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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노조원들이 사옥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sbs 노조원들이 사옥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SBS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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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SBS의 단체협상 해지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위원장 정형택, 아래 SBS 노조)는 무단협 사태를 맞이했다. 무단협 사태는 SBS 창사 31년 만에 처음이고, 국내 방송사로 넓혀도 흔한 일은 아니다.

무단협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장 임명동의제 폐지'다. SBS 노사는 2017년 10월 13일, 양측의 합의 하에 사장과 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SBS 사측은 지난해 12월 방송 재허가를 통과한 후 지난 1월 노조에 임명동의제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사측은 지난 3일 단협을 해지했다.

사측의 단협 해지에 SBS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지 의견을 듣고자 지난 19일 권지윤 SBS 노조 공정방송실천위원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권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단협이 해지된 지 어느덧 2주가 지났잖아요.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단협 해지 전부터 무단협이 된 지금까지 사측은 전향적인 모습을 안 보여 주고 있는 상황이에요."

- 움직임이나 제의가 아예 없나요?
"없습니다. 임명동의제를 없애고자 단협 해지를 한 쪽도 사측인데, 사측은 그동안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어요. 노조는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양보안을 냈는데, 사측은 그 안마저 거부했습니다. 사측은 임명동의제가 삭제된 단협을 먼저 체결한 뒤 TF를 만들어 임명동의제를 대체할 제도를 논의하자고 말하고 있는데, 이건 제안으로 볼 수도 없죠. 어찌 됐든 전제가 '임명동의제 전면 삭제'인 것이니까요. 그래서 노조가 TF를 만들어 논의하고 싶다면, 원래 단협을 복원한 다음 TF를 만들어서 제도를 논의하자고 역제안했는데, 사측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죠."

- 시민단체나 언론계에서도 SBS 무단협 사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걸 사측이 무시하는 걸까요?
"애써 무시하려는 것 같아요. 시민단체와 언론단체에서 사측이 임명동의제를 폐지하기 위해서 단협 없앤 걸 지금도 비판하고 있어요. 사측이 단협 해지 사유로 삼은 임명동의제는 소유 경영 분리를 담보해 공정방송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예요. 이걸 없애려는 것도 문제이지만, 없애는 방식도 굉장히 난폭했어요. 사측은 '단협 해지 통보'라는 단체협상 해지권을 사용했어요. 이건 MB정부 시절 노동자 탄압 수단으로 악용됐던 거예요. 그걸 비판했던 언론사인 SBS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 거죠. 언론사는 타의 모범이 돼야 하는데 모범은 고사하고 도리어 후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만 거예요."

"노조가 낸 양보안 거부 보고 사측에 크게 실망"

- 조합원들 분위기는 어떤가요?
"조합원들을 만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다들 방송 종사자로서 현업에 바빠서 무단협이 되기 전까진 이번 사안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노조에서 사안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구성원들도 함께 고민하고 분노하고 있어요."

- 사측이 지난 4월 단협해지를 통보했잖아요. 그때 정말 단협을 해지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사측에서 4월 2일 단협 해지권을 행사한 이후 노조는 처음엔 당황했죠. SBS 31년사에서 없었던 일이니까요. 그래서 더 준비했죠. 단협 해지권이 사용된 다른 사업장은 대부분 무단협 상황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어떻게든 무단협을 막고 싶어서 양보안을 냈던 거죠. 단협이라는 건 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압축된 결과물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단협만은 지키려고 했던 거죠.

단협 해지권이라는 게 굉장히 악랄한 노동권 파괴 수단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던 법 조항이잖아요. 사측도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해요. 충분히 사례 검토하고 법률 자문, 노무 자문도 받았을 것이라고 봐요. 마지막까지 사측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있었어요. 하지만 노조가 어렵게 낸 양보안마저 거부하는 걸 보고선 크게 실망을 했죠."

- 그럼 실제 무단협 상황이 왔을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아무리 짐작했던 일이라도, 현실로 마주했을 땐 당연히 놀라죠. 놀라움이라는 단어가 이 사안을 타자화, 객관화한 것으로도 보일 수도 있지만, 여기엔 실망도 분노도 포함돼 있어요. 제가 기자 생활하면서 많은 노동자를 만났는데 이런 행위가 우리 회사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놀란 거죠. 또 기자 생활을 하다가 노조 전임자로 왔고, 앞으로도 기자 생활해야 하는 데 현업으로 복귀했을 때 노동자나 약자에 대한 기사는 어떻게 써야 하나란 부끄러움이 들었죠."

