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인의 불안'입니다.[편집자말]
달이는 보호소에 있을 때 심한 구내염을 앓아 입양 직후 한 차례 발치를 진행했다. 그때 이빨을 여섯 개 정도 남겨두고 나머지를 다 뽑아야 했는데, 당시 수의사 선생님은 남은 이빨도 몇 년 지나면 마저 뽑아야 할 거라고 했다.

이빨이 없어도 괜찮을까. 불쌍하고 짠한 마음에 뒤숭숭해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아픈 이빨을 지니고 사는 것보다, 뽑는 게 훨씬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치통을 겪었던 걸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같았다. 다행히 고양이는 이빨이 없어도 사료를 먹는 데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최근, 달이의 건강검진을 할 겸 병원에 갔다가 남은 송곳니와 어금니 몇 개를 마저 발치하기로 했다. 달이의 아래쪽 송곳니는 위쪽 송곳니가 없어지면서 바깥쪽을 향해 튀어나오는 형태가 되어서, 항상 한쪽 입술을 올리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 되곤 했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특별한 해결 방법은 없고 어차피 언젠가 아래쪽 송곳니도 뽑아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게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 달이는 구내염을 앓았던 고양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워낙 먹는 걸 좋아하고 잘 먹는 아이라서, 굳이 발치를 해야 할까 또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하지만 아파도 아픈 티를 잘 내지 않는 고양이니만큼,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하다면 통증을 호소하지 않아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결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마취에 대한 부담도 늘어날 테니까.

다행히 발치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건강검진에서도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약간의 천식 가능성이 있지만 문제가 될 만한 정도는 아니니, 집안의 습도 관리만 적당히 잘 해주면 될 거라고 했다. 마취가 다 깬 달이는 퇴원하고 집에 와서 간식 하나를 금방 해치우고 심지어 사료도 술술 잘 먹었다. 하지만 나는 이날 밤에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꿈을 꿨다.

고양이와 병원에 다녀오고 나면 나는 꼭 그런 꿈을 꾼다. 고양이 두어 마리를 데리고 외출을 하는데 어째서인지 이동장을 지참하지 않는다. 어찌어찌 목적지에 도착해서 볼 일을 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이따가 어떻게 흩어진 고양이들을 찾아서 데리고 가야 할지를 걱정하고 있다. 이동장은 여전히 없고, 나는 여기저기 헤매면서 고양이를 찾다가 겨우 눈에 띄면 안심한다. 아니면 그 전에 잠에서 깨기도 한다.
 
동물병원에 간 고양이 달
 동물병원에 간 고양이 달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걸까

사람이나 고양이나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게 가장 좋겠지만, 고양이들과 병원에 가야 하는 일이 은근히 적지 않다. 예방접종이나 스케일링처럼 예방 차원에서 으레 하는 일의 경우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한 마리는 종양 제거 수술 때문에, 또 한 마리는 암 치료까지 하느라 병원을 거의 매주 드나들던 시기도 있었다.

병원을 가는 건 언제나 막연한 불안감과 수많은 선택을 동반하는 일이다. 고양이는 어디가 아픈지 정확하게 말을 못하다 보니 눈앞에 다양한 가능성이 펼쳐질 때가 많다. '밥을 안 먹는다'는 증상이 시사하는 병명이 수십 가지는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검사를 해야 할 때도 있고, 검사를 하더라도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무슨 결과가 나오긴 했는데 어쩐지 신뢰가 가지 않을 때도 있고, 또 실제로 오진이라 이 병원 저 병원을 순회할 때도 종종 있다.

차라리 내 일이라면 더 쉬웠을 것이다. 나는 평소에 이것저것 따지거나 재보지 않고 눈앞에 있는 선택지를 성큼 뽑아드는 편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가 대신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마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내 일은 대충 처리하거나 조금 손해 봐도 괜찮지만, 남 일을 그렇게 성의 없이 처리할 수는 없다. 더구나 그 '누군가'가 나에게 건강과 생명까지 믿고 맡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내게는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일이 그렇다. 고양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마음이 무겁다. 이 치료는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집에서 가까운 병원과 멀더라도 실력이 인증된 병원 중 어느 쪽이 좋을까, 나중에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 가능성까지 지금 치료하는 것과 당장 아프지 않다면 일단 두고 보는 것 중에 어떤 게 나을까, 별의별 고민과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무엇보다 병원에서 명확히 진단을 하고 치료 방향까지 정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애매한 상황에서는 보호자가 결정을 해야 하는 일도 많다. 수술로 치료하기보다 마취 자체가 더 위험해서 위험부담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때도 있고, 혹은 치료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럴 것이다. 고양이의 건강이 달린 중요한 결정 앞에서 나는 항상 무엇이 최선인지 잘 모르겠다.
 
집사의 품으로 파고드는 반려묘
 집사의 품으로 파고드는 반려묘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고양이에게 묻고 싶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제는 나와 평생을 살아야 하는 고양이들에게 직접 묻고 싶다. 지금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나의 선택이 오히려 너희들을 더 힘들게 할 때는 없는지에 대해서.

흔히 집사와 고양이의 묘연을 고양이의 간택이라고 표현하지만, 일단 그렇게 묘연을 맺고 나면 고양이는 자신의 일생을 집사에게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먹는 것부터 잠자리, 건강관리, 삶의 행복도까지 집사에 의해 결정된다. 한 생명을 자신의 삶에 들여놓는다는 것은 놀랍고 행복한 경험이지만, 동시에 내가 아닌 다른 생명의 삶을 결정하는 일은 어렵고 두렵기도 하다.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은, 파양하지 않고 평생 가족으로 맞이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지만 집사의 모든 결정이 반려동물의 삶의 전반을 좌우하기 때문이 아닐까. 말이 통하지 않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를 위한다고 생각하는 나의 선택들이 틀린 것이 아니길 바랄 수밖에 없다.

달이는 발치 수술을 끝내고 일주일 동안 약을 먹었지만 다행히 평소와 다름없는 식성을 자랑했고, 흔들리던 이빨이 뽑혀서 오히려 개운할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고마운 것은, 집사의 불안함을 달래주듯 나의 고양이들이 눈빛과 스킨십으로 항상 내게 숨김없는 애정을 보내준다는 점이다. 고양이들의 신뢰 가득한 지지 아래 나 역시 나 자신의 최선을 믿고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