학생들과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매일 연구한다고. 

기후위기 관련해서 공부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 알수록, 늑장 대응하는 정부나 기업들을 보며 절망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창덕여고 '기후위기 문제해결 프로젝트'와 같은 사례들을 보면서는 한편으론 희망을 느낀다. 송파기후포럼을 준비하며 다양한 단체나 개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위기나 환경문제에 관심 갖고 행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데, 이런 노력이 모여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동남권NPO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송파기후포럼이 10월 27일 오후 2시 온라인으로 열립니다. 관심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참가신청하기(링크)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선은 2021년 송파라 보궐선거에서 미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였고, 현재 송파에서 환경과 성평등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태그:#기후위기, #문제해결, #진로수업, #창덕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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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송파에서 시민 개개인이 주인이 되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궁리하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ditto.2020 페이스북@jeeseu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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