- 왜요?
"그동안 SBS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 테지만, 노동자와 약자들을 위해 좋은 보도를 많이 했고, 좋은 제작물도 많았고, 공정 보도를 위해 애썼다고 자평을 해요. 그런 방송사에서 단협 해지권을 써서 무단협 상황을 만들어 버린 거잖아요. 이걸 비판하던 언론사가 비판하던 행위를 똑같이 했으니까 아무리 사측으로 인한 결과라도 부끄러울 수밖에 없죠."

- 사실 사측의 단협 해지 통보는 지난 4월에 있었잖아요. 6개월만 해지된 건데 해지 통보받고 단협이 해지되기까지 어떤 논의가 있었나요?
"노사가 1월부터 협상을 했었는데 실무 협상만 16번을 하고 본교섭만 두 차례 했었어요. 핵심 쟁점은 임명 동의제였어요. 사측은 계속 임명동의제를 단협에서 삭제하자고 일방적으로 주장했고, 노조는 '공정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하면서 간극이 컸어요. 임명동의제를 없애기 위해 무단협까지 만든 건 사측인데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어요. 단협을 개정하는 쪽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게 당연한 건데도, 사측은 전면 삭제만을 주장하고 있으니까, 사실 대화 자체가 불가능했죠.

그래도 저희는 임명동의제의 목적과 취지라도 유지하면서 무단협만은 막고자 성실하게 교섭에 임했어요. 우리 일터에선 헌법과도 같은 단협을 지키기 위해서 양보안을 내기도 했죠. 양보안이 실은 내부적으로 반대와 비판도 있었어요. 임명동의제 도입 이유와 맞물려있는데요. SBS는 다른 지상파와 달리 오너가 있는 방송사다 보니까 창사 이후 대주주로부터의 방송독립이 중요한 이슈였어요. 그래서 대주주로부터의 방송 사유화를 막기 위해 사장 및 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가 도입된 거예요. 그중 핵심이 사장에 대한 임명 동의제였어요.

사실 표현은 임명동의제라고 하지만, 작동 방식을 보면 소극적 방어적 장치예요. 사장의 경우 구성원 전체의 60%가 반대해야 임명 철회가 가능해요. 투표 불참자는 찬성으로 간주하고요. 그럼에도 노조도 어떻게든 무단협은 막고 싶어서 임명동의제 대상에서 사장을 제외하는 양보안까지 제시한 거예요. 그러나 사측은 그마저도 거부하면서 결국 무단협이 된 거죠."
 
권지윤 언론노조 SBS 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
 권지윤 언론노조 SBS 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
ⓒ 권지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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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명동의제는 2017년 합의로 도입한 거잖아요. 그리고 지난 연말 재허가가 나고 1월에 사장 임명동의제 폐지를 주장한 거죠. 재허가와 임명동의제 폐지 주장이 무관할까요?
"임명동의제는 2017년 10월 13일 합의로 도입했어요. 이듬해인 2018년에 별도 협상을 통해 단체협약 14장에 못 박았어요. 도입 4년 동안 두 번 실시했죠. 그런데 SBS의 대주주를 TY 홀딩스로 변경하는 방통위 사전 심사와 재허가 심사가 끝나고 한 달 만에 사측은 임명동의제를 폐지하겠다고 나섰어요. 그러니 당연히 무관하다고 볼 수 없죠, 이건 합리적인 의심이죠. 사측 입장에선 대주주 변경 심사와 재허가는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잖아요. 두 심사 이전에 임명동의제를 없애기 위해 단협 해지를 했다면 심사에 불리할 걸 알고 있었겠죠. 그러니 끝나자마자 밀어붙인 거죠."

- 재허가 심사는 3년마다 있잖아요. 그럼 2023년 말에 또 재허가 심사가 있을 텐데 사측이 그건 생각 안 할까요? 분명히 이번 사태가 다음 재허가 심사할 때 영향 줄 것 같거든요.
"다음 재허가 심사는 2023년이겠죠. 사측은 3년간 뭔가를 할 수 있다거나, 망각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정확한 의도는 사측이 알겠죠. 단지 사측에 바라는 건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밀어붙이더라도 '3년이 지나면 다 잊었을 것이다'이라는 판단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이에요. 그건 오판이고, 구성원과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무시하는 거니까요."

