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공원 이름이 '아그네스'라서 그런 걸까, 첫인상은 지극히 종교적이었다. 바다와 경계를 진 담벼락 위에 휑하니 서 있는 사람 조각이 아주 이질적이었고, 공원 끝에 숨겨진 듯 설치된 하얀 한국의 위인 조형은 그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사막같이 황량한 땅바닥에는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고 있었고, 듬성듬성 꽃들이 외롭게 피어있었다.

공원 이름 '아그네스'는 원래 이곳에 있었던 수산물 가공 공장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사람들은 각종 수산물이 널브러져 있었을지도 모를 드넓은 공원을 천천히 걷다가 카페가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옛 수산물 가공 공장을 살려서 만든 아그네스 파크
 옛 수산물 가공 공장을 살려서 만든 아그네스 파크
ⓒ 홍기표

관련사진보기

 
경남 거제시 둔덕면에 있는 복합 공간, '아그네스 파크' 건물은 크게 카페, 아트 갤러리, 숙소로 나뉜다.

카페와 아트 갤러리가 있는 건물은 기존 수산물 가공 공장을 살려 만들었다. 콘크리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건물이 잘려 나가면서 드러난 녹슨 철골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감수한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아 스산함이 느껴진다.

2층에는 아이 무릎 깊이에서 시작해 바다와 가까워질수록 어른 키만큼 깊어지는 수영장이 있었고, 그 안에 네덜란드 아트 그룹 MVRDV의 작품이 의자와 탁자를 대신하고 있었다.

3층에 카페가 있었는데 크로플과 간단한 음료를 팔았다. 마실 것을 들고 와 수영장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시간을 보내니 마치 휴양지에 온 기분이다.
 
최정화 작가의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최정화 작가의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 홍기표

관련사진보기

 
아트 갤러리에는 이 공원을 조성할 때 함께 했다는 최정화 작가의 <너 없는 나도, 나 없는 너도>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아주 큰 과일 풍선이 마치 숨을 쉬듯 빛을 내며 부풀어 올랐다가 꺼진다. 사방이 거울처럼 반사되는 공간에 서 있으니 기분이 새롭다.

그 옆에 이어진 갤러리에는 사업주가 신진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수집한 작품과 더불어 해외 아티스트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숙소동은 돔 형태로 되어 있었다. 직접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입구에서 나눠준 팸플릿을 보니 그 안은 단조롭게 배치된 나무 가구들과 바다 경관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닷물에 손이 쪼그라들고 장갑 사이로 피가 새어 나오던 노동의 현장이 근사한 예술 공간이 되었다. 그 앞에 펼쳐진 바다는 견내량으로 통영과 마주한 해협이다. 우리에게는 한산도대첩이 펼쳐진 곳으로 익숙하다. 피와 한이 서린 곳은 이제 편안함을 찾은 것 같았다.

더불어, 공장 부지는 넉넉하게 비워져 새로운 꿈을 담을 준비라도 된 것 같아 보였다.

꿈을 꾼다는 것은 외롭고 아름다운 일이다. 한쪽 벽에 붙어 있던 사진, 이곳 주인으로 보이는, 대통령상을 두 번이나 받은 무역 사업가가 원양어선으로 실어 나르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예술을 탐닉하던 사업가는 결국 부를 가져다주었던 옛 공장을 예술 공원으로 만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엇이든, 모두가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읽으면 음악이 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