- 임명동의제가 무단협 사태의 원인이 된 거 같은데 사장 임명동의제 폐지가 본질일까요. 아님.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정형택 위원장은 노조 탄압이 본질이라고도 하던데.
"임명동의제를 폐지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해 지금 무단협 상황을 만들었으니까요. 임명동의제를 없애기 위해 단협 해지권까지 행사해 무단협 만들었잖아요. 결과적으로 노조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했던 걸로 보여요. 단협이 사라지면 전임자 타임오프, 조합비 자동공제, 노조 사무실 같은 노조 활동 보장 장치가 사라지니까요. 당연히 노조는 위축되고 약화되겠죠. 그러면 사측은 다음엔 또 다른 근로조건을 없애기 위해 또다시 단협 해지권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겠죠.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턴 쉬우니까요."

- 사측은 노조가 먼저 10.13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요. 
"사측이 그 근거로 삼는 게 2019년 노조의 고발행위예요. 하지만 노조의 고발이 있기 전, 사측이 10.13 합의 취지와 달리 SBS 자회사의 이사를 대주주가 임명했어요. 합의 취지와 어긋나는 행동을 먼저 한 건 사측이란 말이죠. 그리고 노조의 고발 행위를 파기 사유로 삼는 건 잘못된 프레임이에요. 이건 시점만 따져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노조의 고발 행위는 2019년 4월부터 11월 사이에 있었어요. 이걸 정말 문제 삼으려고 했으면, 그 즉시 문제 삼았겠죠. 그런데 사측이 이걸 원인으로 삼아 10.13 합의가 파기됐다며 단협 해지 통고를 한 건 약 2년이 지나서예요. 얼마나 빈약한 근거인지 금방 알 수 있죠."

"사측이 내세운 논리, 굉장히 궁색하고 빈약"

- 사측은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단협 해지 통고는) 전임 노조위원장이 틀어놓은 노사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경영진 임명동의제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노조에 요구했지만, 당시 노조 집행부는 제도를 강화하자는 주장만 되풀이해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다"고 주장하던데 맞나요?
"주장을 되풀이한 건 사측이죠. 제도를 전면 폐지하려고 단협 해지권까지 쓴 건 사측이에요. 사측은 그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전면 삭제만 요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노조는 무단협을 막기 위해서 내부 비판을 무릅쓰고 양보안을 냈던 거죠. 그걸 거부하고 임명동의제 전면 삭제만을 되풀이하는 건 사측이고요."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입니까?
"구성원들한테 계속 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빨리 해결해야죠. 더 이상 물러설 수도, 물러서서도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사측과도 계속 협상할 계획이에요. 언론인, 방송 종사자로서 공정방송 제도를 지키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잖아요. 그리고 방송사에 있어 공정방송은 근로조건이에요. 이건 판례로 확정된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SBS 단협에도 명시돼 있어요. 일반 사기업에서도 공정성 담보 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촘촘해지고 있어요. 입법 경향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언론사인 SBS는 도리어 퇴행적 상황에 놓였어요. 우리 구성원들의 근로조건을 지키기 위해 노조가 앞장서야죠."

- 임명동의제 사측과 타협(협상)이 가능하다고 보세요?
"타협이 협상의 의미라면 협상은 당연히 해야죠. 사실 이 사안만 놓고 보면 협상이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한 게 안타까운 건 사실이에요. 임명동의제는 원래 있던 제도잖아요. 원래 있던 제도를 다시 협상하는 건 굉장히 소모적이고 낭비죠. 사측은 지금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데 그 말은 사실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측이 내세운 논리가 굉장히 궁색하고 빈약해요. 그리고 대의와 명분에 맞지도 않고요. 실리에도 어긋나고요. 임명동의제는 SBS 경영진들에게도 대주주로부터의 부당한 압력이나 내외부의 위협에 대한 방어 장치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사라지는 건 노사 모두에게 손해인 거예요.

임명동의제가 최선의 제도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언젠가는 더 촘촘하고 진일보한 제도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다만, 이 제도는 지난 31년간 SBS를 거쳐 간 선후배 동료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 결과물이에요. 긴 시간 동안 토론과 숙의 끝에 도입한 제도이고, 여전히 SBS에선 유효한 제도이고요. 그러니 사측도 이젠 전향된 모습을 보였으면 해요. 임명동의제를 없애려고 무단협까지 초래한 건 논리도 없고 명분도 없고 원칙과 실리에도 어긋나니까요."

덧붙이는 글 | WBC 복지TV에도 중복 게재했습니다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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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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